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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신영 Apr 03. 2019

교보에서 책향을 맡고..

그대를 그리며

   사무실에서 나와 광화문 교보에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문이 열리니 교보문고의 시그니처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신해철의 그대에게 를 들으며 저녁을 먹으러 푸드코트로 향하며 생각한다. 이 향을 사서 사무실에 두어볼까? 이 향을 사서 두면 이 서가를 걷던 기억을 하게 될까?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며 귀는 신해철의 그대에게 를 향한다. 서늘하고 앳된 그의 목소리, 내 삶이 끝날 때까지 나는 언제나 그대 곁에 있겠어요.. 언제나 그립고 눈물나는 그의 목소리. 어디선가 저 하늘 중에서 잡스 씨나 호킹 박사와 함께 이 곳을 내려다보며 끌끌거리며 웃으며 바라보고 있지는 않으려나. 그의 청년 시절의 순수한 열정에 감명한다.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내가 사랑한 그 모든 것을 잃는다 해도. 언제나 당신 곁에.. 얘야 너는 아직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거야.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좀만 지나봐. 네 생각이 얼마나 어리고 헛된지 알게 될거야. 라고 타이르고 싶어지는 가사를 그는 어찌나 강건하고 순수하게 내지르고 속삭이는지. 아직 그녀를 만나기 훨씬 오래 전에 쓴 가사이지만 그의 그녀와 아이들이 이 노래 중에 늘 힘을 얻으며 살아가기를 바래본다.


    교보의 푸드코드는 비싸지만 맛있었다. 낙지돌솥밥을 싹싹 비우고 천천히 책을 보러 나아갔다. 우리도 앞으로는 명리학이 의학처럼 빛을 좀 보려나. 역학 서적 코너가 어디냐고 묻는데 어디어디에요 라는 목소리가 좀 큰 듯 하여 살짝 민망했지만 서가를 찾아갔다. 그리고 두 권을 골랐다. 궁통보감을 사려다 너무 어려운 듯 하여 강의만 듣기로 하고 코리아 뷰티플 타로카드 키트와 인문으로 읽는 주역 을 샀다. 책향을 구입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벌써 7시 반이 넘어 서둘러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어차피 내일도 또 올테니. 내일은 이 향을 데려올 듯 하다.


   힘들어 포기할까 고민하다가 계속 가보기로 했다. 오늘의 목표는 그래서 스카를라티의 곡을 외우는 것이다. 중간고사 전까지 정확히 보름 남았다. 차분차분 포기하지 말고 노력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6월 기말까지 잘 마치고 난 후엔 저하된 체력관리 차원에서 운동을, 운동을 열심히 해보려 한다. 힘들어 미치겠지만 6월까지만, 아니 딱 보름만 하루하루 세어가며 집중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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