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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의 밤 Dec 16. 2022

함께 키우는 모두의 아이들

11명이 함께 사는 셰어하우스와 공동육아

셰어하우스에 삽니다.

부부 셋과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셋과 곧 태어날 (남의) 아이 하나. 그리고 미혼인 동생 한 명.
총 11명과 함께 뒤엉켜 살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만 6개월이 되어가는 보니를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있다면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다.

지금 함께 살아가고 있는 셰어하우스 친구들 뿐 아니라 동네에서 같은 생활, 문화권을 가지고 살아가는 친구들은 대부분 비슷한 나이에 만나 서로 알게 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하고, 자연스레 비슷한 시기에 아기를 낳았다.

이런 삶이 특별해 보이지만 대단한 계획을 가지고 이룬 그림은 아니었다. 같이 살려면 이런 방법뿐이라 서울에서 가장 땅 값이 싼 동네에 터를 잡았고 결과적으로 지금의 마을 공동체, 운명 공동체를 이루었다.

먼저 태어난 아이부터 호수를 붙여보자면 우리 아이는 4호다.

1호와 6호는 태어나기 전부터 같은 집에 살고 있고

2호, 3호, 5호도 10분 거리 안에 산다. 낮에 부모들이 출근을 하기 전 우리 집에 모두 맡기고 간다.

유치원 선생님 출신 2명, 미용사 출신 2명, 피아노 학원 선생님 출신 1명, 현직 카페 사장 1명이 출퇴근 시간에 맞춰 이곳에서 교사로 또 양육자로 근무를 한다.

아이를 '같이' 키운다는 것, 그것도 이렇게 비전문가들끼리 지지고 볶으면서 돌보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로 상상 이상의 세상이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끼리 애들 좀 키우는 건데 그야말로 온 마을이 들썩거린다.

매일매일 요란스럽고 박진감이 넘친다. 오늘은 2호가 내 휴대폰을 떨어뜨려서 액정이 고장 났다. 폴더형 휴대폰이 안 열린다. 2호의 엄마인 날개는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발만 동동 굴렸다.

언니 미안해 내가 꼭 고쳐줄게 꼭 청구해. 알았지?

날개는 워킹맘, 나랑 17년 지기, 한 살 어린 동생이다.

이런 일에 화가 날 리가 없다. 고치면 되는 일이다.

고치면 되는 일, 다시 하면 되는 일,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언제나 큰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런 일은 아주 드물다.

좋은 것, 신나는 것, 고마운 것이 더 많다.

복직한 뒤로는 주 3일 회사 사무실로 출근을 하는데 그때마다 친구들이 사진이나 동영상을 자주 올려준다. 그게 그렇게 달콤하고 고마울 수가 없다.

오늘은 오전 당직인 꿀벌이가 보니의 영상을 보내줬다. 딸랑이를 흔들자 까르르 웃는 모습이 여러 번 반복되는 영상이다. 나는 그 소리가 세상 무엇보다 듣기 좋아서 보니가 웃는 횟수보다 훨씬 더 많이 돌려봤다.

간지러운 생각이지만 그 영상 하나로 오늘을 살아낸 것 같다. 보니를 또 다른 아이들을 더 많이 웃게 해 주기 위해 회사를 다니고 돈을 벌고, 넉넉하고 건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아이들을 보면 매일매일이 비슷하게 느껴지는데 회사에 나와있으면 뭘 하는지 너무 궁금하다.

그래서 자꾸 묻는다.
보니 뭐해?
1호는 뭐해?
지금은?

똥 싸고 있어.
똥 싸고 밥 먹어.
밥 먹다 힘주더니 똥 쌌어.

대부분 이런 대화인데도 귀찮은 기색 하나 없는 내 친구들. 고마운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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