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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포도 Oct 13. 2021

호불호 5. 금요일

금요일을 좋아하는 신포도

(2020년 여름 작성)


TGIF! 고객사 담당자가 메일을 마무리하며 이런 인사를 보냈다. 이번주 쳐내야 할 업무는 끝났으니 지금의 회신을 끝으로 자료를 더 보완할 필요는 없으며 다음주 새로운 지옥문이 열릴 것을 대비해 주말간 푹 쉬어 주라는 의미다. 휴, 오늘도 무사히 넘어갔다. 주5일 근무에 충실한 평범한 직장인이다보니 금요일이면 안도감이 배가된다. 몸은 피곤해도 이너피스로 에너지가 충만해지는 이 날이 정말 좋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라면 금요일이 주는 상쾌한 기분을 한번쯤은 느껴봤을거다.


나는 11월의 마지막 금요일에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불금이라는 말이 있기 전에도 대부분의 금요일을 불태우며 보냈다. 금요일의 나는 다른 때와 조금 다르다. 평소에 수업을 열심히 듣던 대학생이었건만 금요일 수업에는 출석 미달로 F를 받은 적이 있다. 금요일에 형성되는 또다른 부캐라도 있는 걸까. 그 날은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하루를 재미있게 보내고 토요일 오전까지 늘어져있는 것. 이것이 10년 가량 누적된 나의 루틴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금요일에는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 금요일에 만나는 사람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것은 대다수에게 통용되는 우주상식일 것이다. 아이유가 괜히 금요일에 시간 어떠냐는 노래를 냈겠나. 재미있는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나의 귀중한 시간을 함께할 수 있다. 귀찮아서 전투복이라는 명목 하에 아무거나 걸치고 쌩얼로도 출근하지만 금요일에는 다르다. 아침에 특히 부지런하게 옷을 고르고 분칠도 한다. 언제 어디서 약속이 생길 지 모르니까. 스케쥴이 비어도 곧장 집에 들어가는 일이 없다. 가보고싶었던 전시나 카페, 서점 등을 돌아다니는 날도 다음날 출근걱정 없는 금요일이 베스트인 것이다.


이랬던 금요일도 시국에 굴복하여 언택트 시대를 맞이했다. 오히려 요즘은 혼자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아졌다. 예전의 나라면 믿기 힘들겠지만 일찍 잠자리에 들기도 한다. 대신 토요일에 아침일찍 일어나 새로운 부캐를 대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를테면 글을 짜내는 성실하고 꿈많은 직장인이라던지. 다른 날도 금요일과는 다른 방식으로, 금요일만큼 좋아질 수 있도록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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