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소리지만 고민되는 걸 어떡해. 경영학과의 조금 다른 관점.
워낙 지원자 및 박사과정 풀 사이즈가 다르다 보니, 유학 준비 및 오퍼 후기들은 주로 이공계 혹은 사회과학계열이다. 나는 문송한 사람이면서도 미국 학교들에도 별로(?) 많지 않은 박사과정인 경영학 (세부전공별로 또 뽑는 인원이 또 다르다...) 이기에 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본다.
유학 준비생들은 2월 이맘때 "I am pleased to inform you..."라는 첫 합격 메일을 받으며 눈물을 흘리는 것도 잠시, 감사도 감흥도 덜한 멀티플 오퍼를 받기도 한다.
물론, 정말 간절히 마음에 정해둔 곳에서 소식이 날아온다면 한 3분 머뭇거리다 바로 오퍼를 억셉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순간 머리 아픈 눈치게임은 이제 시작. 기다리는 곳에서 오퍼는 오지 않고... 이때쯤이면 한 바퀴 돌고 문 닫는 오퍼라도 줄텐데 말이지 라며 매일 새벽 핸드폰을 쥐고 메일함 확인을 반복하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하아. 어딜 가야 하지? 어딜 선택해야 하지?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경영대는 랩 단위로 박사과정을 선발하진 않고, finance, accounting, marketing, supply chain & opertatios, information system, management & entrepreneurship, analytics 등 전공 별 약 2-3 명 정도 선발하며, 이마저도 '의외로' Princeton, Georgetown 등 동부 유명학교들은 박사과정이 없어 지원과 오퍼 받는 것이 썩 수월하지는 않다.
단 장점은, '상대적'으로 넉넉한 stipend와 faculty-student ratio 덕에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각설하고,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건, 어느 환경에서 내가 제일 행복하고 공부를 잘할 수 있느냐다. 무조건 지도교수님이다 학교 랭킹이다 이런 말도 있지만 그것도 나에게 잘 맞아야 하는 것. 냉정히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에서 석사과정을 했으면, 유명한 교수님 밑에서 지도를 받는 건 좋은데, 내가 부족해서 못 따라가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받지 않았는지, 다른 잘하는 학생들의 경쟁의식에 나도 자극을 받아 열심히 하는 것을 즐기는지, 데이터를 많이 구독해야 해서 subscription 지원을 많이 해주는 곳이 좋은지, 아니면 더더 말고 한국 사람 많고 분식집 곱창집 순두붓집이 근처에 있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고려해야 한다. 몇 가지 archetype을 생각해 본다.
1. 최고 지향주의.
한국에서도 평판이 좋은 학교에 다니고, 주변에도 다들 그렇고, 나도 좋은 학교에 다님으로써 주는 안정감과 최고를 지향하는 성격이라면, 당연히 아이비리그나 유명한 사립학교 (당연히 유명한 교수님들도 많이 계시는) 곳에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저 여기 다녀요"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내가 다니는 학교 이름에 대한 찝찝함이 없으려면 US News Ranking 대로. 물론, 생각보다 평범한 한국 사람들은 하버드 예일 스탠퍼드 아니면 잘 모른다... + 한국에 돌아와 탑티어에서 MBA를 하거나 기업 강연을 하고 싶다면, 인지도 있는 학교가 좋을 것 같다. 생각해 보면, 한국 인사팀에서 일할 때 외부 강사 초빙 이런 것에서 그 사람의 학벌(교)이 은근 impression management에 중요한 요소였다.
2. 한국적 생활환경이 중요한 토종.
한국음식이 필요하고, 한국에서 처럼 친구들과 주말에 술도 마시고 놀기도 하고 이런 친교들이 중요하다면, 한인 유학생들이 많고 주변에 한식당이 많은 캠퍼스나 대도시 근처의 학교가 잘 맞을 것이다. 유학생활 하면서 의외로 음식이 스트레스 요소가 될 때가 있다. 매번 음식을 해 먹는 것도 바쁠 때는 너무 귀찮기도 하다. 근데 한국음식이 너무 먹고 싶은데 제대로 먹으려고 4시간을 가야 한다면? 급 우울해진다. 더군다나 싱글이고 외로움을 잘 탄다면 소개팅이라도 할 수 있는, 혹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많은 곳이 정신건강에 좋다. 내가 사는 곳은 둘 다 취약한 곳이라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다. (나도...)
3. 시골엔 못살아. 도시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주말엔 미술관이나 공연도 보러 가고 가끔 클럽도 가야 스트레스도 풀려! 하는 성격인데 지도교수님과 학교만 믿고 도시와 먼 곳에 간다면, 정말 독한 마음먹고 공부하는 게 아니면 종종 무기력과 우울감이 찾아올 수 있다. 물론 대부분 잘 견뎌내지만, 나의 성향이 도시 라이프에 맞춰져 있는데 공부까지 잘 되지 않는다면 수시로 비행기표를 알아보게 될 것. 참. 큰 공항이라도 가까이 있으면 땡큐지...
4. 난 연구가 좋아, 교수님이랑 연구환경만 좋으면 오케이!
이 케이스가 사실 베스트 케이스고 선택하는데 좀 더 다양한 옵션들이 주어질 수 있다. 이걸 중심으로 좀 더 이야기해 보겠다.
1) Alumni (졸업생)의 Placement.
: 중요하다. 내가 '잘'했을 때의 나의 미래다. 최근 졸업생들이 어디에 취직했느냐가 나의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 지리적으로 근접한 곳으로 많이 갔는지, 다양한 지역으로 갔는지, 취직한 학교의 평판은 어떤지, 내가 그 학교들에 취직하고 적어도 3-5년 살고 지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자.
2) 졸업생 혹은 재학생과 교수 간 co-work (coauthoring)
: 공대와 달리 경영대는 생각보다 코워커가 많지 않다. 그리고 전공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은 publish 한 논문을 들고 job market에 나와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박사과정 학생 혼자 하기에는 버겁다. 현재 학생들이 지도교수와 함께 target journal에 제출할(한) 프로젝트들이 있는지, 그런 incubating system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오퍼 수락 전에 phd coordinater에게 물어보면 좋다.
3) 지도교수 외 잠재적 co-author / committee
: 같은 전공이라도 서로 연구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때로는 한 번도 연구에 대해서 얘기해보지 않을 교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사과정 입학 당시와 입학했을 때에도 연구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으며, 그럴 때 좀 더 넓은 카테고리에서 연구에 도움을 받고 함께할 수 있는 교수들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4) 지도교수 lock in?
: 어떤 학교는 지도교수를 미리 정해서 그 분과 계속 가는 경우가 있고, 내가 있는 학교의 경우는 2년 차까지 RA를 하거나 summer project를 지도받으며 나중에 정할 수 있다. 장단점이 명확하다. 한 번 정해서 끝까지 갈 수 있다면 미리 지도교수를 정하는 것도 좋지만, '알고 보니'의 경우나 막상 흥미 있는 연구분야가 바뀌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5) Funding
: stipend (월급/연봉)가 다른 학과에 비해서 generous 한 것은 사실이나 엄청 넉넉하진 않다. 이건 각 학교 도시의 하우징 rent 비를 고려해서 산정해 보는 것이 좋다. 박사과정 중 학회에 갈 일이 많고 의외로 돈이 많이 든다. 콘퍼런스 참석/발표 시 얼마까지 펀딩이 가능한지 (대부분 커버되는 것이 좋다) 문의해 보자. 그리고 Data subscription을 어떤 것들을 하고 있는지도 물어보면 좋다. 한 가지 팁은... 그 학교에 bloomberg terminal이 몇 대 있는지 보면 데이터 구매에 대한 시각이 어떤지 대충 각이 나온다.
6) 연구실
: 난 연구실이 중요했는데, 유일하게 현재 학교에 매우 불만족한 부분이다. 여러 학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가봤지만, 창문이 없는 곳이 많기도 하다. 어떤 학교는 박사과정 1인 1실도 있고, 2인 1실, 혹은... 10인 1실... 다양하다. 공부하는 패턴을 생각해서 최적의 공부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5-6년 간의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7) RA/TA
: 내가 있는 학교는 TA를 시키지는 않는다. TA하게 되면 assign된 수업 TA세션을 진행하거나 채점을 해야하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물론 RA도 해당 교수를 10시간 정도씩 돕는 일을 해야하는 것인데, 연구에 관련된 일이기에 분야가 달라도 어느 정도 배우는 것은 있다.
8) Teaching
: 난 3학기 각 수업당 85명 씩 solo instructor로써 강의를 진행했다. 그야말로 professor 체험. 첫 학기는 공포였지만 나머지 학기는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학부가 없는 학교는 티칭을 시키지 않는 경우도 있고, 어느 학교는 옵션으로 어떤학교는 한 번만 하기도 한다. 잡마켓에 나갈 때는 티칭 경력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이 당장 그 학교에 갔을 때 쓰임 당할(?)수 있기에 나름 괜찮은 요소다.
이 정도가 아마 학교를 정하는데 중요한 요소일 듯하다.
내가 있는 학교는 박사과정 인터뷰를 총 3번 진행하는데, 마지막 3번째는 현재 박사과정 학생들 모두와 함께 인터뷰 형식이 아닌 박사과정이나 주변 도시 환경에 대한 캐주얼한 질의응답 같은 시간을 갖는다.
그때마다 내가 언급하는 life quality indicator 가 있다. 한마디로, 이 도시가 살기 괜찮은지 아닌지 생활수준은 어떤지에 대한 가늠자인데, 나는
Whole Foods Market, Trader Joe's, Apple Store, Lululemon, Costco를 핵심 인디케이터로 얘기하고
"우리 도시에는 다 있어!"라고 당당히 얘기한다.
의외로 이 각각 혹은 모두가 같이 있는 도시가 드물다. 참고하길.
참, 주요 도시로 갈 수 있는 공항이 가까운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 갈 때, 혹은 대도시에 나가서 놀고 싶을 때 공항이 가까우면 가끔 놀러 갈 수 있는데, 멀면... 친구들에게 ride 부탁하기도 민망하다. (직항최고...)
마지막으로.. 멀티플 오퍼를 들고 있고 다른 오퍼를 기다린다면 베스트 옵션 하나만 남기고 빨리 디클라인 하자. 어차피 한 군데만 갈 수 있는데, 오퍼를 기다리는 다른 동료들, 나의 선택을 기다리는 학교 모두 시간과 인지적 낭비가 심하다. 모두 앞으로 내 업계에서 함께 할 동료다. 나름의 배려를 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