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에게도 쉼표가 필요해
인간관계에도 바이오리듬이 있다
2023년 4월.
아이가 태어나기 전후로 원래 아이가 있던 친구들과 무척 빠르고 깊이 있게 가까워졌다.
원래 좀 멀어졌던 친구인데도 단지 ‘엄마’라는 이유로 공감대가 금세 형성되고 깊어지는 게 참 신기하다.
대부분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기에 실제로 만나는 횟수는 적지만 연락하는 횟수는 늘어났다.
임신 기간부터 출산, 잠 못 들던 신생아 시절까지 엄마인 친구들과 소통하며 여러 팁도 전수받고, 고충을 털어놓으며 위안을 주고받는 것도 좋았다.
비슷한 길을 걸어가는 인생선배들이 있어 든든하다.
책과 가까워진 육휴 기간
1년 여간의 육아휴직 기간.
9년 간의 경력에서 이렇게 장기간 쉬어본 건 처음이다.
아이를 낳기 전에 가장 조급했던 건. '나'를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
가장 도움이 됐던 건 책이었던 것 같다.
복직을 앞두고 마음이 더 복잡해진 시기에는 워킹맘들이 쓴 에세이들로 도피하다시피 했다.
더 의미 있게 워킹맘 시대의 서막을 열고 싶었다
워킹맘 시대의 서막;이라니 거창하지만 ㅋㅋ
내가 좋아하는 엄마인 친구들. 그리고 책.
이 둘을 엮어 엄마들의 독서 모임을 만들고 싶어졌다.
일과 육아를 병행한다는 게 힘들 게 뻔한 데 소소한 쉼표, 탈출구를 만들고 싶었다.
‘나’보다는 ‘내 아이, 가족’이 우선인 삶을 살아가기에
더 ‘나’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친구들의 모임.
그렇게 맘스북클럽을 시작했다.
지금은 나 포함 4명이 있다.
북클럽 맘 소개
친구 Y
대학 시절 원 없이 세계 곳곳을 누비며 살아가던 친구. 1학년 때 한 교양수업 조모임에서 처음 만난 다른 과 친구인데 한눈에 서로를 알아보고 인연을 이어갔다.
지금은 에너지 넘치는 전업주부로 살아가고 있다. 부동산 투자, 수면교육 컨설팅, 식음료사업까지 관심사가 다양하고 경험도 많다.
둘째도 임신 중이어서 5년은 일을 안 하고 육아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은 용기 있는 친구.
전업주부여도 계속 일을 벌일 수 있고, 오히려 한 단계 도약하는 시기로 삼을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친구다.
친구 D
고등학교 교지편집 동아리에서 가까워진 친구다. 항상 해맑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고 분위기 메이커다. 엄청 웃긴데 감성 코드는 나와 딱 맞다. 내게 임경선 작가를 처음 알게 해 준 친구.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우여곡절 많았던 대기업 생활을 10년 넘게 해 왔다. 지금 아가는 세 돌!
친구 Y과 마찬가지로 임신, 출산, 아가의 신생아 시절에 정신적으로 가장 큰 힘을 주었다.
지난겨울, 우리 가족이 서울로 이사 오면서 집이 가까워져서 D의 가족을 초대했다. 남편들의 허락을 받아 3월 초 1박 2일로 부산 여행을 다녀왔다. 감성이 100% 일치하는 친구와 여행하는 매 순간이 행복 그 자체였다. (남편들이 모두 T이기 때문)
맘스북클럽은 그 부산 여행에서 결성됐다.
각자의 친구를 한 명씩 소개해 4명이 북클럽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내가 바로 떠올린 건 친구 Y.
친구의 친구 S
친구 D가 소개해 준 친구 S. 아직 온라인에서 만난 게 전부이지만 짧지 않은 4번의 시간 동안 깊은 이야기를 많이 나눠서 무척 가깝게 느껴진다.
나와 한 2주 차이로 아가를 낳았고, 서울로 오기 전에 비슷한 동네에 살았어서 미리 알았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성의 결이 비슷하다.
콘텐츠 큐레이션 플랫폼에서 근무 중이라 하는 일도 비슷하다.
직장에서 유독 고된 시기를 지나가고 있지만 맘스북클럽은 놓치지 않고 참여한다.
북클럽 커리큘럼은 간단하다.
- 한 달에 한 번 평일 저녁 9시부터 시작
- 첫 OT에서 각자 책을 하나씩 골라왔고, 사다리 타기로 순서를 정해 월에 한 권씩 읽는다
- OT에서는 아이스브레이킹 겸 각자 질문을 하나씩 정해서 돌아가며 답변했다. 서로에 대해 짧고 굵게 알아갈 수 있었던 시간.
- 북클럽 시작 전 책을 읽고 인상 깊었던 문장 하나 공유, 질문 한 개 공유
- 모임에서는 그 문장과 질문에 대해 돌아가면서 답을 한다
모두가 육퇴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컴퓨터 앞에 자리를 잡는다.
시작할 때는 다들 피로에 찌들어있지만 결국 끝날 땐 마음이 충만해져 있다.
귀여운 아가들 사진을 공유하는 것도 묘미. 맘 편히 아가들의 사진을 올릴 수 있는 채팅방이라니!
아무런 대가나 계산 없이 순수한 목적으로 만나는 모임.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런 모임이 더 소중해진다.
우리는 어떻게 이렇게 서로에게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건지.
어떻게 하면 이 모임이 계속 지속될 수 있을지, 혹은 더 확장될 수 있을지.
최대한 지속하기 바라는 마음에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