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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 Apr 04. 2024

컴포트 존을 벗어난뒤 깨달은 것

생각보다 괜찮다. 새로운 환경에 사람은 잘 적응한다

필자는 최근 직전까지 3번의 직장 모두 2년 주기로 병이 찾아왔다. 바로 '이직'의 병이다. 

첫 직장 5년, 그리고 두번째 직장 2년, 세번째 직장 2년, 네번째 직장 2년 반... 첫 회사를 제외하고는 2년이 평균 근속 기간이었다. 이 때문에 부모님으로부터는 이직할 때마다 잔소리를 듣곤 했다. 아버지는 33년을 한 회사에 근무하고 명퇴를 하셨기에 아들의 이런 2년 단위 이직은 결코 납득할 수 없었을테다. 


어떻게 보면 (적어도 부모님의 시각에선) 엉덩이가 가볍다고 할 수 있고, 또 어떻게 보면 익숙한 환경에 머무르고 안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필자의 시각에선) 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는 후자를 생각하기에 스스로 '컴포트 존'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이 체질상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니 그걸 잘 못견뎌했던 것 같다. 


사람은 본래 익숙한 것을 좋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나 역시도 그랬다. 

하지만 2년 정도 업무를 진행해 보면 전체 업무가 돌아가는 사이클을 알게 되고, 그 이후부터는 기존에 쌓아온 경험치, 루틴, 노하우를 토대로 조금씩만 디벨롭을 하면 회사에서의 내 역할을 증명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익숙해 진다는 것은 그만큼 스스로의 성장이나 발전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무뎌질 수 밖에 없고 늘 해오던 업무를 프로세스나 메뉴얼대로 처리하는 것이 무척 편해지는 시점이 온다. 필자는 그게 2년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여러 고민 끝에 지금의 직장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고 벌써 3년이 흘렀다. 그리고 다시 나의 '컴포트 존'을 떠올리게 됐다. 


IT 분야의 백그라운드라고는 전 직장이 핀테크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여기에서 '테크'를 따와서 이 곳에 입사하기 위해 면접 당시에도 '테크' 산업에 경험이 있다고 우겼던 것 같고.

그 전 세번째 직장인 미국대학교 교직원으로 일한 경험 덕분에 나름 외국계라고 볼 수는 있었지만 이조차도 어떻게 보면 학교라는 다소 안정적인 컴포트 존에 불과했던 것 같다.


그럼 3년이 지난 시점에 지금의 환경은 어떨까? 달리 말하면, 왜 2년이 지났는데 아직 '이직'의 병이 찾아오지 않을걸까? 


ㅇ매니저 : 첫 외국인 상사 (싱가폴 베이스)

ㅇ팀 구조 : 1인팀 (Individual Contributor) with PR Agency

ㅇ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속한 나라 : 일본, 중국, 호주/뉴질랜드, 인도, 홍콩/대만, 아세안, 싱가폴 그리고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ㅇ사용하는 언어 : 한국어 + 영어 (하루에도 수없이 두 언어를 오가는 상황이 무한 반복 중)

ㅇ근무형태 : 하이브리드 워크 (기본 재택근무 + 필요시 사무실 출근 자율 선택 가능)

ㅇ3년간 출장갔던 곳 : 미국 샌프란시스코, 라스베가스, 호주 멜버른 


돌아보니 이전에는 결코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과 업무 방식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절대 지루할 틈이 없다. 치열한 IT 업계에서 거의 매주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온다. 쫓아가는 것만도 버겁다. 


매일 영어로 이메일을 쓰고, 메신저로 대화하고, 아태 지역과 본사를 아우르는 화상회의, 외국인 매니저와 정기적으로 1:1 미팅을 하고, 동료들과 분기별로 리뷰 회의를 진행하고, 수많은 내부 교육부터 모든 문서 자료는 영어로 되어 있는 곳에서 한국의 홍보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해외 체류 경험이라곤 대학생 때 중국에서의 한학기 교환학생 기간 뿐인 한국 토박이가 외국계 IT 회사에서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이런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가지고 운좋게 입사했는데 어느덧 3년이 흘렀고, 이전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다. 7년간 국제 NGO에서 근무하면서 아프리카는 수없이 다녔으나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미국 샌프란시스코, 라스베가스, 호주 등에 가서 전 세계에서 모인 동료들과 오직 영어로만 대화하며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것. 이전의 나로써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2022년 9월 전 세계 커뮤니케이션팀 동료들이 모였던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상징 '금문교'를 바라보며


그렇다. 

생각보다 사람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한다. 

영어와 매일 씨름하면서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기술과 IT 용어들을 공부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지금의 삶이 감사하고 행복할 따름이다. 


그리고 익숙한 컴포트 존을 벗어나 보니 결코는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만큼 완전히 새로운 삶을 즐기며 살아가는 자신을 보게 됐다. 결국 자기에게 맞는 옷이 있듯이 나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며 즐겁게 일하는 것보다 큰 기쁨이 있을까? 다행히도 4번의 이직 끝에 나에게 맞는 옷을 찾은듯 하다. 


언제쯤 지금 속한 곳이 예전 2년 주기로 찾아왔던 것처럼 컴포트 존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그럴 일은 없을듯 하다. 매순간 도전과 새로움으로 가득찬 곳이기에. 


익숙함을 포기하면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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