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여름 | 런던맑음
#런던의 시간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이 한국이 아닌 영국이고 런던이라는 사실이. 아직도 새삼스럽고 생경하다. 서울이고 런던이고 땅이며 흙이 얼마나 차이가 나겠느냐만… 영국 물에는 석회성분이 많다곤 하더라 그 위에 자리 잡은 문화와 생활과 일상은 8시간의 시차로도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확연히 다르다.
사실 그 무엇보다 다른 건 나다. 난 여기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그저 하고 싶은 건 하면 되고, 하기 싫은 건 안 하면 된다. 내 인생 최초로 '자유'라는 것을 온전히 만끽하는 순간. 굳이 뭔가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매일 쫓기듯 살아온 나에게 찾아온 꿀맛 같은 게으름이다. 자유와 게으름, 떠올리기만 해도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조합이다.
런던에 온 지 일주일.
이곳에서의 시간은 매분 매초가 새로운 자극이라 따끔따끔하다. 사실 영어도 잘 못하고 겁도 많은 동양인 남자는 언제나 긴장 그 자체이긴 하지만, 그만큼 시간은 아주 느리고 풍부하게 흘러간다. 한국에서와 똑같은 시간이라고 믿을 수 없을만큼. 희멀건한 설탕물만 먹다가 순도 99.9%의 꿀을 먹는 기분이랄까.
한다 한다 하더니 회사를 관뒀고, 간다 간다 하더니 결국 와버리고 말았다. 이미 되돌리기엔 엎질러진 물. 미래가, 앞날이 불안하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흐리멍덩했던 그곳에서의 시간과는 다르게, 여기의 시간은 아주 또렷이 흘러가고, 매일 피곤함에 스르르 잠들지만 기분 좋기 그지없다.
#London Cotton
가끔 런던 하늘엔
순도 100%의 곱디 고운 최상급 Cotton을
누군가가 슬며시 깔아놓는다.
날아가 안기고 싶은
세상에서 가장 뽀송뽀송한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