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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현 Jun 30. 2024

하늘을 날 수 있었던 사람-9장

9.


훈련이 두어 달 정도 진행된 어느 날, 멀론스키 씨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길버트 씨, 이제 자세는 좋아졌어요. 아주 좋아졌어요. 이제 기록을 올리면 되겠습니다. 축하합니다. 길버트 씨, 이제 일 단계는 통과한 거에요.”

멀론스키 씨의 칭찬을 받았으나, 길버트 씨의 마음은 그리 좋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훈련은 힘이 들었고, 길버트 씨의 몸도 마음도 점점 자신을 잃어갔다.

그날 저녁 아파트에 돌아온 길버트 씨는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려고 했으나, 아무리 팔과 다리를 흔들고 땅을 박차도, 어찌된 일인지 그의 몸은 다시는 하늘로 날아오르지 못했다. 길버트 씨는 이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이 현실을 이해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길버트 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1층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는 2층에 연결된 첫 번째 계단을 보았다. 마음을 결정한 길버트 씨는 계단을 하나씩 올라갔다.

길버트 씨는 8층에 도착했지만, 그의 집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에 그는 한 층을 더 올라갔다. 옥상이었다. 그는 문을 밀었다. 차가운 밤바람이 밖에서 불어왔다. 길버트 씨는 옥상에 들어갔고, 옥상의 끝까지 계속 걸어가서, 난간을 타고 올라섰다. 차디찬 바람이 다시 불어 왔지만, 그는 침착했다. 다음 순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길버트 씨는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에필로그


그날은 마치 길버트 씨도 슬퍼하는 것처럼 비가 왔다. 스테파니 양과 하인리히 씨가 장례식에 참석했다. 맥그로우 씨와 해롤드 씨도 왔다. 하지만 멀론스키 씨는 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길버트 씨의 얼굴을 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신부는 그들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충고했고, 그들은 그렇게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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