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승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애슬로우와 테슬라도 사람들 틈에 끼어서 페리의 앞쪽으로 갔다. 그런데 갑자기 앞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경찰이 지키고 있다.”
쉰 목소리의 남자가 큰소리로 떠들었다.
“뭔 일이래?”
“뭐야? 대체 여기 경찰이 왜 있는 거야?”
다른 승객들도 웅성거렸다. 테슬라가 갑자기 멈췄다. 그는 줄리어스를 잡더니 한쪽으로 끌어당겼다.
“줄리어스, 자네 혹시 여기 아는 사람 있나?”
“아니오. 아무도 없습니다. 미스터 잽스 빼고요.”
“그래. 하지만 우리를 마중 나온 사람들이 있는 걸. 난 원래 유명했지만, 이제는 자네도 나와 같은 레벨이로군. 하하“
자신을 놀리는 테슬라를 보면서, 줄리어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테슬라를 쳐다보았다.
“미스터 테슬라, 수영할 수 있습니까?”
줄리어스는 다시 페리의 뒤로 가기 시작했다. 테슬라도 그 뒤를 따랐다. 줄리어스는 벽에 걸려 있던 튜브를 하나 꺼냈다. 해는 지고 주위는 캄캄했다. 튜브를 테슬라의 허리에 끼운 다음, 그는 테슬라와 함께 페리의 뒤에서 조용히 강물로 뛰어 들었다. 줄리어스는 테슬라의 튜브를 밀면서 북쪽으로 헤엄쳤다. 앞에 배를 댈 수 있는 또 다른 선착장이 보였다. 그리 멀지 않았다. 선착장에 도착한 줄리어스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시설을 따라 강 쪽으로 계속 더 들어갔다.
“줄리어스, 이제 여기에서 올라가야 하지 않나?”
테슬라의 질문에 줄리어스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계속 강으로 나간 두 사람은 선착장들이 몇 개나 줄지어 있는 것을 보았다.
“자네, 여기를 빙 돌아갈 생각이로군.”
“예.”
줄리어스는 짧게 끊어 말했다. 테슬라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는 테슬라의 튜브를 밀면서 계속 헤엄쳤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섬의 해안이 멀어졌다. 줄리어스는 왼쪽으로 방향을 돌려 섬으로 향했다. 줄리어스는 섬의 북쪽 끝까지 와서 멈췄다. 해안에 산책로가 보였다. 줄리어스는 그쪽으로 튜브를 밀었다. 바닥에 발이 닿은 테슬라는 물속을 걸어가면서 튜브를 벗었다. 줄리어스는 뒤를 따랐다.
줄리어스는 모래바닥에 푹 쓰러졌다.
“줄리어스, 왜 이렇게까지 힘들게 하는가?”
“헉, 헉, 헉.”
줄리어스는 숨을 몰아쉬었다. 몸을 옆으로 돌려 배를 깔고 엎드렸다. 두 손을 머리 위로 쭉 뻗었다. 입에서 물이 쿨럭쿨럭 나왔다. 다시 몸을 뒤집었다. 줄리어스의 눈에 별이 보였다.
“이제 저는 27 살입니다. 그리 많은 세월을 산 것은 아니지요. 여기 와서 이 임무를 수행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꿈은 참 많았고, 컸습니다.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싶었으니까요. 솔직히 말하면 다른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생기면 먼저 나서서 하려고 했었지요.”
“그건 좋은 성격인데.”
길을 묵묵히 걸어가면서 줄리어스의 말을 듣고 있던 테슬라가 불쑥 말했다.
“그런데 시작은 웅대했으나, 끝이 별로였습니다. 그러니까 일이 마무리가 되어가게 되면, 힘들어지지요.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이 정도 하면 됐어. 남들도 만족할 거야.’ 이런 식으로 빨리 결론을 내어 버린 것 같아요. 어떤 일을 끝까지 완전히 완수한 적이, 그러니까 처음에 생각했던 목표와 비교하여 100 퍼센트를 달성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내 힘으로, 온전히 나 혼자만의 힘으로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그거에요.”
“어떤 남자가 있었는데 말이야. 그가 이런 말을 했더군. 혼자 있으면 자신의 능력을 전부 발휘할 수 있지만, 둘이 있으면 각자가 자신의 능력의 오십씩 밖에 발휘할 수 없게 된다고. 더구나 그는 쌍발 엔진도 믿지 않았어. 하나가 멈추면 다른 하나로는 계속 날 수 없을 테니까.”
“그래요? 누군데요?”
“린드버그(Charles Augustus Lindbergh; 1902~1974). 자네는 모르겠지? 그는 여기 뉴욕에서 저 대서양 너머의 파리까지 무착륙 비행에 처음으로 성공한 사람이라네.”
“아, 비행기.”
줄리어스는 질문을 했다.
“언제요?”
“1927 년이었지. 정말 대단했어. 여기 뉴욕이 들썩들썩했거든. 그는 동료 없이 혼자, 그것도 단발 엔진의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어. 무려 33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