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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현 Nov 15. 2024

닉을 찾아서(Finding Nik)-40

74.


멀리서 자동차 두 대가 세인트 조지 터미널로 맹렬히 다가오고 있다. 터미널 바로 앞에 멈춘 차에서 윌리엄스와 그의 동료들이 내렸다.


“어이, 월터, 잡았나?”

윌리엄스가 쾌활하게 물었다. 로이드 경위는 피우던 담배를 떨어뜨렸다. 발로 꽁초를 비벼댔다. 잭슨을 돌아보며 말을 했다.

“잭슨 경사, 없습니까?”

“예, 서장님. 자동차도 모두 보았습니다. 트렁크까지 샅샅이 뒤졌습니다. 그런데 줄리어스와 테슬라는 없습니다.”

서장은 허리춤에 양 손을 올리고 이마에 주름을 만들었다.

“서장님, 그런데 대신 이 사람들을 잡았습니다.”

서장은 완전히 돌아섰다. 경관들이 세 명의 남자를 부축해서 끌고 오고 있다. 그 옆에 한 명은 덜덜 떨면서 따라오고 있다. 로이드의 눈이 커졌다.

“경사, 대체 이 사람들은 뭡니까?”

“서장님도 아시다시피 마피아들입니다. 그런데 그게....... 네 명이 두 명에게 신나게 얻어맞았답니다. 줄리어스와 테슬라한테.”

잭슨 경사의 보고에 로이드는 혀를 끌끌 찼다.

“그래도 명색이 주먹으로 먹고 사는 놈들인데, 그렇게 형편없이 당했단 말이요?”

“줄리어스란 자는 대단히 싸움을 잘했답니다. 마치 특수부대에서 막 나온 군인 같았답니다. 그리고 테슬라는, 그러니까 테슬라에게 당한 녀석은 아무 기억도 없는데다가, 그것을 목격한 녀석은 그냥 벌벌 떨고만 있습니다.”

윌리엄스는 자신의 동료들을 한 번 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싸움이라면 우리도 자신 있는데. 그리고 그 자는 스파이란 말이야. 당연히 고도로 훈련 받았겠지. 테슬라가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로이드 서장은 옆에 서 있는 나이가 지긋한 경관에게 말을 했다.

“찰스턴 서장님, 여기는 당신의 관할이니까 우리가 뭐라 할 수는 없지만, 도와주셔야겠습니다.”

해리 찰스턴 경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도주한 지 거의 한 시간이 되어 가네. 아마 2.5 마일(4 킬로미터)은 이동했을 거야. 그런데 이 섬의 대서양 쪽 해안은 10 마일(16 킬로미터)이 넘는다네. 여기를 전부 뒤질 수는 없어.”

찰스턴의 말이 끝나자 로이드는 고개를 저었다.

“아마 그럴 필요는 없을 겁니다. 줄리어스가 페리를 타면서까지 이곳으로 건너올 이유가 분명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내야 합니다. 아마 여기에서 2 마일(3.2 킬로미터) 내에 그들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찰스턴 경감은 자신의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이곳을 중심으로 2 마일 내에 있는 모든 건물을 수색한다. 특히 야간에 사람이 없는 공공건물들을 철저히 조사하라. 이상!”

경감의 명령을 받은 경관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두 명씩 짝을 지어 출발했다.

이것을 보고 있던 로이드 서장이 중얼거렸다.

“왜 그때 그 녀석이 경찰이 있다고 떠들어 댔을까? 그리고 미스터 테슬라의 키가 얼마였더라?”



75.


줄리어스와 테슬라는 월 스트리트를 따라 가다가 리치몬드 테라스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다시 해밀턴 애비뉴로 길을 바꾸었다. 방금 물에서 나와 둘 다 푹 젖은 몰골이었다. 그리고 2월의 밤은 추웠다. 몸이 덜덜 떨렸다.

“아까 무슨 마술을 부린 겁니까? 미스터 테슬라.”

팔짱을 꼭 끼고 걷던 테슬라는 의아해 하는 표정으로 줄리어스를 보았다.

“배 위에서 말입니다. 총 든 녀석을 처리했잖아요.”

“아, 그거. 자네, 내가 전기 기술자라는 사실을 잊은 모양이로군.”

테슬라는 팔짱을 풀었다.

“자그마한 유도 코일 장치를 하나 가지고 있었거든.

NCC(National Carbon Company)에서 만든 D 타입 건전지로 동작하지. 1.5 볼트짜리 두 개를 가지면 3 볼트를 만들 수가 있어. 이걸 백배로 전압을 올리면 삼백 볼트가 되고, 천배로 올리면 삼천 볼트가 된다네. 충분히 사람을 기절시킬 수가 있지. 아, 그런데 단지 기절만 시켜.”

줄리어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단합니다. 놀라워요.”

“그러나 이제는 사용 못 해.”

“왜요?”

“아까 물에 빠졌잖아. 다 젖어 버렸어. 완전히 말려야만 돼. 건전지도 갈아야 하고.”

줄리어스는 커다란 건물과 넓은 공터가 있는 건물 앞에 멈췄다. 정면의 문에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커티스 고등학교’


학교는 조용했다. 학생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건물 1 층의 일부에만 전등이 켜져 있었다. 줄리어스는 그쪽으로 걸었다. 테슬라는 말없이 줄리어스의 뒤를 따랐다.


줄리어스는 문을 밀었다. 안에 있던 남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토머스 잽스의 눈이 커질 대로 커졌다.

“어, 줄리어스 애슬로우. 자네가 여기를 직접 찾아오다니.......”

줄리어스는 잽스와 악수를 했다.

“이쪽은 니콜라 테슬라 씨입니다. 이름은 들어 보았지요?”

잽스는 테슬라를 보더니, 입이 떡 벌어졌다.


잽스가 준 마른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줄리어스와 테슬라는 음식을 먹었다. 줄리어스는 토머스에게 조지 워싱턴 정부에서 초대 재무 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 1755(or 1757)~1804)의 초상이 그려져 있는 10 달러를 주었다. 눈이 동그래진 노인의 어깨를 줄리어스는 토닥거렸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습니까? 이 정도면 될까요?”

“고마우이. 이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그럼, 잠깐 요 앞 공원에 갔다 오겠습니다. 두 분이서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왜? 거긴 아무 것도 없는데.......”

토머스는 어리둥절해 했다. 줄리어스는 혼자서 밖으로 나왔다.

“아직도 경찰들이 나를 찾고 있을 테지. 어디 그럼 한 번.......”

줄리어스는 잽스의 털모자를 푹 눌러 썼다.


그는 공원에 도착했다.

“내가 어디서 잠을 잤더라?”

줄리어스는 나무를 찾았다. 나무 밑동에는 돌멩이가 서너 개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친구들이 몇 명 가버렸네. 너희들도 슬프지?”

줄리어스는 쪼그려 앉아서 돌멩이들을 살살 쓰다듬었다. 나무 위로 올라간 줄리어스는 처음 놓아둔 그대로 있는 가방을 발견했다. 가방을 열었다. 활과 화살 통이 들어 있었다. 줄리어스는 커다란 검은색 비닐 가방을 들고 나무에서 내려왔다. 그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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