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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현 Nov 18. 2024

닉을 찾아서(Finding Nik)-41

76.


시계가 아홉 시를 쳤다.

“미스터 잽스,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잽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 밤에 어디를 가려고 하나? 난 여기서 잘 줄 알았는데.”

“먼 곳은 아닙니다. 요 앞 도서관에 갔다 올 겁니다.”

“아, 거기. 지금은 아무도 없을 텐데. 야간 경비원 한 명만 있을 걸.”

줄리어스와 테슬라는 서로를 돌아보며 웃었다.

“토머스, 실은 내가 어디를 좀 가야 해서 말이야. 상당히 긴 여행을 해야 하거든.”

테슬라의 설명에 토머스는 아쉬운 눈빛을 하더니, 잠깐만 기다리라고 했다. 방 한쪽에 있는 전화기 쪽으로 가더니, 수화기를 들었다. 그 모습을 둘은 잠자코 보았다.

“여보세요, 스탠? 나 토미야....... 밤이 늦었지....... 그래, 부탁이 있어....... 문 좀 열어 줘....... 손님이 갈 거야....... 아, 물론 나도 같이 가지....... 그럼 부탁해. 금방 갈 거야.”

전화기를 내려놓은 토머스는 웃어 보였다. 그러더니 옷걸이에서 모자를 챙겼다.

“도서관 경비로 일하는 스탠인데, 나하고 친구요. 경비들끼리는 다들 잘 알고 지내지.”

“아, 그 양반. 만난 적이 있습니다.”

줄리어스가 말했다.

“뭐라고? 자네, 대체 어떻게 스탠을.......”

토머스는 줄리어스를 쳐다보았다. 줄리어스는 그에게 왼손 검지를 들어 보였다.



77.


스탠 로저스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이 밤에 무슨 일이지? 술 한 잔? 흐흐흐.......”

그는 열쇠 꾸러미를 집어 들더니, 도서관 로비로 나갔다.

로비에 있는 전등을 켜자 주위가 환하게 밝아졌다. 그리고 그 순간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똑. 똑. 똑.’

“어이, 나간다네. 빨리도 왔네. 어떻게 전화를 끊자마자 왔지? 하여간 급하기도 해.”

로저스는 도서관 정문을 열었다. 모자와 복면을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 남자는 긴 외투의 안쪽에서 권총을 꺼냈다. 남자는 총으로 스탠의 가슴을 밀며 문으로 들어섰다.

“누구요?”

“조용히 하시오. 난 여기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으니까.”

남자는 손을 뒤로 돌려 문을 닫았다. 한 바퀴 빙 돌아 스탠의 뒤로 돌아간 남자가 입을 열었다.

“잠그시오.”

스탠 로저스는 문을 잠갔다. 그때 다시 문에서 ‘똑똑’ 하는 노크 소리가 났다. 스탠은 문을 바라보았고, 총을 든 남자는 문 옆으로 움직였다. 그러면서 총으로 그의 등을 쿡 찔렀다. 스탠은 문으로 손을 뻗었다.


“실례합니다. 경찰입니다. 지금 순찰 중입니다. 그래서 물어보는데, 왜 전등을 켰습니까? 무슨 일, 있습니까?”

“아니, 그게....... 그런데 경찰이 이 밤중에 웬일이요?”

“지금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맨해튼에서 범죄자 두 명이 이곳으로 도주했습니다. 혹시 수상한 자를 본 적이 있습니까?”

“없소. 여기는 도서관이란 말이오. 즉 조용한 곳이라 이 말이지. 경찰하고는 아무런 관련도 없으니, 그만 가주시오.”

“혹시 누가 오기라도 합니까?”

경찰의 질문에 스탠 로저스는 손을 홰홰 내젓더니 말을 했다.

“저기 커티스 고등학교에 있는 내 친구가 지금 놀러 온다네. 이 밤에 심심하던 차에 잘 됐지. 자기 친구도 함께 온다니 오랜만에 회포나 풀어야겠어.”

“아, 그렇군요. 할아버지들끼리 재미나게 노십시오. 이만 가겠습니다. 하하하.”

경관은 거수경례를 멋지게 붙이더니, 자기 파트너를 재촉하여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길 건너편 세인트 조지 극장에서 나오던 동료 경관들을 발견한 그들은 그쪽으로 갔다.

“뭐 좀 발견했습니까?”

“아니. 아무 것도 없어. 자네들은?”

“여기도 별 거 없습니다. 저기 도서관에서 할아버지들이 술이나 한 잔 걸치는가 봅니다.”

“그래. 몇 명이나 있었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좀 있으면 온다고 하던데요.”

“서장님이 뭐든 다 보고하랬잖아. 내가 당장 보고해야겠어.”


“로이드 서장, 요 앞에 있는 도서관에서 술 모임이 있다는데. 거기 경비가 자기 친구들이 온다고 그랬다는군.”

찰스턴 경감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월터 로이드 경위와 조지 윌리엄스는 눈길을 마주쳤다. 경감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줄리어스로군.”

무전기를 꺼내든 찰스턴 경감은 명령을 내렸다.

“모든 경관들은 무장한 채 즉시 세인트 조지 도서관으로 모이도록 하라. 반복한다. 세인트 조지 도서관이다.”

페리 터미널이 소란스러워졌다. 경관들과 요원들은 전부 경찰차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서장님, 여기서 얼마나 떨어져 있습니까?”

로이드가 찰스턴에게 말했다.

“여기서 삼사백 미터요. 엎어지면 코 닿을 데지. 자, 갑시다.”


“거봐, 내가 뭐랬어? 이 근처에 있을 거라 했지. 줄리어스, 이 녀석의 목적은 도서관이었어. 거기서 배나 잠수함에 무전을 칠 거야. 분명해. 그 다음 빠져나가겠지. 그러나 이번에는 어림도 없다. 내가 꼭 잡고 말테니까.”

로이드는 숨을 몰아쉬었다.

“이봐, 진정해, 진정하라고. 상대는 니콜라 테슬라야. 우리가 함부로 건들 수 없는 거물이란 말이야. 만약 그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책임을 질 건데?”

“아무리 테슬라라고 하여도 적국의 스파이에게 동조한 죄는 그냥 넘어갈 수 없어.”

로이드의 흥분한 말을 들은 윌리엄스는 그의 어깨를 탁 쳤다.

“정신 차려, 월터. 줄리어스는 자네가 체포해. 그러나 테슬라는 내가 데려가. 그래야만 돼. 이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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