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학교를 나온 세 사람은 해밀턴 애비뉴를 따라 걷다가, 오른쪽 길, 아카데미 플레이스로 접어들었다. 월 스트리트까지 간 그들은 도로를 따라가지 않고 건물들 사이로 들어갔다.
“이 길로 죽 가면 세인트 조지 극장이 나옵니다. 미스터 테슬라.”
잽스가 말했다.
극장 건물에 그들이 도착한 순간, 갑자기 주위에서 경찰차들이 몰려오더니, 순식간에 도서관 앞은 자동차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세 사람은 재빨리 극장 건물 뒤에 숨었다.
“무슨 일이지?”
토머스가 두 사람을 보면서 물었다.
“혹시 줄리어스, 자네 경찰에 쫓기고 있나?”
줄리어스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실은 사람을 한 명 죽였습니다. 아, 사고였습니다.”
토머스는 뒤로 한 발 물러나더니, 줄리어스를 쏘아 보았다.
“난 살인자를 도울 수는 없어.”
테슬라가 끼어들었다.
“미스터 잽스, 만약에 어떤 여자가 칼을 든 남자에게 깔려 있는 상황을 본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거지?”
테슬라의 질문에 토머스 잽스는 얼굴을 찌푸리며 그를 보았다.
“만약 내가 그런 경우를 만난다면, 당연히 여자를 도와야지요.”
“그렇게 된 거라네.”
토머스는 다시 줄리어스를 보았고, 줄리어스는 다시 어깨를 으쓱했다.
“줄리어스, 그러면 경찰에 자수하면 될 걸. 왜 쫓기고 있나?”
토머스의 말에 테슬라가 다시 끼어들었다.
“그건 순전히 나 때문이라네. 그리고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어.”
테슬라는 잽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자, 토머스, 나를 도서관으로 들여보내 주게.”
“미스터 잽스, 이 근처 지리를 잘 알지요?”
줄리어스의 말에 잽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여기는 전부 알지. 그런데?”
“미스터 테슬라를 데리고 둘이서 도서관 뒤로 가세요. 경찰을 피해서 길을 돌아가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자네는?”
잽스가 줄리어스에게 물었다.
“저는 여기서 경찰들하고 잠깐 놀다 들어가겠습니다.”
잽스가 줄리어스의 어깨를 잡았다.
“이 사람아! 경찰들이 유치원 보모인 줄 아나? 이 사람들은 다들 베테랑들이야.”
테슬라가 잽스를 말렸다.
“그냥 놔두시게. 자기 몸 하나 정도는 챙길 줄 아는 녀석이니까.”
잽스는 줄리어스를 놓아주었다.
“어떻게? 이렇게 경찰들이 많은데....... 어떻게 도서관으로 온다는 말이지?”
토머스 잽스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줄리어스를 쳐다보았다.
“지금 당장은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아마 그때가 되면 무슨 수가 생기겠지요.”
줄리어스는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열더니 그들에게 활과 화살을 보여주었다. 두 사람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음,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경찰들은 깜짝 놀라겠지. 좋아. 일단 해 보자. 그리고 문은 우리가 열어줄 터이니, 그건 걱정 말아.”
잽스는 줄리어스에게 눈을 찡긋 하더니, 엄지를 세워 보였다. 그러더니 테슬라에게 돌아섰다. 그는 나뭇가지 하나를 집어 들더니 길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세인트 조지 극장에서 길을 건너 포트 플레이스로 간 다음, 포트 힐 공원까지 곧장 갑니다. 거기서 왼쪽으로 길을 꺾어 셔먼 애비뉴를 따라 내려갈 거예요. 가다가 코르손 애비뉴를 만나면 다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요. 그리고 코르손 애비뉴를 따라 허드슨 강 쪽으로 간 다음, 곧장 베이 스트리트까지 내처 갑니다. 아시겠어요? 미스터 테슬라. 마지막으로 베이 스트리트를 따라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거의 1 마일(1.6 킬로미터)을 도는 길이기는 한데, 지금으로선 이 생각 밖에 안 나네요. 거의 이삼십 분 걸릴 겁니다. 빨리 걸으면.”
79.
줄리어스는 두 사람을 보냈다. 주위는 캄캄했다. 도로에는 점점이 가로등이 켜져 있었지만, 도서관 주위는 어둑어둑했다. 극장 건물 뒤에서 고개를 살짝 내밀어 보니, 경찰차들이 줄을 지어서 도서관 앞 도로를 막고 있었다. 그리고 좌우의 마지막 차량의 지붕에는 커다란 탐조등이 붙어 있었다. 이 두 개의 탐조등이 도로를 환하게 밝혔다. 좌측의 한 대는 극장 쪽을, 우측의 다른 한 대는 도서관과 극장 사이의 도로를 천천히 왔다 갔다 하면서 비췄다. 그때 줄리어스의 위로 탐조등 불빛이 ‘스윽’ 하고 지나갔다.
“이래서야 몰래 들어갈 수가 없는걸.”
줄리어스는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활과 화살 통을 꺼냈다.
“줄리어스 애슬로우. 이 근처에 있는 것, 다 알고 있다. 잘 듣기 바란다. 너는 포위되었다. 열을 셀 동안 나오기를 바란다.”
경찰들 쪽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줄리어스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뭐야? 거짓말이잖아. 지금 내 뒤에는 아무도 없는걸.”
줄리어스는 경찰들 쪽으로 혀를 날름 했다. 손가락으로 코 밑을 몇 번 문질렀다. 그리고 줄리어스는 첫 화살을 활에 쟀다. 꿇어앉은 자세에서 오른 무릎을 세운 그는 활시위를 팽팽히 당겼다. 도로를 비추고 있던 탐조등의 방향이 줄리어스 쪽으로 옮겨왔다. 줄리어스는 화살을 날렸다.
“쨍그랑!”
탕! 탕! 탕!
경관들이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줄리어스는 얼른 극장 건물 옆 길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하지만 얼굴은 웃고 있었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누군가의 외침 소리와 함께, 탕탕거리던 총소리가 멈추었다.
줄리어스는 두 번째 화살을 쟀다. 좌측의 탐조등이 홱 돌더니 극장 건물을 비췄다. 줄리어스는 화살을 놓았다.
“쨍그랑!”
탐조등이 깨졌다. 줄리어스는 극장 건물 벽으로 숨어들었다.
“칫, 할아버지들하고 싸워서 져야 되겠어?”
줄리어스는 혼잣말을 하며, 화살 통을 통째로 어깨에 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