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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n Nov 02. 2019

제주도 혼자 여행 1편

공항에서 서귀포까지


그동안 감기 때문에 글을 쉬었지만 

오늘은 비로소 글을 쓰게 위해 제주도까지 노트북을 가져왔다.


제주도까지 노트북을 가져왔다는 것은. 그렇다. 바로바로.

제주도로 여행을 왔다. 회사에서 연차를 장려하는 상황이라서 옳다구나 하고 휴가를 썼고,

모처럼 맞는 4일 연휴인데 요즘 일에 다시 지쳐있기도 하고 여행이 필요한 때이다!! 하고 티켓팅을 해버렸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왔으면 좋겠지만 사정이 있는 관계로 혼자. 벌써 혼행이 4 회차다.

물론 여자 친구와 오는 게 훨씬 더 좋지만 혼자 여행을 해 본 결과 가장 큰 장점은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

여행에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많은 생각과 걱정들을 잊고 그저 자연과 음식에

집중하면서 머리를 맑게 해 준다는 점인 것 같다.


원래 성향 자체가 여행을 꼼꼼하게 계획하고 준비하기보다는 대략적으로 루트만 잡고 검색해서

가고 싶은 데 가고 먹고 싶은 거 먹고 하는 스타일이라서 어김없이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

공항을 기준으로 남쪽으로 쭉 내려와서 서귀포에 들러서 1박을 하고 동쪽으로 여행을 하다가

여행의 목적지인 우도와 성산일출봉을 가는 게 이번 여행 계획의 전부다.


그래서 오늘은 1탄으로 공항에서 서귀포까지 짧지만 알찼던 여행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여행의 시작을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생각보다 길이 막힌 탓에 분당에서 김포까지 부랴부랴 운전을 해서

제주행 12시 50분 비행기의 마지막 탑승 수속자가 되면서 여행이 시작되었다.


막상 그저 쉬러 온다는 느낌이었는데, 그저 여행을 왔다는 것. 저번의 경험과 기억들로 또 한껏 내려놓을 수 

있겠다는 기대로 조금씩 감정이 들떴다. 날씨는 약간 흐렸지만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날씨였다.


여행의 첫 코스. 김만복 김밥집.


사실 엄청 맛집이라서 선택했다기보다는 아침부터 제대로 끼니를 먹지 못해서 너무 배가 고팠다.

공항 근처 맛집을 치니 이런저런 곳이 나왔지만 빠르고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김밥을 선택했다.

전복 김밥이 메인인 곳이고 전복 컵밥으로도 맛볼 수 있는데 나는 전복 김밥과 오징어무침을 주문했다.

김밥을 짭조름하니 간이 배어있는 밥에 가운데 계란인 것 같은 고명을 해놓았다. 오징어무침과 같이 먹으니

먹을만했지만 사실 제주도에는 이것 말고도 맛집이 많으니 두 명이상 여행을 한다거나 배가 엄청 고프지 않으면

다른 메뉴를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


두 번째 코스. 사려니숲길

사실상 첫째 날 코스의 목적이었던 사려니숲길. 나무와 숲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여행코스 짤 때 숲길이나 

수목원은 꼭 한 번쯤 들르는 편인데 특히나 사려니숲길은 10km나 되는(물론 다 걷지는 못했지만) 길이 모두 

나무와 숲으로 이루어져 있어 발길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유튜브에서 본 바로는 비 오는 날 방문하면 사려니숲길의 정취를 더욱더 느낄 수 있다는데 혹시 제주도 여행 

중에 비가 와서 일정이 다소 꼬였을 때는 사려니숲길을 방문하는 것도 추천.

우선 내비게이션에 사려니숲길을 치고 안내하는 곳은 등산코스로 실제 사려니숲길과는 도보로 50분 정도 거리가 있으니 차를 가지고 사려니숲길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사려니숲길 붉은오름 입구'로 검색을 해서 와야

바로 사려니숲길로 올라갈 수 있다. 

주차를 하고 초입에 도착하니 4시가 조금 넘었다. 5시 이후로는 입산을 통제하는 이유 때문인지 다들 내려오고 있는데 올라가는 사람은 나뿐이었고, 또 혼자인 사람도 나뿐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것쯤은 전혀 중요치 않았다. 눈을 어디에 두어도 초록 초록하고 숲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향은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오히려 포장된 길보다 포장되지 않은 길에서 자갈을 밟는 소리와 사람이 없는 숲에서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함은 정말이지 추천하고 싶었다. 혼자여도 좋고. 사랑하는 사람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면서 여유를 즐긴다면 그만한 힐링이 또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렇게 한 시간여 동안 특별히 무얼 하지 않아도 그저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사려니숲길 탐방을 마치고

숙소 근처에 있는 올레시장을 방문하였다.


하지만 올레시장은 내가 기대했던 북적북적함이나 레트로 한 감성보다는 잘 정돈된 현대시장의 느낌이었고,

먹을 것도 많지 않아 짧은 방문 뒤 바로 나왔다.


세 번째 코스 삼보 식당

사실 혼자 여행을 하면 가장 어려운 게 식사 해결인 것 같다. 영업을 오래 해서 혼자 밥 먹는 것에 대한 어색함이나 부끄러움은 없지만 그것보다 기본적으로 2인 이상의 메뉴를 팔기 때문에 먹는 양이 많지 않은 나로서는 여간 메뉴 선정이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도 여자 친구의 도움을 맛집 지도를 공유받아 향토음식점이라는 삼보 식당을 방문하였다.

이 곳은 전복뚝배기가 유명한 곳인데 나는 전복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고 블로그의 평도 전복뚝배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이 많아 김치찌개와 고등어구이를 주문했다.

김치찌개도 자작하니 맛있었고 고등어구이도 짭짤하니 좋았는데 문제 아닌 문제점은 고등어 구이가 커도 너무 컸다는 거였다. 사진에서도 크기가 가늠되겠지만 충분히 2~3인분은 되어 보였다. 그래도 아까워서 거의 다 먹었다는 건 함정. 사실 옥돔 구이가 유명하던데 너무 비싸서.. 3.8만 원... 크흡..


마지막 코스 새연교.

야경을 보기에 좋은 곳이라고 해서 마지막 코스로 방문하였다. 다리 위에서 조명과 흘러가는 물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참 좋았다. 다만 해 질 녘쯤 노을과 함께한다면 더욱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만을 방문했을 때 연인의 다리에서 보는 일몰도 참 예뼜는데 새연교도 바다와 함께 바라보는 일몰이 장관일 것 같다. 

야경을 보면서 조명이 좋았고 물소리가 좋았다는 것보다 그저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좋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더 보고 싶고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는 점에서 참 좋았다.


이렇게 첫째 날 여행을 마치고 맥주 두 캔과 글을 정리함으로써 첫째 날 여행을 마치려고 한다.

내일은 또 어떤 여행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설레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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