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만 가까운 곳으로. 휴먼의 남미여행
‘이렇게 스펙터클한 여정의 시작이 또 있었던가?’
자신에게 반문해 보았다. 지구 반대편으로 넘어와 새로운 광경에 신기했던 그런 하루.
피로가 온몸을 둘러싸긴 했지만, 다음 날의 목적지가 ‘마추픽추’라는 생각에 이내 곧 정신이 번득 들었다.
그리고 뱃속에서 들려오는 현실적인 소리..
‘꼬르륵’
비행기에서 내린 뒤 투어 내내 먹은 것이 물과 과자 정도이기에 배가 고픈 것이 당연 할런지도 모른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오는 기차역 뒷골목.
그리고 그 골목의 식당(?)에서 페루식 한 끼,
크게 낭만이 있어 보이는 곳은 아니지만 기억에 남을 식사 한 끼를 했다.
기차가 출발하는 곳은 레일과 플랫폼이 크게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좁았고,
그나마 있는 공간들은 소규모의 단체들이 삼삼오오 차지하고 있어서 아주 복잡한 상태였다.
웅성웅성 거리는 주위의 소리가 들리니 세계 7대 불가사의의 관광지에 가는 느낌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약 2개월 전에 예약했던 기차가 눈앞에 있다.
고맙게도 예정된 일자와 시간에 그대로 있으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차량 번호와 자리를 확인하고 들어가니 이게 웬일???
‘가장 앞자리네’
맨 앞자리라는 놀라움도 잠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열차가 출발하는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에서 아구아스 칼리테니스(Aguas Calientes)의 방향은 ‘서쪽’이었던 것.
서쪽으로 지는 해를 정면으로 맞이하는 그런 자리였던 것이다.
해발 2800m의 높이라고는 하나 구름 하나 보이지 않은 이곳에서 따스함을 넘어선 따가운 햇살을 바로 맞이 한다는 게 여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야말로 ‘태양의 도시’의 그 ‘태양’과 마주 보며 향하는 여정의 시작.
일단의 앞자리의 이점을 즐기기로 했다.
열차가 출발하였고,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로 향하는 One Way Rail Trip 이 시작되었다.
시골 느낌이 물씬 났던 그런 길.
산속 깊은 곳을 탐험하는 느낌이 났던 그런 길.
뒤쪽에서 들려오는 웅성웅성의 소리가 각자의 기대감으로 들리는 마법 같은 그런 길.
그런 길을 열차의 맨 앞에서 느끼며 가고 있었다.
맨 앞자리는 마추픽추를 향하는 동안에 이 길의 많은 단면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참 좋았지만, 직사광선처럼 쏟아지는 태양은 상상 이상의 빛을 내 눈에 쏟아부었다.
슬슬 눈에 힘이 사라짐을 느꼈다.
열차에서 제공해준 간단한 식사를 먹은 후 완전히 힘을 잃은 내 눈과 몸.
기나긴 비행 여정과 그 뒤의 투어까지 버텼던 몸의 힘은 거기까지였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눈을 뜨니 웬 벽이 내 앞에 있다. 곯아떨어진 동안에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역에 도착한 것이었다.
40분 정도의 꿀잠은 마추픽추로 향하는 관문에 도착했다는 그 기분과 함께 내 몸에 다시금 힘을 불어다 주었다.
내일 마추픽추로 같이 향하는 일행들과는 각자의 숙소에서 정비를 한 후 만나기로 했다.
지난 1년간 나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이곳은 세계의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그런 곳이었지만,
생각보다 한산한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내일의 마추픽추는 어떤 모습일까?’
숙소를 향하며 이 곳의 모습이 내 눈에 한 장 한 장 쌓이기 시작했다.
배정받은 방에서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잠시 침대에 누워보니 지난 50여 시간의 여정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9월 28일 한국에서 출발.
9월 29일 지구 반대편의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도착.
온몸에 안도감이 퍼지는 그런 기분, 나쁘지 않았다.
숙소에서 나오니 하루 종일 나의 눈을 괴롭혔던 따가운 태양은 어둠과 함께 사라졌다.
필요한 것만 챙기고 나오니 여유가 생겼고,
여유가 생기니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
여행자의 모습과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
이제 좀 ‘여유’라는 것이 생긴 것 같았다.
크지 않았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이곳.
저녁이 되니 한산했던 이곳이 저녁을 먹으러 나온 전 세계의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저녁을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다가 우리를 유혹하는 한 페루인.
유쾌한 미소와 언변으로 무장한 이 사람에 이끌려 ‘풀하우스’라는 이름의 식당에 들어갔다.
요금은 총 20%를 할인받고, 페루의 대표 칵테일인 피스코 샤워도 제공받기로 했다.
메뉴의 가격을 보니 크게 눈탱이 맞는 가격은 아닌 것 같아서 경계를 풀고 메뉴를 골라 보았다.
페루식 해산물 샐러드인 세비체(Ceviche), 송어구이(Trucha), 삼겹살(Panceta) 그리고 그 이름도 먹음직스러웠던 꾸이(Cuy)까지..
모두의 허기짐을 해결할 수 있을 만큼을 주문하였다.
칵테일 한잔을 마시니 피로가 확 풀리는 기분.
4명의 일행 모두 각자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도란도란 여행을 온 계기, 앞으로의 일정 그리고 내일의 기대 등을 이야기하였다.
모두의 기대는 단 하루 방문하는 마추픽추의 내일 날씨가 아주 맑기를 바란다는 것.
그리고 오늘 주문한 음식이 맛있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아주 현실적이고 필요한 그런 여행자들의 기대감이었다.
호객꾼에서 종업원까지 이어진 유쾌한 현지인들 때문이었는지 음식 맛이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단 하루만 있는 작은 도시에서의 식사시간.
그 시간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함께 하는 일행과 관광객들의 눈높이를 맞추어주는 현지인들 그리고 이곳만의 알 수 없는 분위기였다.
식당은 이 작은 마을을 감싸고 있는 우루밤바 강(Urubamba River)의 소리와 함께 더욱 정겹게 느껴졌다.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치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이 작은 마을을 조금 더 느끼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모두가 이 낯선 동네에서 각자의 목적을 찾으려 하는 이 소중한 시간.
작은 순간도 즐겁고,
작은 순간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작은 순간들을 각자의 방법으로 기록해 본다.
저녁을 먹기 전에 지나왔던 광장에서 눈에 띄였던 Rocnk’n Roses Snack Bar에 들어갔다.
겉보기와 다르게 세련된 느낌의 이곳.
마추픽추 칵테일이라는 것을 주문했지만, 정말 맛이 없었던 이곳.
바를 가득채운 레드 제플린의 음악이 안 어울릴 듯 어울렸던 이곳에서 내일을 맞이하기 전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나의 목이 다시 좌우 앞뒤로 흔들렸다.
다시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모두가 내일을 준비할 시간.
저녁식사를 하고 바에서 한잔을 같이하며 이곳에 온 서로의 목적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일을 보내는 목적은 다르지만 내일의 목적지는 모두 같은 마추픽추(Machu Picchu).
맑은 날씨를 맞이하기 위해 숙소에서 잘 준비를 해 보았지만,
기대감에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바에서 꾸벅꾸벅 졸던 피로가 내일의 기대감으로 바뀌어 있던 그 시간.
뭔가 대장정의 하루를 끝낸 듯한 오늘 하루를 돌아보고 잊지 않이 위해 기록을 했다.
그리고 불을 끄고 다시끔 지난 50여시간을 곰곰이 복기하며 자연스레 잠이 든 것 같다.
‘내일은 2017년 9월 30일, 나의 생일. 최고의 날씨를 선물로 받기를 원해’
그 마음이 하늘에 닿기를.
‘여행은 만남입니다.’
2017년 휴먼의 남미 여행 No.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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