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기억하다. 휴먼의 2018 유럽여행
얼마 만에 느끼는 이 여유로움인가.
분주하게 짐을 쌀 필요도 없고,
아침 이른 시간부터 호텔 체크아웃을 할 필요도 없는 그런 아침.
오랜만에 아침을 뛸 기회라 뮌헨 시내를 한 바퀴 뛰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뮌헨을 같이 여행 중인 동행이 며칠 남지않은 생일을 축하해 주어 더욱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오늘은 근교인 잘츠부르크를 구경하고 오기로 하였다. 이 동네에서는 바이에른 티켓을 사면 아주 저렴하게 잘츠부르크를 오갈 수 있어 고민하지 않고 2인 티켓을 구매하였다.
역의 플랫폼에 있는 기계에서 구매하였고, 2018년 기준으로 하루짜리 2등석의 가격은 31유로.
( 2020년의 가격은 34유로이다. / 참고 URL LINK : Regional day ticket for Bavaria )
하루의 바이에른 티켓은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유효하며 독일의 바이에른 지역은 물론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까지 오갈 수 있는 티켓이기에 아주 유용하다.
바이에른 지역에서 1~2시간의 거리를 편도로만 오가면 1인당 약 20~30유로 정도의 비용이 드니 말이다.
티켓을 구매한 뒤에 뮌헨 중앙역으로 이동하여 잘츠부르크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싣었다.
잘츠부르크로 이동하는 시간은 약 1시간 40분,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
기차를 타고 국경을 건너가지만, 여권 검사는 필요가 없다.
뮌헨 중앙역으로 이동하여 열차 안에서 먹을 간식을 사고, 잘츠부르크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잘츠부르크는 개인적으로 신기한 추억(?)이 있는 도시이다.
첫 유럽 배낭여행 때 동행 이었던 친구와 잠시 헤어지던 날 우리 둘은 비엔나(Wien)으로 향하는 취리히(Zurich)발 야간열차를 탔었다. 나는 새벽 쯤 잘츠부르크에 내려 맥주의 도시 뮌헨으로 가려 했고, 친구는 그 길로 비엔나까지 가서 여행을 지속하려 했던 날.
자는 친구와 홀로 작별을 하고 새벽 4시쯤 그 큰 열차에서 홀로 내린 후 열차가 떠난 뒤 느껴지는 싸한 느낌.
‘아.. 여권을 놓고 내렸다’.
그 새벽에 역 창구를 지키고 있는 직원에게 손짓발짓으로 설명을 했지만, 이야기가 통하지 않았다. 그 길로 다음에 오는 비엔나(Wien) 행 열차를 타고 가서, 여권을 어찌어찌 찾았다는 마법 같은 이야기.
그 뒤로 잘츠부르크는 나에게 ‘여권을 놓고 내린 도시’로 기억되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잘츠부르크의 역은.
새벽의 그 스산한 느낌과 함께 여권을 잃어버렸다는 절망감이 혼재하는 그런 공간이었다.
당시 알아들을 수 없는 독일어를 역 직원이 이야기했고,
쓸쓸히 다음 열차에 몸을 실었던 그런 역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하지만, 비엔나(Wien)에서 여권을 찾고, 이 도시를 기억에 남기기 위해 다시 찾았을 때
‘아 괜찮은 도시구나’라고 느꼈던 그 기분이 역 밖을 나가자마자 다시금 돌아왔다.
오늘의 일정은 아주 단순했다.
사운드오브뮤직의 여러 음악이 떠오르는 미라벨 정원
가까이 가기만 해도 두 귀가 쿵쾅거리는 느낌의 모차르트 생가
옛 추억을 떠올리기 좋은 호엔잘츠부르크성
이 세 곳이었다.
일단, 잘츠부르크 중앙역에서 방향을 잡고 출발하였다.
미라벨 정원은 미라벨 궁전 앞에 조성된 곳으로, 1690년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졌고 1818년 초 화재로 소실된 곳이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된 곳이다.
나와 같은 세대는 사운드오브뮤직(The sound of Music)의 ‘도레미 송’으로 유명한 곳이며,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러 영화의 향수를 그리는 곳이기도 하다.
방문한 곳을 오랜만에 다시 찾는 건 참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추억이 있는 도시라면 더더욱..
때문에 당시에 사진을 뒤적거리게 되고,
그때의 기억을 소환하게 되며,
그때가 참 좋았던 나날들이었음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
‘그때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며 이 도시를 여행 했을까?’
미라벨 정원을 나와 구시가지로 향하였는데, 날씨가 참 좋았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잘자흐(Salzch)강을 마카르트 다리를 이용하여 건넜는데,
작은 다리 양쪽으로 수많은 자물쇠가 걸려있는 모습이 마치 한국의 어딘가를 연상하게 하였다.
이 작은 다리를 이용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구시가지로 가거나, 구시가지에서 돌아오거나 하고 있었다.
발걸음을 옮기니 배에서 소리가 난다. 밥 달라는 소리, 큰 고민을 하지 않고 다음으로 방문할 예정인 모차르트 생가(Mozarts Geburtshaus) 근처의 식당으로 씩씩하게 들어갔다.
‘아 배고파’
우연히 들어간 곳이지만 메뉴가 꽤 다양했다. 식당의 이름은 ‘Restaurant Zum Eulenspiegel Salzburg’ 한국어로 읽자면 ‘레스토랑 춤 오일렌슈피겔 잘츠부르크’ 정도일까?
오스트리아의 모든 메뉴가 있는 식당 같았고, 식당 내는 꽤 아담한 공간이 층층마다 준비되어 있었다.
꽤 많은 종류의 오스트리아 음식 중에서 고르기는 어려웠지만, 오스트리아의 대표음식 두 가지를 주문하고 보니 배가 다 든든하다.
음식의 맛을 굳이 표현하자면,
슈니첼은 상상한 그 맛이다. 우리말로 ‘아는 맛’
하지만, 잘츠부르크라는 도시가 주는 가점이 적지가 않다.
그냥 맛있다.
린츠 굴라쉬는 오랜만에 적절한 양념이 베어져 있는 맛난 고기를 먹는 기분이었다.
이 또한,
그냥 맛있다.
적당히 덜어 나눠 먹고, 남은 일정에 관해 이야기해 본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맥주와 함께 여정의 흥을 높여본다.
허기를 채우고 나니 다시 여행 욕심이 생긴다. 정신을 차리고 식당 뒷골목으로 향했다.
모차르트가 지내며 수많은 명곡을 만들어 냈던 그곳, ‘Mozarts Geburtshaus’으로 들어갔다.
모차르트의 곡 중에는 개인적으로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들어서자마자 귓가에 그 피아노 운율이 들리는 그 순간이었다.
일본 드라마인 ‘노다메 칸타빌레’(のだめカンタビレ)에서 주인공인 노다메와 치아키 선배가 함께 연주했던 곡으로 드라마에 빠져있을 때도 꽤 많이 들었던 곡이다.
박물관으로 꾸며진 이곳을 둘러보면서, 그의 짧은 생애와 음악을 기억하는 이들과 함께 나 또한 그의 음악과 함께한 추억을 그려보았다.
그리고 박물관을 나설 때는 '뮌헨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보에 협주곡 C장조를 들으리라’라고 다짐을 해 본다.
그런 시간이었다.
뭔가 어울리지 않게, 짧은 예술을 느끼고 온 시간이었지만 그것에 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발걸음은 어느새 ‘호엔잘츠부르크성’으로 조준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녹록지 않았다. 높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만만치 않은 경사길을 오르며 작아지는 도심을 바라보았다.
‘옛날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올라갔었어’라는 라떼생각을 품고 말이다.
물론 어떻게 올라갔는지는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호엔잘츠부르크성은 유럽에서 가장 큰 중세시대 성 중의 하나로 1077년 대주교인 게브하르트 폰 할펜스타인의 명령으로 만들어졌고, 본인의 이익보호를 위해 성을 확장시켰다고 한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이탈리아 죄수들과 나치 전범들을 수용했던 곳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하니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쓰임새가 있었던 곳이다.
성의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과연 이곳이 요새로 지어졌음을 느끼게 해 준다.
도시 곳곳이 훤히 보이지만, 눈으로 보이는 곳에서 이곳을 쉽게 공략하기가 어렵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성내 곳곳에는 이곳에서 생활한 귀족들의 흔적과 이곳들을 지켜낸 이들의 흔적이 고르게 남아있었다.
누군가는 누리고,
누군가는 지키는 그런 곳.
그래서 성이라고 불리지만 요새라고 느껴졌던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나보다.
성의 한 귀퉁이에서 보이는 전경이 눈에 익었다.
과거 이곳에서 사진을 하나 남겼던 기억이 나서 옛 사진을 뒤적거려 본다.
‘그래 이곳이다’
추억팔이에 빠져있기에는 슬슬 뮌헨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려가는 길은 푸니쿨라를 이용하였다.
‘와 금방 내려왔다’
잘츠부르크 중앙역으로 돌아가기 전에 이 지역에서 꽤 유명한 카페 자허(Café Sacher Salzburg)를 가고자 했지만, 대기 시간을 기다릴 여유가 없어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해가 어스름하게 지려고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잘츠부르크에서의 하루도 이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잘츠부르크에서의 하루를 되돌아보며 정신없었던 옛 기억, 그날이 떠올랐다.
이곳에서 여권을 잃어버렸지만, 비엔나까지 가서 다시 찾았고.
다시 찾았다는 안도에 힘이 쭉 빠져 아무것도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로마에서 만났던 이들을 다시 만나, 잘츠부르크로 왔던 그 날.
그리고 그들과 함께 지낸 1박 2일의 시간.
그 시간이 주마등처럼 다시 떠올랐다.
여행이란 그랬던 것 같다.
의외의 일이 벌어져도 의연하게 대처하면 해결할 방법이 생겼다.
포기하려던 순간에 누군가가 나타나 함께 했다.
그 함께한 누군가와 그 찰나의 순간을 아주 즐겁게 여행하였다.
그런 여행이었기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고,
오랜 시간이 지나 기억의 저 멀리에 사라졌어도 다시금 생각의 문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그때 그랬어’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이날의 기억도 오래오래 남아 훗날
‘그땐 그랬지’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지.
다음 날의 또 다른 즐거움에 잠시 묻히더라도 말이다.
2018년 휴먼의 유럽 여행 N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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