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펀딩 더 비기닝 (The Beginning)
#두 번째 팝펀딩 히스토리
2007년 5월 28일
이 날은 팝펀딩 홈페이지가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된 날입니다.
2007년 초 법인 설립부터 몇 개월간 자체적으로 CBT(Closed Beta Test) 방식으로 서비스 테스트를 거친 후 세상에 처음 팝펀딩을 선보였던 이 날의 감격은 9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아마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공감하시겠죠? (물론 서비스 오픈의 기쁨은 오픈 이후 각종 버그로 인한 밤샘 작업과 비례하는 것 까지 T.T)
암튼 그렇게 팝펀딩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혁신적인 서비스를
오픈하다니
하지만
전 직원이 들떠있었던 서비스 오픈 다음 날인 5월 29일
전~혀 예상치 못한 기사를 접하게 됩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212631.html
우리 보고 대부 거간꾼이래
야심 차게 시작한 서비스인데 시작과 동시에 이런 예상치 못한 언론의 반응을 보게 되니 맥이 빠지더군요.
팝펀딩은 서비스 오픈 당시 대출자는 대출금액을 100만 원, 200만 원 2가지 중 한 금액으로만 신청이 가능하고 투자자는 1건의 대출건에 2만 원만 투자할 수 있는 룰을 적용하였습니다. 바꿔 말하면 100만 원을 빌리기 위해 50명의 투자자로부터 빌려야 하고 200만 원을 빌리기 위해서는 100명의 투자자에게 빌려야 했던 것이죠. 여기에 한 명의 투자자가 1년간 빌려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200만원 이었습니다.
관련 당국에서는 '미등록 대부업자가 일반 개인을 상대로 돈을 빌려주지 못하도록 한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다'고 했는데 당시 대부업 법에는 '대부를 업으로 하는 자가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음에도 정작 대부업자에 대한 정의는 상당히 모호한 상황이었습니다.
1명의 대출자에게
2만 원을 빌려주는 사람을
대부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결국 긴 논란 끝에 2008년부터 팝펀딩은 저축은행 제휴모델을 찾아냈고 금융당국의 질의 답변을 통해 현재까지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당시 이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는 대부업의 실태를 담은 한 편의 드라마 때문이기도 했는데요.
바로 팝펀딩이 서비스를 정식으로 오픈하기 2주 전인 2007년 5월 16일부터 방영된 '쩐의 전쟁'이라는 드라마입니다. (전 요즘 박신양 씨만 봐도 2007년 당시가 생각이 납니다. T.T)
당시 이 드라마의 영향력은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방송 시작 3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했고, 6월 둘째 주에는 무려 35%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으니깐요. (최근 크게 이슈가 되었던 '태양의 후예'의 시청률과 맞먹는군요)
https://ko.wikipedia.org/wiki/%EC%A9%90%EC%9D%98_%EC%A0%84%EC%9F%81
사채업에 대해 정면으로 다루고 비정상적인 대출과 빛 독촉을 일삼는 면까지 모두 드려냈던 이 드라마로 인해 당시 66%였던 대부업 최고금리가 연 49%로 인하되기도 했으니 이 드라마의 파급력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최고금리 연 66%
네. 대부업체에서 연 66%의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야 하는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믿어지지 않는다고요?
그럼 이영상을 끝까지 봐주세요.
2007년을 정리하다 보니 문득 사업 초기에 사장님께서 직원들에게 해 주신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세상에는 힘든 사업이 2개 있습니다.
첫 번째는
관련 법을 만들거나 바꿔야 하는 사업
두 번째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야 하는 사업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는 둘 다입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왕 이런 사업에 뛰어들었으니 뭐 어쩌겠습니까? 즐겨야죠.
그렇게 묵묵히 우리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갔고 정확히 2년 후인 2009년 5월에 팝펀딩을 '대부 거간꾼'이라고 했던 그 언론사에 정반대의 기사가 실리게 됩니다. (참고로 2009년 당시 팝펀딩은 '원클릭'이라는 이름으로 잠시 운영되었습니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4927.html
그렇게 2년 만에
대중의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9년이 지난 지금 팝펀딩의 P2P금융은 '대부 거간꾼'이 아닌 '핀테크'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려집니다.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변했고 이젠 관련 당국에서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2007년 당시
'바꿀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시작했던 무모한 도전이 실제로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된 것이죠.
팝펀딩은 아직 갈 길이 멀고 해야 할 일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바꿔 나가야 할 것도 더 많습니다. 그래서 팝펀딩(popfunding)에는 '~ing' 가 있습니다.
2016년 4월
오늘도 팝펀딩은 진행형입니다 :)
덧) 마지막으로 2007년 6월 2일 팝펀딩 대표님께서 직접 회원들께 전달하기 위해 자유게시판에 작성했던 '운영자의 편지'를 소개해 드리면서 두 번째 팝펀딩 히스토리를 갈무리하겠습니다.
최근 방송이나 언론에 저희가 노출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저희의 의도나 취지는 소개가 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대부업의 한 가지 형태 정도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아 저희가 왜 이런 사업을 하게 되었는지 회원님들께 다시 한번 안내하여 드리고자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신용등급 7급 이하인 분들의 숫자가 720~750만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신용 등급 7등급 이하면 제도권 금융기관에서는 담보 없이는 대출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여기 해당이 되시는 분들이 갑자기 돈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대부업체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등록 대부업체에서 적용하는 최고 금리는 66.5%입니다. 이렇게 높은 금리를 지불하면서도 금리를 낮추는 문제에 낮출 수 없다는 의견들이 팽배해 있습니다. 대부업체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첫째, 대부업체의 평균 조달금리(빌려줄 돈을 빌려오는데 내는 금리)가 12~20%입니다. 대부업 자체를 위험도가 높은 산업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상당히 높은 금리를 지불하고 자금을 조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 길거리 같은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출광고들은 거의 대부분 돈을 빌려주는 주체가 광고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업의 사업구조상 돈을 쓰려는 소비자와 돈을 빌려주는 대부업자를 연결해 주는 대부중개업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의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나가는 금액이 대출금액의 5-1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합치면 17~30%가 됩니다. 이 금리는 66.5%에 그대로 반영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즉 대부업체의 수익구조를 들여다보면 일반적인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발생하는 운영비등의 고정비용을 차감하고 디폴트 될 위험에 따른 리스크 비용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이자율을 하락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다는 것입니다.
저희가 이 서비스를 착안하게 된 점도 이러한 맥락에서 출발합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고리의 대부업을 완전경쟁 시장화시켜보자는 것입니다. “조달비용과 중개비용이 존재하지 않는 시장” 조달금리가 필요 없는 자기자본을 가진 사람들이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자금 수요자에게 직접 공급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현재 66.5%의 금리로 자금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절반 수준의 금리로도 자금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구나 하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시고 '그건 알겠는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이러한 내용이 현재 신용등급이 낮지 않은 분들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 지를 설명드리겠습니다.
A라는 분이 계십니다. 이분의 연소득은 2천만 원입니다. 이분은 현재 은행에 천만 원의 부채가 있고 대부업체에 천만 원의 부채가 있습니다. 대부업체에서 이분에게 적용한 이자율은 66.5%입니다. 이분이 대부업체에 상환해야 하는 금액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1665만 원입니다. 그럼 연소득에서 그것만 빼도 사실상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결국 이분은 고민 끝에 법원에 '개인파산' 신청을 합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냐 라고 반문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재 이 이야기처럼 총 부채 2천만 원,3천만 원 때문에 개인파산 신청하시는 분들이 한두 분이 아닙니다. 이렇게 되면 은행이 가지고 있던 채권 천만 원도 휴지가 되어 버립니다. 이런 식으로 제도권 금융기관이 부실화되면 결국 국가가 나설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리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게 됩니다. 다 아시죠? '공적자금 투입'..... 이렇게 되면 결국 지금 저신용등급에 계시는 분들의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로 바뀌게 되는 겁니다. 우리 모두의 세금으로 해결을 해야 하는 거니까요... 이것이 빌려주기를 희망하시는 회원님들 중에 지금 신용등급이 낮지 않으셔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셔야 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저희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써 이 서비스를 내놓게 된 이유입니다.
종종 총 투자금 2백만 원으로 수익을 얼마나 낼 수 있겠냐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맞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셔서 생활수준이 바뀌거나 하는 일은 절대로 생기지 않습니다(그런 분들은 등록증 받으시고 대부를 업으로 하셔야겠죠). 저희가 여기서 투자하시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것은 '상당한 금전적 이익' 이 아닙니다. 저희가 여기서 돈을 빌려주시고자 하는 회원님들께 드리고 싶은 것은 어려움에 처해있는 이 사회의 다른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와 사람들이 뭉치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지를 몸소 체험하게 되는 '행복감'입니다. 이자로 얻어지는 수익은 좋은 일 하시고 받으시는 '상' 정도로 이해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 2007년 6월 2일 팝펀딩 운영자의 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