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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최윤석 Dec 15. 2019

후회하지 않는 결정을 만들게 도와준 스타트업 4년의경험

너 자신을 알라. 자기객관화라고 쓰고 자기 분수를 안다고 읽는다.

방송연예과를 졸업했어요. 전공이 도움이 된 게 있을까요?

김유라 : 방송연예과는 대개 연예인 되려고 들어오거든요. 하지만 말씀드린 대로 저는 자기객관화가 잘 되어 있어서, 입학하자마자 연예인 깜냥이 아니다 싶었어요. 같이 학교에 들어온 사람들하고 경쟁이 안 되겠더라고요. 무대에 서는 걸 배우는 것과, 실제 카메라 앞에 설 기회를 주는 건 다른 이야기잖아요. 빠르게 욕심을 접고 연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연출에 두던 관심이 영상으로 전환 되면서 공모전에도 많이 나가고요.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긴 했을 거예요.


출처: http://ch.yes24.com/Article/View/39024


얼마 전, 박막례 할머니를 인터뷰 기사에서 손녀 김유라 PD의 언급 중 인상깊었던 부분 중 하나였다. 내 눈에 가장 크게 들어온 키워드는 '자기객관화'란 단어였다. 나는 이 말을 자기객관화라고 쓰고 자기 분수를 잘 알아야 한다라고 읽는다. 서양 베스트셀러인 성경의 유명 저자 중 한 명인 바울은 "자족하기를 배웠노니"라고 말했다. 자기 강점 뿐만 아니라 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지만, 성공의 가장 기본이 되는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멋진 CEO가 되는 것이 목표였으나, 아쉽게도 내 성향 상 잘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난 CEO를 옆에서 돕는 CGO (혹은 CSO)와도 같은 성격에 가깝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그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아직 정확히 언어화하진 못했다. 내가 비저너리(Visionary)이기보다는, 현재 혹은 미래의 문제/기회 속에서 더 나은 대안을 선택하고 추진하는 실행 과정에 더 강점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군대로 비유하자면 본진의 총 사령관보다, 정예부대와 함께 적의 후방을 치는 돌격대장과도 같은 성향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회사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을 때는, 마치 내 스스로 그 모든 걸 달성한 것 같았고, 회사를 나가서 혼자 해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을 가졌었다. 하지만 당시엔 나에게 회사의 인프라가 갖춰진 상황이었고,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루기 힘든 결과임을 알기 힘들었던 듯 싶다.

그래서인지, 퇴사 후 개인 창업을 하려고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실행해 보고자 했으나, 종국에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 회사에서 신사업 혹은 사내벤처를 추진할 때 가장 성과를 내는 타입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환경에서 제일 best performance가 나는가. 내가 경험해 본 바로는 아래 3가지 포인트가 내가 발견한 나의 성향이자 강점임을 깨달았다. 첫째, 제네럴리스트. 나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가지는 편이다. 하나의 특정 업무, 기능, 분야에만 갖혀 생각하고 그것만 하는 것을 너무나도 답답하게 여긴다. 그래서 PM역할을 담당하면서도 마케팅, 그로스, 프러덕에 대해 다방면으로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했다. 그렇다보니 특정 업무의 상위 1%를 지향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영역의 상위 20%를 지향하자는 주의로 생각을 바꿨다. 주변에서 특정 분야만 굉장히 잘하는 분들을 볼 때마다 부럽고, 열등감을 느꼈던 적이 종종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렇게 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내가 그들과는 전혀 다른 성향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했다.


둘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혼자 일하기보다 프로젝트 팀을 과업을 분배하고 프로젝트를 리딩하는 역할을 할때, 최적의 성과를 내는 편이다. 처음에는 혼자 프리랜서 역할을 하시며 잘 나가는 분들을 볼 때, 나도 저렇게 해야 돈을 많이 벌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혼자 일하는 걸 편하게 느끼는 individual contributor의 성격보다 여럿이서 아이디어를 함께 핑퐁해 가며 발전시키는 걸 즐기고 편하게 느끼며, 그 과정을 리드할 때 성과를 낸다는 것을 발견하고 인정해야 했다. 물론 사이드잡으로 컨설팅 업을 잠시 했던 경험에 기반해 얻은 결론이었다. 개인으로 움직이는 컨설턴트를 빠르게 접게 되었다. 


셋째, 새로운 걸 빌드업할 때 굉장히 몰입해서 성과를 내는 편이다. 루틴한 업무 운영보다도 없던 걸 기획하고 빌드업해서 특정 목표를 달성시킬 때 가장 큰 재미와 보람, 성취감을 느낀 것 같다. 단순히 옆에서 컨설팅해드리고, 조언해 드리는 역할은 스스로 당최 재미도 못 느끼고, 성과도 크게 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에이전시나 컨설팅보다는 인하우스에서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라는 걸 알게 되자, 커리어 결정이 보다 쉬워지고 명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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