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욕의왕 Nov 04. 2016

잠에서 깨어날 때

하... 망했다

   혁신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혁신적인 것처럼 들리지는 않지만 세상은 여전히 크고 작은 혁신들로 인해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최근에 느낀 혁신은, 아니나 다를까 이 시대 최고이자 최상의 혁신 아이폰에서였지요. 애플은 우리들의 수면 행태와 기상 방식을 변화시키고자 했을겁니다. 일일 수면 시간을 설정하면 수면을 취해야 하는 시간에 알람이 울립니다. 20분 뒤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식으로요. 언제나 고달프고 괴로웠던 기상 순간도 변화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경보기', '구식 자동차 경적'처럼 귀를 찢는 소음이 아닌, '여명', '반짝이는 눈' 같은 이름의 우아하고 고상한 음색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 애플이 저-만큼 앞서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안자냐!" 외치는 엄마아빠의 잔소리보다, 갤럭시나 뭐시깽이나 하는 이 땅의 혁신기업들보다요.

   전 모든 기상-사운드를 두 번씩,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한 뒤 모든 것을 신중하게 설정했습니다. 수면 시간 7시간, 기상 시간 7시 30분, 기상 사운드는 고상한 선율의 '헬리오스'. 자, 내일 아침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혁신적, 인간적, 미래적 기상으로 시작되리라! 그리고 눈 뜨니 열시. 일어나자마자 제일 처음 뱉은 말은 시bal, 망했다.

   새벽 세 시에 퇴근하는 자에게 고상한 헬리오스-식 기상은 가당치 않은 것이었겠지요. 순실국 국민의 지친 고막을 두드려 깨울 수 있는 건 아무래도 가열찬 '개 짖는 소리' 정도는 되어야겠지요.


작가의 이전글 서른 일곱 살 워크맨 아저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