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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욕의왕 Jan 03. 2017

2017

그냥 좀 이랬으면 좋겠다

 어차피 서른이었고 이제 만으로 서른이다. 집에서 혼자 치킨 시켜먹다가 다들 결국 혼자였던 친구들이랑 모여서 서로 한 마디씩 해주는 마지막 날을 보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는 건 그냥 노래고, 그런 의미는 말하고 쓰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래서 한마디씩 하는 친구들을 영상으로 찍었다. 이건 내년이 오면 다시 보겠지. 그러니까 사진첩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냥 찍고, 캡쳐해 놓는 것을 무척 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냥 모아놓고 정리하지 않는다. 떠올리는 것보다 곱씹는 일이 훨씬 어려운 까닭이 여기 있다. 사진을 보면서 작년은 그렇게 보냈으니, 올해는 이렇게 보내야지하고 생각했다. 아니, 그냥 좀 이랬으면 좋겠다 싶다.   

작년에는 유명한 사람들이 더럽게 많이 죽었다. 유명하지 않은 사람들은 더 많이 죽었겠지만, 솔직히 좀 천천히 죽어도 괜찮지 않나 싶다. 세상에 괜찮은 것들이 너무 빨리 사라진다. 더이상 '정유년이 와서 정유라가 어쩌고' 하는 말장난을 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정유년이 아니라 그냥 2017년이었으면 좋겠다. 신죠 나오키가 사이버 포뮬러 그랑프리를 우승하는 2017년은 시스템 그러니까 합리로 돌아가는 세상이리라. 왕조의 언어 대신 공화국의 언어를 쓰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들은 왕이 아니고 우리는 시민이기 때문이다. 말을 잘 못하는 정치인의 진심을 착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그냥 아무것도 아니다. 프로 불편러 같은 단어는 우리 인간적으로 쓰지 말자. 씹선비니 설명충이니 하는 단어보다 훨씬 더 폭력적인 단어라고 생각한다. 입을 막지 말자.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만 생각해보자. 대신 제발 서로에게 관심을 조금씩 줄이는 한 해를 보내자. 개인은 개인으로 위대하다. 그리고 위대한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통과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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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 제가 고른 작년의 사진들을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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