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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ha Oct 01. 2020

새로운 앱, 새로운 경험

이사 준비

추석 연휴, 한글날 연휴를 생각하니 이사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마음처럼 진도를 낼 수가 없다. 이사철이라 일찍 움직여야 한다는데, 잘 모르는 내가 봐도 한참 늦은 타이밍.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데, 나 하나 건사하기 위해 팀 멤버들, 친구들의 재능 기부가 이어졌다. 덕분에 조금씩 나도 알아듣는 말들이 늘어나고, 링크에 링크를 타고 들어가 새로 발견해내는 것도 생겼다.


특히, 그동안 쓸 기회가 없었던 신규 서비스들을 접하며 새로운 경험에 빠져들고 있다. 정보 접근성도 낮고, 현금 영수증 없는 현금 결제가 대부분인 이 시장은 정말이지 적응하기 어려운데, 기존 이해관계에 변화를 일으키는 시도를 접하니 반갑기 그지없다. 그래 이거지!!!


눈뜨면 오늘의집, 자기 전에도 오늘의집


셀인 초보에겐 꼭 필요한 앱이다.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고, 상품 정보까지 구할 수 있다. 무엇보다 '노하우' 메뉴에 들어가면,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기초 내용부터 실전 활용 꿀팁까지 이해하기 쉽게 정리돼 있다.


마루는 차분하고 따뜻한 느낌의 나무색이면 좋겠는데 대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오늘의집 우드톤 컬러칩이 날 구원했다. 이제 '오크, 티크, 월넛 계열로 보여주세요'라고 깔끔하게 말할 수 있다. 원목마루-강마루의 장단점, 합지-실크벽지의 차이를 좀 더 자세히 알게 됐고, 시공 전후에 체크해야 할 게 뭔지도 알게 됐다. 몰딩과 걸레받이의 이해관계도 완벽히 이해 끝! 공사가 끝날 때까지, 아침저녁으로 오늘의집은 필수템이다.


설렘반 불안반으로 기대 중인 하우스텝


대강의 공사 일정이 나왔고, 도배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도 정했다. 공사 중간자 역할을 맡으실 감독님이 업체 소개도 가능하지만, 직접 방산시장에 가면 비용을 많이 절약할 거라고 귀띔해 주신다. 그럼 또 내 귀가 팔랑거리지. 도대체 방산시장은 어딨는 거지. (내가 이 정도였다. ㅠㅠ)


감독님께 미리 업체 선정 팁도 얻었다. 문/몰딩 공사가 있으니 기초작업(퍼티)까지 감안해야 하고, 세부 견적을 받아서 몇 명이 들어오는지를 체크하라. 들은 대로 꼼꼼히 따져봤지만, 비용은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현장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니, 어쩌면 그냥 감독님 통해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무엇보다 오늘의집 '온라인 방산시장' 메뉴에서 업체별 후기를 보니 이건 뭐 복불복 릴레이다. 현장에서 줄담배를 피워 당황했다, 뒷정리까지 꼼꼼했다, 군데군데 벽지가 울어서 펴지질 않는다 등등. 업체 상담이 아무리 친절하고 나이스했어도, 중요한 건 현장에서 직접 작업하시는 분이다. 업체가 그분들의 작업 퀄리티를 보장하지도 않고, 나도 그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 수 없다. 정말 운에 맡겨야 하는 걸까.


그 와중에 하우스텝을 알게 됐다. 마침 쇼룸이 단골마트 위층에 있어, 장 보는 김에 들러 견적 상담을 받았다. 방산 시장보다 인력이 1명 줄어들지만, 감독님 의견으론 그 정도 인력이면 문제없을 것 같단다. 자, 그럼 3가지 방식(감독 통하는 방식, 방산시장 직접 계약, 하우스텝) 중 비용은 제일 저렴하지만 큰 격차는 아니다.


차이는 여기서 시작된다. 하우스텝은 일정 경력 이상의 기준을 충족한 시공 파트너 pool을 갖고 있단다. 고객 후기를 바탕으로 작업 품질도 계속 평가하고 관리한다는데, 그래서인지 나쁜 후기를 찾기 어려웠다. 견적 비용은 부가세 포함이며, 당연히 추가 금액 없이 현금 영수증이 발급되고 카드 결제도 가능하다.


그래 이거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놀이를 하다가 집으로 복귀한 기분이다. 하우스텝, 너로 정했다. 전체 공사에서 거의 마지막 단계인 도배 작업! 과연 어떨 것인가. 두근세근 개봉박두!


UX에 반했어, 짐싸


인테리어의 세계가 너무도 넓고 깊어, 그보다 훨씬 서둘러야 하는 이사를 놓치고 있었다. 이사가 보름도 안 남았네?!! 뭐부터 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늘 그렇듯 녹색창에 뻔한 글을 입력했다. '이사 추천'


쓸만한 정보가 나올 리 없지만, 그래도 나 같은 초보는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몇 개 글을 보다가, 짐싸 두 글자가 눈에 띄었다. 버리는 짐이 대부분이라, 큰 짐은 거의 없는 내게 딱일 것 같았다. 일단 앱을 다운로드해볼까.


가입절차 간편하고(첫인상 굿), 이사 날짜와 장소 입력 무난하고(호감), 집 정보를 입력할 차례. 신세계가 펼쳐졌다. 직관적이고 간편한 이 UX는 뭐다?!!! 여기서 이미 난 홀딱 반해버렸다.


간단하게 짐 정보 입력을 끝내고, 특이사항(보관이사 등)을 메모 달아 올리니 잠시 후에 폰이 띠링띠링 울려댄다. 기사님들의 견적이 상당히 빠르게 도착했다. 최대 5명까지 받을 수 있는데, 금세 5명 완료. 기사님들의 기존 이사 건수, 별점/줄글 리뷰도 확인할 수 있다. 견적은 생각보다 편차가 꽤 컸다. 한 분씩 컨택해서 특이사항이 다 반영된 견적인지 확인하고 기존 리뷰까지 고려해, 그중 가장 합리적이고 친절한 분께 이사 예약을 마쳤다.


이 경험의 본질은 방산시장<>하우스텝의 차이와 같다. 내가 함께 일할 분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가? 중개업체가 최소한의 사전 검증과 사후 관리를 맡고 있는가? 다른 IT 서비스들이 그러했듯, 작업하시는 분들의 경험 또한 크게 개선됐으리라 나는 확신한다.


오랜만에 다시 느낀 덕질의 설렘, 당근마켓


추석 연휴 첫날, 짐 정리를 시작했다. 미니멀라이프까진 어렵고만 이 기회에 조금이라도 정리를 해보고 싶다. 가장 먼저 손이 간 것은, 내 오랜 덕질의 흔적들이다.


그대로 두면 또 그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이 물건들이 없어도 의미는 남아있을 거란 생각에 일찌감치 마음을 정했었다. 버리는 것보단,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 가면 좋겠다. 얼마 만에 열어보는 것들인지. 하나씩 꺼내 먼지를 털어내고, 잠시 기억 속으로 타임머신도 탔다.


사진을 찍어 당근마켓에 올렸는데, 무서운 속도로 메시지가 도착한다. 지금 당장 달려오겠다는 메시지다. 1시간 만에 판매 완료. 물건을 챙겨들고 직거래 장소로 나가는 내내 얼떨떨했다. 뭐지? 왜 인기가 있는 거지? 물론 이게 당시에도 구하기 어려웠던 한정판이긴 하지만, 중고나라에도 심심찮게 요즘 올라오는 거 아닌가? 대체 뭐지?


10여 년 동안 내 책장을 차지하고 있던 것들은 그렇게 3시간 만에 4명의 구매자들에게로 흩어졌다. 짧게 마주한 구매자들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다른 거 예약 불발되진 않았어요? 제가 찾던 건데...", "근데 이거 언제 어떻게 구하셨어요?", "(물건 확인해보셔야죠? 하던 나의 말에) 맞겠죠~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설레고 기뻐하는 그 표정이 뭔지 너무도 잘 안다. 쇼핑백을 안고 가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그들의 이후 행동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본, 익숙하고 그리운 감정이다. '덕'의 경지에 오를 만큼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무언가를 좋아할 수 있다는 건 꽤 행복한 일 아닌가. 나의 덕질은 끝났지만, 덕의 마음으로 삶을 살고 싶다.


버리지 않길 잘했다. 이사하면서 버리려고 했던 다른 물건들도 이참에 당근마켓에 올려봐야겠다. 덕의 전리품이 아니라 오늘 같은 감동은 없겠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물건일지 모르니. 첫 중고물품 판매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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