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나는 산만한 아이였다. 진득함이나 꾸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 가지 일을 시작하면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왔고 으레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덕분에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 보긴 했지만 나는 이것이 내가 가진 가장 큰 단점이라 생각했다.
나는 유학생활을 했다. 춥고 밤이 긴 모스크바 땅에 고독은 몰아치는 현실이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그만큼 많았다. 그 시간은 각자의 가치에 따라 다르게 사용된다. 돌이켜보면 나는 내가 누구인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와 같이 인생의 본질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 것 같다. 책을 읽고 여행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등 여러 가지 경험을 했지만 결국 그것들은 내 주체성을 찾아가는 과정과 결을 같이 한다.
산만했던 그 아이는 이제 초지일관하는 자세가 조금은 갖춰졌다. 단점을 고치려고 노력한 게 아니다. 그저 주체적 삶을 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기저에 두고 내가 누군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몇 가지 찾게 되었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은가?
좋아하는 것들 중 하나가 글쓰기다. 사실 나는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아이였다. 산만했으니 무게를 담아 글을 쓸 수 없었던 건 당연한 일이다. 내가 글쓰기에 관심을 두게 된 건 나를 표현하고 싶다는 간단한 이유에서였다. 누구는 현악기의 선율로, 또 누구는 의미심장한 그림으로, 또 누구는 화려한 말솜씨로 자신을 표현한다. 현대에 와서는 표현 방법의 범위가 더 넓어졌으니 다 나열할 수도 없다. 나는 나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펜 한 자루를 선택한 것이다. 잘만 표현하면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참 매력적이다.
표현하고 싶다는 건 창작욕과 연관이 있다. 나는 늘 무언가 만들어내는 것에 갈증을 느낀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어쩌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닐 수 도있다. 종이와 펜만 있으면 가능하니까. 거침없이 변화하는 세상에 온고보단 창신이 내 본령이라 생각한다. 더 읽고 더 쓰고 더 가치 있는 것들을 만들고 내고 싶다.
2016.03.12
글_김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