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탈 때마다 누군가 떠오른다. 자전거를 잘 타게 됐다고 느낄 때 떠오른다. 여전히 못 탄다고 느끼면 떠오른다. 인도에서 벨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떠오른다. 차도를 달리면 떠오른다. 자전거도로는 모두 비슷하게 생겨서 떠오른다.
시에서 빌려준 자전거를 타면서 집 앞에 세워둔 자전거를 생각한다. 비가 오는 날마다 누가 자전거에 우산을 씌워준다. 커다란 우산일 때도 있고 바람에 날아갈 3단 우산일 때도 있다. 가랑비 오는 날에도 씌워준다. 우산 속에서 반쯤 안전해진다.
차라리 자전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똑바로 가도 자전거이고 휘청거려도 자전거라서. "자전거라서 그래." 하고 말면 되니까. 앞이 막히면 벨을 울리면 되니까. 집 앞에서 쉬다가 비 오면 우산을 가지고 나오는 사람을 볼 수 있으니까. 그게 아니라면 내 일 없이 대여소에 맡겨졌다가 서울의 이쪽 역에서 저쪽 역으로 옮겨 다니면서 구경하고 싶다.
최대 기어 겨우 3단으로 빠르게 달린다. 빠르게 달려서 떠오른다. 느리게 달리면 떠오른다. 자전거를 탈 때마다 떠오른다. 걷는 것보다 자유로운 기분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