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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웨터필름 Nov 29. 2022

엄마는 어떻게 나를 매일 사랑해?


'엄마는 나를 왜 사랑할까’

‘엄마는 왜 항상 나를 보고있어?’

그런 글이 적힌 그림책을 샀다. 거기 나오는 엄마 해달이 우리 엄마 같았다.


환갑이 다 되어가는 엄마한테 그림책 선물이라니. 바보 같아서 엄마 주려고 샀던 걸 한참 책장에 꽂아놨다. ‘엄마, 있잖아’라는 책 제목처럼 내 마음도 책장 속에서 머뭇거렸다. 혼자 사는 집에 엄마가 오던 날에는 엄마가 발견할까 봐 서랍에 숨겨두기도 했다. 명절날 엄마한테 줄 게 생겨 이 마음, 저 마음 담아 꾸러미를 만들어 조금 덜 민망한 모양새로 책도 챙겨 넣었다. 산 지 1년 반 만에 주인을 찾아갔다.


그날 밤 통화로 엄마는 “네가 준 책을 보고 왜 이렇게 눈물이 나던지.” 말했다.

“그게 눈물이 났구나.” 울 수 있는 내용이라고는 생각 못 했다. 엄마 마음을 나는 가늠할 수 없다.


책이 내 손을 떠난 것도 작년 추석 일인데 요즘따라 아기 해달과 비슷한 물음표를 떠올린다. ‘엄마는 어떻게 나를 매일 사랑해?’ 머릿속에 맴도는 말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게 어려워 그런가. 나는 매 순간 사랑하지 못하는 나를 엄마는 어떻게 계속해서 사랑할까. 내가 강아지를 떠올리는 마음과 비슷한 걸까. 하지만 나는 강아지가 주인을 바라보는 것처럼 엄마를 바라보지 않는다. 엄마는 나한테 항상 사랑한다 말하지만 '나도'라는 간단한 대답조차 하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하루에 백 번도 더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 더 미안하다.


외할머니에게 치매기가 생겼다고 한다. 초기 단계여서 약을 먹으면 괜찮다고 한다. 그 얘기를 전하며 엄마는 할머니가 아기 같다고 안아주고 싶다고 했다. 엄마는 누구를 잘 가여워하고 안아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구나. 내가 자주 느끼는 그 기분을 잘 느끼는 사람이었구나. 오랜만에 할머니 댁에 놀러 가, 할머니를 안아주는 엄마를 보고 나서 알았다. 내가 누구에게 사랑을 말하고 누구를 안아주고 싶어 하는 거 엄마를 닮은 거라는 걸. 그럼 나도 엄마가 된다면 그땐 알게 될까. 엄마는 어떻게 나를 매일 사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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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엄마 환갑에 편지를 못 했다. 나이 들수록 엄마 아빠한테 편지 쓰는 일이 낯부끄럽다. 여름에 써둔 글이 있어 환갑을 기념하며 여기 남겨둔다.

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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