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act Jan 02. 2016

비상구

기댈 존재를  당연시하는 그대에게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 관심도 없었는데 불안한 순간이 오면 찾게 되면 비상구. 비상구 같은 존재가 있다. 평소에는 그 존재가 너무 당연해서 찾지 않지만 마음이 어려울 때는 꼭 찾게 되는 안전지대. 누군가에겐 가족, 누군가에겐 친구일 수도 있다.


학창 시절에는 자연스럽게 늘 안전지대 안에서 보호를 받으며 지내 왔던 것 같다. 항상 안전했기 때문에 안전한 줄도 모르고 있었다. 어느 날 나를 지탱해주던 비상구 친구가 내게 비상구가 되어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안전해서 한 번도 위험을 느껴보지 못했던 나는 그 신호를 무시했고, 결국 그 친구를 잃었다.


당연히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존재가 부재할 때, 우리에겐 엄청난 상실감이 찾아온다.

출처 : indivisualplay.com 신은정

외로움을 느끼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 질 때면, 내가 외면했던 그 친구가 떠오른다. 어두운 밤, 세상에서 혼자만 있는 것 같았을 그 밤. 깨어진 가정에서 상처받아 울고 있는 여고생이 손을 뻗을 수 있었던 건 친구밖에 없었을 것이다. 손을 뻗었지만 비상구는 없었다는 걸 알았을 때 얼마나 그 소녀는 비참했을까.


나이가 들면서 크고 작은 생체기들이 생겼다. 아파서 비상구를  찾아갔는데 그 비상구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밤에 친구가 겪었던 상실감을 그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왜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걸까? 비상구의 문이 잠겼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너무 오랫동안 찾지 않아 녹이 슬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고장이 나진 않았는지, 녹이 슬진 않았는지 잊지 말고 돌보아야 한다. 사고가 나서 비상구를 찾았을 때 그곳이 폐쇄되어있다면  어쩌면 더 큰 충격에 휩싸여 일어설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소중한 존재들은 내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나를 나답게 유지시켜주는, 힘이 되어주는, 안식처 같은 사람들에게  가서 전하자. 나도 그들을 잊지 않았다고 표현하자. 나 또한 그들이 언제든 기댈 수 있는 비상구가 되어주자.



201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벌써 두  번째 해가 트려고 하네요! 새해에는 나를 유지시켜주는 비상구 같은 존재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문자보다는 편지로, 전화보다는 만남으로 '사랑한다''고맙다''널 응원한다'고  말해주세요.


2016년에는 모두가 안전한 한 해가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를 위로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