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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먼 Feb 04. 2019

#07 선명하지 않으면 어때

공감 가능한 음색, 박솔지의 플레이리스트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

My Favorite Things -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작은 책방에서 열린 독서 모임이었다. 모두 서로 처음 보는 사이인지라, 어색한 침묵이 책방 안을 가득 메웠다.


모임의 주최자인 책방 주인장이 등장하자 그제야 다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비닐봉지에서 캔커피와 맥주를 꺼내 놓았다.


“저희 책방에는 자기소개의 규칙이 있는데요. 나이와 소속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고 자신을 소개해주세요.”


간단한 규칙 같지만 쉽지 않았다. 우리는 늘 “저는 OO살이고요, 회사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와 같은 형식의 자기소개가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두 가지 정보값을 빼고 나니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취향과 관심사는 한 사람에 대해 나이나 직업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어쩌면 이것이 <시네필의 초상> 인터뷰를 시작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이 사람의 진면모를 더 잘 알게 되지 않을까?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 헤아리는 사진기


일곱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 박솔지는 <시네필의 초상> 인터뷰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동규 작가의 절친한 친구다. 내가 동규에게 들은 그녀에 대한 정보는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뿐이었다.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대화로 시작해서 얼마나 새롭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설렘 반 걱정 반이었다. 이렇게나 아무런 사전 정보 없는 인터뷰라니!


월요일 저녁, 퇴근 후 한 서점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 역시 우리만큼이나 걱정이 많은 표정이었지만 이후 이어진 대화는 공기처럼 편안하고 즐거웠다.


# 너와 나의 다를 바 없는 삶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퇴근 후에 보통 저녁시간은 어떻게 보내세요?


집에 가서 미드나 드라마를 보면서 저녁을 먹고요. 남은 시간에는 공부를 조금씩 하고 있어요.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고, 그 외에는 여러 가지 관심사를 기웃거리는 중이에요.


평일에 영화는 잘 못 보시나 보네요?


아무래도 드라마에 비해서 영화는 제대로 각을 잡고 봐야 할 것 같아서, 잘 안 보게 되더라고요.


드라마는 어떤 작품들을 주로 보시나요?


요즘엔 당연히 <SKY 캐슬>을 챙겨보고 있고요. (웃음)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를 좋아해서 많이 보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정유미가 출연했던 경찰 드라마 <라이브>나 고현정이 나왔던 <디어 마이 라이프>를 재밌게 봤죠.


이때만 해도 <SKY 캐슬>의 결말을 예상 못했다. ⓒ 헤아리는 사진기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를 좋아하시는군요?


네, 몇 편 보다 보니 알게 된 매력인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삶의 이야기에서 드라마적인 요소를 콕콕 끄집어내는 점이 참 좋아요.


<라이브>에서는 초반에 주인공들이 먹고살기 위해 노량진에서 경찰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이 나오거든요. 누구나 아, 하고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죠. 이후에 나오는 경찰들의 이야기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다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삶이라는 점도 좋았고요.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그려내는 엄마와 딸의 관계도 좋았어요. 딸들은 엄마의 강한 모습, 약한 모습, 위대한 모습이나 못난 모습도 다 보고 크거든요. 그래서 서로 가장 친한 친구가 되기도 하고요.


드라마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등장인물의 이야기 속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거나, 우리 엄마나 친구들처럼 내가 아는 누군가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이 좋아서 계속 보게 되죠.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속 엄마와 딸. (사진 출처 : tvN)


박솔지의 플레이리스트 01 : Carry me - 드라마 <라이브>  

2년 차 신입사원이라 삶의 무게를 운운하기엔 아직 병아리지만, 그래도 누구나 출근길은 힘들잖아요? 저의 출근길과 <라이브>에 나오는 시보 3인방의 모습이 겹쳐 보이면서 사회초년생들이 느끼는 삶의 무게에 많이 공감했거든요. 이 노래가 그 무게감을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원래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 매체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취직을 하기 전까지는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관심을 많이 가졌던 거 같은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영상 콘텐츠를 많이 본 편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원래는 어떤 영상을 만들고 싶었어요?


어릴 때 KBS에서 <숲으로 가는 길>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중국의 어느 촌구석으로 시집을 간 여자가 사막에서 맨손으로 나무를 심는 이야기였어요. 엄청나게 평범해 보이는 사람의 스토리도, 기록이 되는 순간 감동을 주는 게 재밌어 보여서 그런 작품을 만드는 다큐멘터리 PD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보통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특별하고 눈에 띄는 사람들을 먼저 찾기 마련이니까요.


생각만 많이 하고 실천을 못해서 문제죠. (웃음)


늘 실천이 어렵다. (우리도 겨우겨우 일곱번째 인터뷰까지 왔다...!) ⓒ 헤아리는 사진기


직접 영상을 만들어본 적은 없으세요?


대학생 때 영상 제작 동아리에 들어간 적은 있는데 제 맘대로 영상을 만들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선배들이 만드는 걸 도와주는 정도였죠.


기획안을 직접 써본 적은 있어요. 예를 들면 방학이나 주말에 시골의 평범한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방문해서 옛날이야기를 기록한다는 내용이었는데, 괜히 스스로 재미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중간에 그만뒀던 것 같아요. 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다른 사람들도 좋아해 줄까?


# 우리는 모두 모두  자란다


그래도 시네필 인터뷰니까 영화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웃음) 최근엔 어떤 영화를 보셨나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여러 번 돌려보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늑대아이>와 <싱 스트리트>, 그리고 <마이걸>이라는 영화를 봤어요. <마이걸>은 유명하지 않아서 아마 잘 모르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윤가은 감독님의 <우리들>도 재미있게 봤고요.


소녀의 성장에 대한 영화 <마이 걸> (사진 출처 : imdb)


저도 처음 들어보는 제목인데, <마이걸>은 어떤 영화인가요?


열 살 남짓한 여자 아이가 주인공인데요. 소녀가 아버지와의 관계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친구와의 이별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예요. (스포일러 주의!!!) 마지막에 친구의 장례식에서 뒤늦게 그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며 자신이 쓴 시를 낭독하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말씀해주신 영화들이 다 성장에 대한 영화들인 것 같아요.


오, 그렇네요! 성장에 대한 이야기가 매력적인 거 같긴 해요. <우리들>도 아이들이 친구나 가족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것들에 대해 많이 공감하며 봤어요.


사실 그 외에 영화들은 주인공이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죠. <늑대아이>의 늑대인간도 그렇고, <싱 스트리트>처럼 음악 여행을 떠나는 게 흔한 일도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그런 이야기들에 이해가 되는 건 그 속에 보편적인 관계에 대한 내용이 녹아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늑대아이>는 사실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의 이야기이고, <싱 스트리트>에서 제일 중요한 것도 형과 동생의 관계잖아요. 저와 부모님, 또는 언니와의 관계를 생각하다 보면 공감을 많이 하게 돼요.


박솔지의 플레이리스트 02 : 어머니의 노래 - 영화 <늑대 아이>

늑대인간이라는 특별한 장치 속에 모든 어머니들이 공감할만한 드라마가 담겨 있잖아요. 이 마지막 노래를 들을 때면 늘 찡하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본인의 성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가 성장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었나요?


이 순간을 기점으로 성장을 했다, 하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부모님이나 언니의 입을 통해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는 있어요.


예를 들어 저는 고향이 포항이라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 지 오래되었고, 몇 년 동안 언니랑 같이 살았거든요. 언니가 종종 편지를 써줄 때가 있었는데 “늘 어린 막내인 줄만 알았는데 어느새 부모님의 자랑이 되었구나!”라거나 (웃음) “조용한 학생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 다 큰 어른이 되었구나!”하는 말들을 자꾸 써주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내가 진짜 성장을 했나 돌이켜 보곤 하죠.


ⓒ 헤아리는 사진기


다른 한 편으로는 그런 말이 부담이 될 수 있겠어요.


부모님이 “넌 이런 걸 했으면 좋겠어"하고 말씀하신 적은 거의 없었어요. 학생일 때 공부를 열심히 하긴 했지만 저에 대한 기대나 바람에 대해 얘기하신 적은 없어서, 오히려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어요. 난 뭘 하고 싶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지?


알아서 잘할 거라고 전적으로 믿어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면서도 도리어 그런 믿음이 조금 부담이 되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서 제가 가끔 어이없는 실수를 할 때 그런 걸 느껴요. 열쇠를 방에 두고 나와서 집에 못 들어가게 된 적이 있는데 “너 같은 애가 그런 실수를 다 하니?”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럴 때 부모님이 보는 나는 꼼꼼하고 똑 부러지는 사람이구나 싶죠.


그러다가 <스카이 캐슬>의 학부모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요즘 많이 하는 생각은, 회사 다니기 싫으면 입시 코디를 해야겠다? (웃음) 사실 거기 나오는 엄마들도 다 비슷한 마음이잖아요. 아이가 잘되면 좋겠다는 마음은 다 같은 것 같아요. 우리 부모님도 저런 마음이었을 텐데 서울이 아니라 지방에서 살아서 좀 더 자유롭게 키우신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아직은 다닐만 하다고 하십니다...  ⓒ 헤아리는 사진기


박솔지의 플레이리스트 03 : The Temptations - 영화 <마이걸>

엔딩보다 이 노래가 더 기억에 남아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영화에 대한 인상이 너무 귀엽고 예쁘게 남아서 이 노래가 많이 생각나요. 다들 한 번쯤 들어보신 익숙한 노래일 거예요!


# 특별하지 않아도 좋아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쉽진 않은 것 같아요.


저도 아직 찾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회사를 다녀보니 마냥 좋아서 하는 일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더라고요. 평생의 취미처럼 즐기면서 계속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올해 개인적인 목표이기도 해요.


예전에 하려다 못한 영상 작업들을 다시 해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사람들이 아, 하고 무릎을 치게 할 만한 영상을 기획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는데요. 직접 만드는 일은 선뜻 시작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촬영이나 편집보다 기획에 더 관심이 많기도 하고요.


그 외에는요? 올해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일단 노래 부르는 법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요. 흥얼거리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음악영화도 좋아하니까요. 자기 기분을 잔잔한 멜로디로 표현해내는 사람들이 멋져 보이더라고요.


글쓰기도 해보려고 해요. 어릴 때부터 일기를 꾸준히 써와서 일상을 담은 쉬운 글은 많이 써봤는데, 직접 새로운 이야기도 만들어보고 싶거든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그동안 망설이고 있었지만요.


 

영화 <허니와 클로버> 스틸컷 (사진 출처 : imdb)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으신데요?


어릴 적 평범하게만 보였던 친구들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어 새로 써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옆 자리에 앉았던 조용했던 친구. 그 친구의 기억에 남는 작은 특징 하나로부터 시작해서 이야기를 발전시켜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역시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군요! (웃음) 혹시 스스로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으신가요?


오! 정말 흥미로운 질문이에요. 오래전부터 많이 했던 생각이거든요. 왜 나는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을까?


어릴 때부터 주인공보다는 그 옆자리의 조연이 제게 더 편한 자리였던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 <카드캡터 체리>를 예로 들면 체리보다 지수가 되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튀는 옷이나 신발도 별로 안 좋아했어요. 엄마와 시장을 가거나 옷을 보러 가도 “이거 갖고 싶어요!”라고 말도 잘 못하는 소심쟁이였거든요. 그런 성향 때문인지 눈에 띄는 사람보다는 여럿 중에 하나인 편이 늘 좋았어요.


그래서 지금도 “저는 이런 매력을 갖고 있어요!”라고 스스로 말하기보다는 누군가 저의 숨은 매력을 발견해주는 게 더 흥미롭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세상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고 믿고 있고요.


다큐멘터리 PD를 꿈꿀 때도 늘 “평범함 속의 특별함"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그것을 발견해서 여러 사람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답니다!


박솔지의 플레이리스트 04 : 마법의 말 - 영화 <허니와 클로버>

다케모토가 하구미에게 고백을 하기까지 참 오래 걸리거든요. ‘입에 담으면 짧지만 효과는 아주 큰 마법의 말’이라는 가사가 다케모토의 마음을 잘 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누구나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는 말, 참 좋네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편안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지만 당연히 매력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기도 해요.


사람들에게 듣고 싶은 말 ⓒ 헤아리는 사진기


새해에 “사람들에게 듣고 싶은 말”을 정리한 적이 있어요. 곰곰이 돌아보니 “너랑 보내는 시간은 참 행복해"라거나 “언니랑 같이 놀면 재밌어"라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제맘대로 둘 다 박솔지는 참 편안하지만 매력이 있는 친구다, 라는 뜻으로 해석했어요.


이미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면 어느 정도 성공이겠죠? 질문해주신 덕분에 힘이 나네요!


# 신발끈을 고쳐 매며


어느덧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네요. 라디오 스타처럼 마지막 질문을 던져볼게요. 박솔지에게 청춘이란?


갑자기요? (웃음) 굳이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가보고 싶은 곳이 있을 때 언제든 신발끈을 매고 뛰어갈 수 있는 용기인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제 청춘은 다행히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고. (웃음)


그렇게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대학생 때 아이슬란드에서 한 달 반 정도 지내다 왔는데, 그걸 가능하게 해 준 건 언니의 응원이었어요. 제가 소심해서 부모님한테는 얘기도 못 꺼내고 혼자 계획만 세우고 있었거든요. 어느 날 언니가 아이슬란드 여행에 대한 책을 사주면서 표지에 “너의 신발끈을 꽉 매고 떠나는 걸 응원해!” 하고 편지를 써줬는데 실제로 그게 큰 힘이 되어서 떠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무심한 한 마디가 용기를 주더라고요.


또 제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언니는 다 할 수 있는 사람이야!” 하고 긍정적으로 얘기를 해줄 때 힘이 나요. 그래서 늘 고맙기도 하고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솔지님도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걸 혼자서 고민만 많이 하는 편인데 여기저기 얘기를 많이 하고 다녀야겠어요. 응원해주는 말들을 듣다 보면 용기가 날 테니까요!


박솔지의 플레이리스트 05 : Go now - 영화 <싱 스트리트>

형과 동생의 관계가 인상 깊어요. 저도 언니가 있어서 그런지 더 공감이 갔고요. 마지막에 동생을 보내주는 건 결국 형이잖아요. 엔딩에 나오는 <Go now>라는 곡이 두 사람의 관계를 잘 담고 있는 것 같아요.


박솔지의 플레이리스트 ⓒ 헤아리는 사진기


# 인터뷰를 마치며


나는 보통의 존재, 어디에나 흔하지
당신의 기억 속에 남겨질 수 없었지
언니네 이발관, <가장 보통의 존재>


한때는 채도 높은 사람들을 부러워하곤 했다. 취향의 색이 선명한 사람들. 무리에서 언제나 눈에 띄는 주인공들. 아마도 넘치는 자신감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때문이었겠지.


나의 자기소개가 끝나자 책방 주인장이 물었다.


“어떤 영화를 좋아하세요?”


뭔가 멋진 답을 해야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것 같은데, 나는 어떤 영화를 좋아하지? 생각해보니 개인의 취향을 한두 마디로 정리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좋아하는 장르나 감독의 이름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리스트의 일부일 뿐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 헤아리는 사진기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도 마찬가지다. 만인이 사랑해 마지않는 명작들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작품 그 자체보다 저마다의 명장면에 대해 더 많이 언급하곤 한다. 그리고 그 매력 포인트는, 박솔지의 말처럼 “발견하기 나름”이다.


“이 사람은 OOO한 사람이에요!”라고 요약하지 않고 장문의 인터뷰를 연재하기로 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콘텐츠 범람의 시대에 적합하지 않은 방식일지 몰라도, 긴 글 가운데 켜켜이 배어있는 인터뷰 주인공들의 매력을 발견해주시리라 믿는다.



시네필의 초상은 영화를 전공하거나 영화업계에 종사하지 않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글은 자유롭게 공유하셔도 좋지만, 사진 사용에 대해서는 아래 인스타그램 계정이나 이메일로 문의 주세요.


인터뷰  길중 동규(헤아리는 사진기)

이메일주소 connected.jeon@gmail.com


헤아리는 사진기

인스타그램 @hae.pic

이메일주소 devin.yoon171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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