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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숲 Mar 25. 2023

바다의 맛_가자미

부산의 동쪽 바다에는 크고 작은 포구가 쭉 늘어서 있다. 크고 작은 방파제와 갖가지 모양의 등대들을 배경으로 어선들이 들고나는 풍경이 갯내음 제대로 풍기는 곳. 기장군의 바다를 따라 걷는 길에는 관광지의 바다와 다른, 바닷가 사람들의 삶의 냄새가 배어 있다. 철따라 포구에는 미역 다시마가 펼쳐져 있기도 하고 오징어가 매달려 있기도 한다. 무엇보다 포구의 대표 풍경은 그물망마다 널려 있는 생선들. 붕장어, 명태, 가자미, 우럭 등 다양한 생선이 그 때 그 때 철에 맞게 손질되어 널린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누워 해풍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생선의 물결.

      

바닷가에 널린 생선들 중 단연코 사실사철 많이 보이는 건 가자미이다. 시장에서 가자미를 사려고 보면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 모양새에 상인들마다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어떤 건 참가자미라 하고, 어떤 건 물가자미라 하고, 기름가자미니 포항가자미니 종류가 다양하다. 어떤 게 더 맛있을까 항상 궁금하지만 상인들마다 맛있다는 것이 다르기도 해서 영 헷갈린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니 맛있는 게 다르기도 하겠거니 싶다. 어릴 땐 가자미면 다 같은 건 줄 알고 먹었는데 지금 나에게 일 순위는 참가자미이다. 어떤 건 살은 많아도 싱겁고, 어떤 건 살이 좀 푸석하기도 하고, 고소한 맛이 덜 할 때도 있고. 조금씩 맛이 구분이 되다 보니 이젠 다른 것보다는 참가자미를 우선해 찾게 된다.     


가자미는 구워서 그냥 먹어도, 쪽파 송송 썰어 만든 양념장을 올려 먹어도 맛있지만 어린 시절 자주 먹던 맛은 조림이다. 도톰하게 썬 무 위로 가자미를 올리고 빨간 양념을 끼얹어 푹 조려내면 하얀 쌀밥과 함께 잘도 넘어가던 우리집 대표 메뉴였다. 다른 생선은 크게 즐기지 않았지만 가자미는 자주 조림으로, 구이로 먹었으니 내 인생의 첫 번째 생선은 가자미인지도 모르겠다. 어린 입맛에는 무가 맛있는 줄 몰랐으니 양념장이 잘 스며든 그 맛있는 무는 쳐다도 안 보고 생선살만 발라 먹었다. 이제는 양념장 잘 배어든 무에 젓가락이 더 가는 걸 보면 어른의 입맛과 아이의 입맛은 이렇게나 다르다.     


요리를 해 보면 생물보다는 반건조 생선이 식감도 맛도 좋다. 부드럽기만 한 생물보다는 반건조 생선의 살이 쫄깃하고 차지다. 구이이든 조림이든 단단한 살이 맛을 배가 시키는 법. 기장 바닷가마다 늘어선 생선 건조장들을 만나면 가자미 한 바구니 사 가고 싶어진다. 냉동실에 한 마리씩 잘 포장해 넣어 놓으면 마음이 든든하다. 언제든 하나씩 꺼내 구워먹고 조려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참가자미회라고 이름을 따로 써붙인 전문점이 있을 정도로 가자미는 비싼 고급회에 속한다. 물론 맛도 훌륭해 그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다른 회는 잘 먹지도 않더니 참가자미회 먹으러 가자는 말에는 눈을 반짝이던 친구도 있었는데. 때로는 별미로 비싼 참가자미회를 먹으러 가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자미는 조리거나 구워서 밥반찬으로 먹을 때가 제일 맛있다. 오늘 저녁엔 냉동고에 얼려둔 가자미가 남아있나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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