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젝트 홀딩 # 멤버들의 번아웃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외부요인으로 홀딩되는 경우가 있다. 나 역시 대외적인 이슈들로 프로젝트 일정 연기가 수차례 이어지다, 결국 1년정도 홀딩되었던 적이 있다. 이때 마음이 어려워졌던 시점은, 내 멘탈이 흔들리는 와중에 점점 프로젝트 멤버들도 지쳐가는게 보이기 시작할 때였다. 일정이 한 번, 두 번 연기될 때에는 당당히 얘기했다, 이러이러한 사정때문에 연기되었다고. 하지만 두 번, 세 번 연기되다 프로젝트가 홀딩되었음을 20여명 앞에서 밝혀야했을 때에는 내 탓이 아닌데 내 탓같고 미안함이 몰려왔다. 미안함도 들지만 내 멘탈은 내 스스로 케어해야 했다. 처음에는 다른 이들을 다독여도주고,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기도 하는 노력도 했다. 계속 그러다보니 내가 소진돼갔다. 내가 바로 서야 프로젝트가 홀딩되어있는 동안 버틸 수 있고, 재개됐을 때 다시 달릴 수 있다는 자각이 됐다. 그때부터는 프로젝트 멤버들에게 미안한 기색을 내비치기보다 상황은 어쩔 수 없고, 재개 때 다시 잘 해보자. 나도 많이 힘들다. 솔직하게 얘기했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이 일을 하면서 난 내 밑바닥을 종종 마주하고,
다행인건 그 밑바닥을 마주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승화시키는 연습들을 해나가면서
업무적으로, PM으로서뿐만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조금씩은 성숙해나가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이 일이 좋다.
여차저차 시간이 흘러 올해 초 1년여간 홀딩되던 프로젝트가 재개되었고, 얼마 전 정상적으로 서비스가 세상에 나왔다. 프로젝트를 재개하게 되니 또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홀딩된 1년 간 프로젝트 멤버들은 쉴새없이 다른 신규 프로젝트들에 투입돼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태였다. 재개하며 스크럼, 작업 진행을 하다보니 1년 전과 달라진 온도를 느꼈다. 홀이 생기거나, 약속된 기한 내 작업이 되지 않는 등 여러 문제들이 발생했다. 예상하지 못한 문제였다. 다들 다른 프로젝트를 쉴새없이 하고 돌아온터라 번아웃이 온 상황인데 다그치고 쫀다고 해결될 것 같아보이지 않았다. 이번 프로젝트 때 내가 이 문제상황을 처리하고자 결정한 방법은 내가 좀더 보고, 내가 좀더 방향을 제안하고, 내가 좀더 정리하는 방향이었다.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많은 멤버들은 루즈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난 느꼈고, 그 부분이 버거웠고, 홀이 생기지 않기 위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이슈 히스토리를 일일히 관리하느라 내가 많이 지쳤다.
프로젝트 멤버들에게 의지하면서 잘 버텨야하는 영역도 있지만, 어떤 국면이 되면 결국 오롯이 PM 혼자서 책임과 무게를 감당해야하는 시점들은 계속 생긴다. 그 순간에 중압감을 잘 핸들링하는 것도 스스로의 몫이다. 내가 많이 소진되고 지쳐간다고 느끼면서도 그냥 이 부분은 내가 감당해야할 부분이라고 받아들이고나니 견딜 만했던 것 같다. 혹자는 회사일을 뭐 저렇게까지 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치만 내가 세상에 내놓을 서비스이자 멤버들이 오랜 시간 고생해서 만들어놓은 서비스가 이왕이면 더 좋은 모습이길 바라는 건 내 성향이 반영된 마지노선이다.
PM이라는 직무는 같지만, 개인의 펄스널리티에 의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방식이나 멤버들과 소통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다. 어떤 PM은 마이너한 이슈는 논이슈로하고 그냥 넘어가지만, 어떤 PM은 아무리 마이너한 이슈도 정책을 세세히 다 스펙으로 정하기도 한다. 이 방식에 따라 프로젝트 멤버들은 어떤 PM과 일하냐에 따라 좀더 편하기도 하고 좀더 버겁기도 하다. 아직도 어떤 방식이 더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프로젝트 운영방식이라는 것은 없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그래서, 좀더 효율적이고, 놓침없고, 출시 이후 돌아봤을 때 나 스스로에게 잘했다. 라고 내가 말해줄 수 있는 나만의 방식을 찾아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