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Y Mar 30. 2017

14w_나의 태교

기분 좋은 일들+올바른 태도




태교 1 : 책


임신 후 바람 쭉 빠진 풍선인형 마냥 침대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지난날.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살아있다'는 기분을 붙잡고 싶었다.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지만 그렇다고 내 모든 것에 힘을 뺄 수는 없지. 이런저런 생각 끝에, 한국에서 이용했던 동네 도서관 어플에서 전자책을 빌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종이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밑줄도 그어가며 책 읽는 걸 좋아하고, 모니터나 패드로는 영화/글 모두 잘 집중하지 못하는 나였지만, 궁지에 몰리니 이러라도 붙잡게 된다.


한 3주 전쯤부터 제대로 집중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리스트를 보니... 좋은 엄마보다 부자가 되고 싶은가 보다.

한 주제의 책을 여러 권 읽고 싶은 마음에 어찌하다 보니 한 권 빼고 전부 재테크 관련.


우리 행복이한테 제대로 된 경제관념을 심어주려면 엄마인 나부터!!! '-'




그중에 읽은 박웅현 작가님의 '여덟 단어'는 적극 추천. 내 삶에 대한 고민을 비롯해, 나중에 내 아이에게 어떤 단어를 더 정성껏 가르쳐주고 고민해야 할지 이 책을 보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8단어 앞에 삽입된 작가님의 노트 사본. 노트 내용을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지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태교 2 : 엄마의 취미


드디어 심천에서의 오븐 개시!

전문가의 섬세하고 꼼꼼한 실력은 아직 없으며 영국의 할머니가 손녀딸 만들어 주는 거 마냥 투박하고 홈메이드 티 팍팍 나지만, 마음을 담아 오렌지 스콘과 애플파이 구워서 낯선 이 곳의 고마운 인연들에게 선물하기.

항상 나는 제일 못난 거 맛만 보지만 오븐 문을 열 때 그 기분이 정말 좋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태교는 올바른 태도로 올바른 생각을 하며 기분 좋은 일들을 하는 것.

베이킹이 내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니 나와 행복이에게 분명 좋은 시간일 것이다. 그렇지 행복아?? ^^






태교 3 : 음악


태교음악=클래식? 노노노. 트로트를 좋아하는 임신부라면 트로트도 태교가 됩니다! 무엇보다도 엄마가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 게 태교의 가장 1순위 이므로 억지로 내 취향 아닌 음악을 들을 필요가 없단다. 

그래서 내가 요즘 듣는 노래는 Disney OST. 노래를 듣는 순간 우리 집은 디즈니랜드가 된다. 노래 한 곡에 흥에 취하는 걸 보면, 쉽게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임신부 마음이 꼭 밉지만은 않다. 그나저나 아기 낳기 전에 디즈니랜드에 갈 수 있으려나. 


생각보다 꽤나 기분좋아지는 음악들 :)






한국 가는 날


드디어. 한국 가는 날! 아 신난다. 엄마표 집밥도 먹고, 동생 결혼 전 가족여행 가고, 시댁에도 놀러 가야지.

혼자 떠나는 길 행여나 외로울까 안 그래도 바쁜 남편이 공항까지 동행해주었다. 바쁜 아침에도 함께해준 신랑에게 무한 러블리함을 보내며, 집 떠나는 와이프의 노력이 담긴 반찬들. 아쉬운 목소리로 맛있게 금방 다 먹었다는 연락을 해 주면 좋겠다.

며칠 안 가겠지만 맛있게 먹어주길.






14주 기적


드디어 입덧이 끝났고, 입맛이 돌아왔다. 여전히 쌀 냄새와 밥 냄새는 싫지만 그래도 지난날에 비하면 꽤나 잘 먹고 있다. 가끔 오는 불면증은 여전하고 새벽에 한 번쯤은 화장실 가느라 깬다. 피곤함도 많이 줄었고 이제 낮잠은 전혀 자지 않는다. 나에겐 14주 기적이!

오랜만에 잰 몸무게는 그새 또 늘어서 임신 전에 비하면 -2kg. 4킬로 가까이 빠졌다가 회복하는 중. 

행복이 쑥쑥 크고 있구나! 우쮸쮸.












행복아.


너의 14주는 어땠을까. 이제 한 뼘 정도로 컸겠구나.

임신한 내 모습을 상상으로만 해왔던 지난날에는 내가 유난스럽게 태교를 할 것 같았는데, 그 마음은 어디로 가 버린 건지 요즘은 엄마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꽉 찬 시간을 보내고 있어. 클래식을 들어야만, 영어 태교 음악을 들어야만 우리가 잘 살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매 순간 올바른 태도와 바른 마음은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어. 이런 엄마 스타일의 태교를 너도 뱃속에서 함께 해 주길.


이제 임신 후 처음으로 한국으로 가서 가족들을 만날 거야.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아니. 널 만나고 엄마의 몸에 아직은 뚜렷한 변화가 없지만, 그래도 작은 순간순간 가족들과 나누고 싶었거든. 힘들면 힘들다고, 기쁘면 기쁘다고 마음껏 가족들에게 표현하고 싶었어. 


아직 너무나 작은 너. 조금 철없어 보일 지라도 한국 가서 실컷 자랑하고 올게! 그동안 무럭무럭 잘 크고 있으렴.

늘 사랑해 아가.


/20160902 


매거진의 이전글 13w_입덧 드디어 안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