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될 준비를 하며 가끔은 먹먹해진다.
엄마, 아빠
임신을 하고 나니 가끔씩 마음이 먹먹해질 때가 있다. 나보다 더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되었을 엄마 아빠. 지금은 넘쳐나는 정보와 지식이 있음에도 가끔은 이 과정이 벅차다. 그 당시에는 어떠했으랴. 벌써 임신 19주. 배가 불러오는 딸을 보며 신기하고 뿌듯해하시면서도, 본인들의 세월이 흘러감에 가끔은 그 세월에 대한 섭섭함이 엄마 아빠의 얼굴에 담긴다.
푹- 쉬고 있는 나와는 다르게 하루하루 출퇴근 만으로도 바쁜 엄마. 동생 결혼식 당일, 그런 바쁜 엄마가 식이 끝난 후 20명 가까운 손님상을 직접 준비하고 그 와중에 임산부인 딸 까지 챙기신다.
'엄마, 나는 나중에 내 딸이 시집가고 임신해도 이렇게 못 해줄 거 같아'
나름 옆에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도우며 건넨 한 마디에 엄마는 이렇게 답하신다.
'너도 엄마 되어봐. 친정엄마는 원래 다 이래'
나는 얼마나 더 커야 '원래 다 이래'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
지난 30여 년간 둘 만의 시간보다는 부모의 역할을 하며 지금까지 오셨고 어느새 부모라는 이름이 익숙해졌을 텐데, 이제 큰 딸은 해외로 그리고 막내딸은 결혼해서 새로운 살림으로 떠난다. 다가오는 그 시간이 조금은 낯설 지금의 엄마 아빠지만, 오랜만에 맞는 두 분 만의 시간이 생각보다 꽤나 괜찮았다는 말을 꼭 듣고 싶다.
이렇게 조금 더 엄마 아빠를 이해하는 시간이 지나간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주
영영 떠나 있을 건 아니지만 떠나야 하는 날짜가 다가오니 마음이 급해진다. 부랴부랴 약속 잡다 보니 꽉 찬 일주일. 친구들 만나랴 가족들과 더 시간 보내랴 마음이 꽤나 바빴다.
그중 어느 날. 내 지인들 중에 꽤 짧은 인연이지만 항상 마음이 고마운 언니와 동생 만나는 날. 드라이브하고 싶었던 내 맘 읽었는지 차에 태워 여기저기 데리고 가며 구경 실컷 시켜준 언니의 맘이 참 고맙다. 게다가 날씨까지 딱 좋아. 어쩜.
어느 날은 이태원에. 오랜만에 낮에 찾은 이 곳은 유난히 더 좋다. 사람 없는 평일 경리단길 즐기기. 지나가는 길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빵인 바게트도 사고.
이 날도 역시나 날씨 좋음. 유리에 비친 구름이 예뻤던 날.
친구 만나서 아기 옷도 선물 받고, 어느새 둘 다 퇴사해 버린 동기 언니 만나서 오랜만에 회사 흉도 봐주고, 비슷한 시기에 프러포즈 받은 친구들에게 조언 아닌 조언도 하고, 동생 내외와 영화&맛집 데이트.
임산부라 그런지 다들 예쁜 말만 좋은 기운만 전해주어 더 행복했던 내 지난 한 주.
임신 19주
무엇보다 배가 어마어마하게 나왔다. 임신 초기에는 아랫배가 똥배인 양 나와서 보기 싫었는데 이젠 누가 봐도 임산부라서 오히려 배 내밀고 걸어 다니고 있다. 묘하게 예뻐 보이는 D라인에 괜히 당당해진다.
아직 가끔 양치할 때 구역질이 나고, 소화가 잘 안되니 구토 직전까지 올라오기도 하고, 조금만 걸어도 종아리가 땅땅해지고, 임신선이며 몸 여기저기 착색되는 게 가끔은 징그럽다. 그래도 마냥 좋고 신기한 행복이를 품고 있는 지금 이 시간. 이렇게 또 시간은 흘러간다. 이제 다음 주에는 임신 6개월 시작!
행복아.
어느 날 문득 샤워하다가 엄마 몸이 많이 바뀌어버린 걸 알았어. 배가 나올 뿐 아니라 겨드랑이며 배꼽 주변 여기저기 착색된 모습을 보면서 어찌나 놀랐던지. 너를 품고 있는 이 시간, 엄마가 바로 알아차리지도 못 할 만큼 엄마 몸은 이렇게 바쁘게 변해가고 있단다. 이 느낌과 기분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어느새 엄마의 감정을 똑같이 느끼는 시기라고 하니, 고마울 때는 더 고맙게 즐거울 때는 더 즐겁게 웃을 땐 더 크게 웃으며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최대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 주고 싶기도 하고.
사연 없는 사람 없고 마냥 좋기만 하다고 하면 거짓말 이겠지만, 그래도 엄마는 꽤나 긍정적인 사람이니(아니더라도 그렇게 믿고) 많은 느낌과 감정 중에 최대한 좋은 감정을 더 많이 전해줄게.
이제 당분간 다시 중국에서 지내야 해. 아직 엄마에게도 낯선 곳이지만 아프지 말고 건강히 잘 크고 있어주렴.
/2016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