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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Crown Oct 17. 2016

아마 무자본 창업이 주제인 어떤 책

최규철 / 신태순 공저, <해적들의 창업이야기>

아쉬운 책. 무자본 창업이라는 주제와 포부가 좋았지만, 내용이 얕아 좋은 사례들이 저자의 사업 홍보글처럼 느껴진다. 거기에 저자의 하루 만에 이 책 초안을 썼다는 둥의 어투는 많은 책 중에서 이 책을 산 독자로선 썩 달갑지 않다. 깊이가 얕다고 생각한 결정적인 이유는 제목과 본문에 등장하는 키워드 '해적'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에게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바, 딱 그만큼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좋은 점도 분명 있다. 그래서 아쉽다. 더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그럼 우리 콘텐츠 1년 100만 원에 구독하라는 인상을 주는 점이 특히 아쉽다. 저자는 책을 마케팅 수단이라 여긴 듯하다. 그럼에도 내게 깨달음을 줬던 내용이 있었기에 이를 중심으로 포스팅해본다.




1. 무자본 창업

무자본 창업이란 투자를 받지 않고, 대출 없이, 자신의 돈도 쓰지 않으면서 창업하는 것을 말한다. ...무자본으로 실패하면 돈이 있어도 실패한다.

서론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은 '투자의 악순환'이다. 투자를 받으면 대게 덩치 키우기를 반복한다. 이 경우 투자가 끊기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져버린 적자만 있을 뿐이다. 투자는 이윤이 아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챔피언 벨트처럼 대하는 요즘. 투자의 규모가 그 회사의 내용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걸 확실히 배웠다.


예전 한 해커톤에서 만났던 기획자가 종종 투자자 라든지 VC에 대해 언급했다. 그를 보면, 의외로 많은 기획자가 투자자와 투자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듯했다. "이런 식의 피티 구성은 VC한테 퇴짜 맞기 십상이야"라고 하던 그의 말이 문득 스친다.


#왜 무자본 창업인가?

돈이 있으면, 창업자가 사업을 위해서 생각하고 움직이는 모든 것에 돈을 쓰게 된다. 왜냐하면, 통장에 돈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돈이 있으면 돈 쓸 곳이 계속 보이고, 돈을 쓰는 아이디어만 생각한다.




2. 무자본 창업 전략

무자본 창업의 이야기 중 좋았던 부분만 따로 메모해본다. 그리고 지난 경험 속 기획자들과 일을 하며 만들었던 많은 피피티와 사업 계획서를 떠올리며 반성해본다. 뭣이 중한가.


#사업계획서를 쓰지 않는다.

사업계획서를 통해 투자받고, 이 자본을 기반으로 창업하겠다는 행위는 스스로의 힘으로 매출은 만들지 못하는 것을 은연중에 인정하는 것이다. 사업계획서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문득 생각해보니 해커톤 혹은 메이커톤 등에서 사용성 좋은 스타트업 혹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쉽다. 바로 사업 계획서를 기반으로 한 평가 때문이다. 사업 구조, 수익 모델, 고객 유입 계획 등 고객이 중심이 아닌 평가의 기준과 이를 잘 만족시킨 성실한 수상팀은 당연히 고객과 가장 먼 창조물을 만들 수밖에. 지난 해커톤에서 수익 구조를 메인으로 만든 피티가 창피해진다. 그럼 수익 구조 대신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


#먼저 판매하고 나중에 생산한다.

저자는 강의 기획을 먼저 올리고 강의가 확정되면, 그때부터 강의 준비에 들어간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완벽한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다 일이 무산되는 것보다 수요의 확정을 바탕으로 완벽을 기하는 것이 분명 더 효율적이다. 투자의 측면에서 봐도, A4 200여 장의 빼곡한 글보다 1장의 백지(수표)가 더 설득력 있다.


#고객은 왕이 아니다.

몇몇 사람들을 정말로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많은 사람들을 조금 행복하게 만드는 것보다 낫다.
- 폴 그레이엄

모두를 왕처럼 대하는 서비스는 분명 모두가 왕이 아닌 서비스와 같다. 그러므로 모든 고객을 왕처럼 대하는 사업에서 고객은 왕이 아니다. 부탁을 매번 수락하던 사람이 한 번의 거절로 실망을 안기기 쉽지만, 부탁을 매번 거절하던 사람의 단 한 번의 수락은 감동을 준다는 점. 사업은 조금 시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3. 책을 덮으며


#아쉬운 책이 많은 요즘

최근 3권의 책을 리뷰 없이 덮었다. 리뷰를 쓰다 보니 책에 대해 부정적 표현이 많아 업로드를 피했었다. 이번에 <해적들의 창업이야기>도 리뷰를 마무리하기까지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 독자가 없이는 책도 없다. 독자를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책을 마케팅 수단으로만 쏟아내는 저자들은 조금 반성해야지 싶다.


혹여 저자가 내 리뷰를 본다면, 후대를 위해 무자본 창업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그 포부를 독자가 진정 감명받을 수 있는 비전을 다시 책으로 풀어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책에선 진정 자본주의 냄새가 난다. 끝으로 <서민적 글쓰기>에서 나온 리뷰를 쓰는 세 가지 이유에 대해 소개한 글이 떠올라 아래 남긴다. 


서평의 일인자라고 할 만한 이현우 씨(필명 로쟈)는 서평을 쓰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는 (좋은 책을) 읽게끔 해주는 것, 둘째는 안 읽게끔 해주는 것, 셋째는 읽은 척하게 해주는 것이다."


한줄평 : 무자본 창업을 사례 중심으로 가볍게 볼 수 있는 도서관에서 볼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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