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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Crown Dec 27. 2017

가볍고도 무거운 플라스틱의 매력

디뮤지엄 전시 'PLASTIC FANTASTIC : 빛, 컬러, 판타지'

제품 디자인을 좋아하는 나로선 디뮤지엄이 매번 즐겁다. 이번 전시는 특히 공간감이 좋았는데, 플라스틱을 소재로 이렇게 다채로운 전시 공간을 구성해낸 전시팀이 참 대단하지 싶다. 이번 글은 전시에서 좋았던 포인트와 생각을 정리해 본다.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기를.


#굿 포인트 01 - 공간감

디뮤지엄 전시장 입구 / 전시 암막 공간 / 전시장 출구

플라스틱의 양산성과 예술성이 이번 전시 공간의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전시장 입구의 반투명 플라스틱 커튼을 지나 컨베이어 벨트 위 구성된 플라스틱 양산품을 보며 우리는 친근감을 느끼고, 전시 중간 암막 커튼을 지나면서 어두워진 공간 속의 플라스틱 작품을 통해 우리는 판타지에 빠지게 된다. 출구의 화려한 조명과 커튼을 지나기까지 이 일련의 공간감(경험)은 탄탄하다.


#굿 포인트 02 - 소재감

원목 가구와 확연히 대비되는 플라스틱의 소재감도 좋았다. 원목의 경우 딱 떠오르는 이미지의 무게감이 있는 반면, 플라스틱은 아동용 혹은 사무용 등 목적에 맞게 시각적 무게를 다르게 조절할 수 있다는 소재의 특징이 재미있었다. 플라스틱은 색감도 다양하고, 비정형적 구조를 만들기 쉬운 유연한 소재이기 때문이리라.


#왜 까르텔은 아트 퍼니처를 지향할까?

출처 : 까르텔 공식 홈페이지 프레스

전시장의 제품은 대부분 명품 가구 브랜드 Kartell(까르텔)의 것이다. 그런데, 만약 다이소의 제품이 전시장에 채워졌다면 어땠을까? 아마 기획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문득 까르텔이 아트 퍼니처를 지향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과거 회화가 사진에 맞서기 위해 회화만의 아우라를 형성했듯, 까르텔은 아트 퍼니처를 지향함으로써 플라스틱으로 명품의 아우라를 지키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플라스틱으로 제조되는 디자인 제품이 다이소 같은 대량 양산 브랜드와 맞서기 위해 회화가 시도한 방향을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좋은 방향이 될지도.


#한국에서 플라스틱이 어려운 소재인 이유

최근 제품 양산을 준비하며 왜 전자제품의 대부분이 흰색인지 알게 되었다. 많이 팔리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색이 들어간 원자재(플라스틱)의 최소 주문량이 1톤이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주문을 넣고 한참 기다려야 하는 구조인지라 우리나라에서 아트 퍼니처는 고사하고, 플라스틱 제품도 제대로 나오기도 힘든 현실이다.


최근 한 디자이너가 양산 준비를 접고 취업 선언을 했다더라. 아마 제품에 색을 넣어 양산한다는 현실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했으리라. 제조업이 힘들다고 하는데, 수요자에게 눈높이를 조금만 맞춰준다면 동반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눈앞의 마시멜로보다 파이를 키우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가장 좋았던 제품은?

필립 스탁의 버블 클럽 소파(Bubble Club Sofa)가 가장 좋았다.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소파인지는 글을 쓰면서 알았지만, 알고 다시 보니 더 좋아졌다. 대게 소파 문화가 발될된 문화권에서 할머니 소파(Granny's Chair)라고 불리는 형태를 플라스틱으로 만든 의자다. 앉는 부분의 양 끝 틈으로 빗물을 흘려보낼 수 있어 야외에서도 사용이 용이하다. 플라스틱의 소재감과 디자이너의 세심함이 잘 조화된 제품이지 싶다.


플라스틱이라는 소재의 즐거움과 까르텔이 주는 예술적 아우라가 잘 어우러진 이번 전시가 2018년 양산될 우리 모바일아일랜드의 제품과 새로운 프로젝트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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