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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을읊다 Jun 02. 2024

낯선 꽃의 이름을 묻다

분홍 낮달맞이꽃. 오래된 시골집 슬레이트 처마 아래 무리 지어 핀 꽃의 이름이었다. 밤에 피지도 않고, 노란색도 아니다. 심지어 꽃송이가 내 손바닥만 해 보일 만큼 크기도 크다. 어딜 봐도 샛노란 달맞이꽃과 어떤 연관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닮았다면 무궁화와 닮았을까. 이름을 검색해 보고는 한동안 혼란에 빠져, 달맞이꽃과 상관없이 '낮달'을 맞이하는 꽃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창백한 빛의 낮달을 맞이하는 꽃 치고 너무 화사하고, 너무 와글와글하다. 나중에 달맞이꽃 사진과 비교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네 장의 꽃잎이 닮았다. 저녁에는 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달맞이꽃과는 반대로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진다고 한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낮은 담과 너무 잘 어울려, 당연히 우리나라 토종 야생화라고 생각했다. 도시 한복판에서는 본 기억이 없고, 강화도 시골 마을에서 목격한 꽃이니까 그럴만하지 않은가. 하지만 뜻밖에 남미에서부터 온 귀화 식물이었다. 색깔은 여리여리하지만 워낙 크고 눈에 잘 띄는 꽃이라 자기주장이 세 보이는데, 꽃말은 '무언의 사랑'이라고 한다. 뭐 하나 나의 예상에 맞는 게 없는 꽃이다. 그래서 더 놀랍고, 그래서 더 알아가고 싶다. 내게도 조그만 뜰이 있다면 몇 포기 분홍 낮달맞이꽃을 심어 두고 오래 보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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