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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르니스트 Jan 28. 2024

매일 30분, 글쓰기 좋은 질문 642

(20) 어제 내가 경찰차에 탄 것을 봤다는 친구의 전화, 무슨 일일까?

    나는 그 때, 차창으로 비스듬히 쏟아져 들어오는 늦은 오후의 햇볕이 괴롭다고 생각했다. 하루종일 아스팔트를 달구었던 태양이 차츰 고층빌딩 사이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도로 위에는 퇴근하는 자동차들이 조금씩 밀려들고 있었다. 나는 눈이 너무나 부셨다. 썬바이저를 내려 태양을 가려 보았지만 간신히 눈부심만 막을 수 있을 뿐이었다. 에어컨이 분명 켜져 있음에도 유리창 전체로 밀려드는 누런 빛의 홍수는 차 안을 뜨겁게 달구었다. 얼굴이며 손에 와닿는 햇볕이 나를 통째로 익혀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짧은 간격으로 점멸하는 신호등 탓에 자동차들은 느릿하게 앞으로 움직였다. 운전석의 차창 너머에는 누런 오후의 햇볕, 꼬리를 문 자동차들, 빵빵거리는 경적소리 같은 것이 가득 차 있었다.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자동차의 차이를 알 수 없어서, 꽉 막힌 도로는 마치 정지화상 같았다. 시간이 마치 질퍽한 유체가 되어 거리를 흐르며 모든 것을 붙들고 있는 느낌이었다. 아스팔트 위로 가물거리는 아지랑이를 바라보며 나는 그것이 따가운 햇볕에 부글대며 끓고 있는 이 오후의 시간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영원히 이 도로 한가운데 박제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 때,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모든 것이 귀찮았고 전화벨을 무시하고 싶었다. 그러나 핸드폰 화면에 뜬 친구의 이름을 보고 마음을 바꾸었다. 십년 전 연락이 끊긴 대학시절 친구의 전화였다.




* '내가 어제 경찰차에 타고 있는 것을 봤다'는 문장을 보고 떠오른 것은 '나는 어제 경찰차에 타지 않았는데?'라는 생각이었다. 거기서 태어난 글감은 두 가지. 먼저 떠오른 것은 '도플갱어'였는데 너무 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이어 떠오른 것은 '친구의 음모'. 내가 경찰에 쫓기고 있는 걸 봤다고 계속 가스라이팅해서 날 이용해서 본인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스토리. 뒷쪽이 좀 더 낫다고 생각했는데 둘 다 너무 통속적이라 생각이 멈춰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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