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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촉촉 Jan 11. 2022

밝고 아름다운  그러나....

이야기 話 1. 아멜리에


아멜리에가 처음 개봉했을 때, 나는 이 영화를 보기엔 너무 어렸다. 다만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본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는데, 아래 광고 같이 아주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T81Q3iFwOE4

귀엽고 톡톡 튀는 사랑스러운 핑크의 느낌(마리끌레르 광고)


이번 재개봉한 아멜리에를 보며 한국의 미디어가 일부러 특정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게 이야기의 본질을 흐렸다. 물론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영화는 살짝 뒤틀려 있는 구석이 있다.


'아멜리에'의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쉿…! 내가 보고 싶었다구요?

전 세계를 행복에 감염시킨 사랑스러운 그녀가 돌아왔다! 장-피에르 주네 감독이 직접 감수한 화려한 원색컬러의 영상미! 그리고 매혹적인 사운드!

오랜만에 느끼는 아빠의 다정한 손길에 두근거리는 심장을 심장병이라고 오해한 아빠 덕분에 학교는 구경도 못해본 아멜리에. 노틀담 성당에서 뛰어내린 관광객에 깔려 엄마가 하늘 나라로 가버리고, 유일한 친구 금붕어마저 자살을 기도한 뒤 그녀는 정말로 외톨이가 된다. 하지만 어느날 빛바랜 사진과 플라스틱 군인, 구슬이 가득 담긴 낡은 상자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그녀에게 마법 같은 일들이 시작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을 찾아주는 기쁨을 통해 삶의 행복을 발견했다고 굳게 믿던 그 순간! 그녀의 심장이 또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눈 앞에 나타난 달콤한 미소의 이 정체불명의 남자가 분명 세상에 하나뿐인 운명의 그 남자라고 확신하는 아멜리! 하지만 반경 1m 앞까지 다가온 이 남자와의 사랑이 문득 겁이 나기 시작하는데... 과연 그녀는 진정한 삶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출처 : 나무위키)


줄거리에서 볼 수 있듯, 영화는 외톨이였던 이가 주변의 행복을 찾아 주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책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로널드 B. 토비아스)'의 분류로 따지면 변모의 플롯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플롯은 인물의 변화(특히 내적)에 따라 진행되며 그 변화로 어떤 성찰을 갖게 됐는지를 이야기한다. 따라서, 이야기는 변화의 본질에 집중해야 하고 경험의 시작에서 마지막까지 주인공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아멜리는 처음에 오프닝 시퀀스에서 혼자 노는 아이가 그대로 자란 듯, 사람들에게 대체로 우호적이지만 관계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사건이 일어난다. 무심코 놓친 뚜껑을 줍다가 이전 세입자의 추억의 물건을 발견한 것이다. 그 물건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그 세입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그녀는 부풀어 오르는 이 행복한 감정을 주변에게 전파하기로 한다. 이것은 첫 번째 극적 단계이자 변화의 시작에 해당한다.


그리고 외로운 조제트와 스토커 남자 이어 주기, 팔이 불편하고 조금은 느린 점원을 괴롭히는 상점 주인 골탕 먹이기, 엄마의 죽음 이후 침울한 아빠가 여행에 관심 가질 수 있게 아빠 인형 여행 보내기, 몸이 아파서 늘 집안에 있으면서 같은 그림과 화면에 집착하는 유리노인에게 다양한 비디오 보여주기, 바람피운 남편에 대한 한을 가지고 있는 과부에게 가짜로 애정이 담긴 남편의 편지 보내기 등의 선행을 행한다. 그 과정에서 찢어진 증명사진 수집가 니노에게 반하고, 그가 궁금해하던 증명사진의 주인도 찾아준다.


이런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점은 아멜리가 "착한"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며 주변 풍경을 설명해주는 장면이었다. 그녀의 재잘거리는 말을 듣고 흰지팡이의 노인은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시각적으로 당연히 들어오는 정보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 그러나 조금만 신경쓰고 도와준다면 그들은 훨씬 넓은 세상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 장면은 이후에 그녀가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선행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선행은 뭔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정신적이든, 신체적이든 조금의 결함과 아픔이 있지만, 그들의 시선으로 보고 부족한 점을 채워준다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그런데 아멜리도 사람들과 교류를 맺는데 어려움을 갖고 있는, 어찌보면 결함을 가진 인물이다. 때문에 조금은 간접적이고 복잡한 트릭을 사용한다. 그러다 좋아하는 니노가 레스토랑 동료에게 말을 건네는 것을 보고 오해를 하게 된다. 그리고 여러 선행으로 행복감과 뿌듯함을 느꼈지만, 정작 자신의 직접적인 감정에 대해서는 벽을 치고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두 번째 극적 단계이다. 그 이후 다시 외톨이처럼 자신의 집에 숨어버린다. 심지어 니노가 직접 그녀의 집에 오지만 그녀는 니노에게 문을 열지 못한다. 그때 유리노인의 비디오가 도착하고, 노인은 화면을 통해 자신처럼 숨지 말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라고 한다. 그때 그녀의 성찰이 일어나고 마지막 극적 단계가 넘어간다. 결국 사랑하는 니노와 함께 자전거를 타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내가 묻고 싶은 첫 번째 물음. 이 이야기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아멜리의 행동들은 조금은 무례하고 어이없을 수 있다. 또 그 트릭의 수혜자들도 사회의 주류가 아니다. 나는 감독이 행복과 사랑의 모양이 꼭 아름답거나 완벽한 것,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고, 조금은 부족한 사람이라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고 느낀다. 그래서 오히려 소외되고 결함이 있는 이들에게 벽을 치지 말고, 서로에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단 걸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것을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동화 같다는 영화의 홍보 멘트가 참 적절하다. 아멜리가 벌이는 선행 해프닝들은 우스꽝스럽고 비현실적이다. 또  편집 자체가 컷 편집이 매우 빠르고 화려한 색감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 중간중간 사진이 움직인다던가, 얼굴이 갑자기 광각으로 클로즈업돼서 인물을 왜곡된 시선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만화 같은 특수효과를 주기도 한다. 처음에 화면 자체에 만화처럼 글 표시를 하기도 하고, 내레이션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점도 특이하다.
나는 이런 진행을 통해 감독이 기본적으로 이야기의 인물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아멜리의 엉뚱한 행동을 너무 현실적으로 그렸다면 오히려 민폐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오히려 동화같지 않은 축축하고 쓸쓸한 기분을 돋우기도 한다. 특히 이 노래. La valse d'Amélie 아멜리의 왈츠라는 노래는 영화 내내 쓸쓸하고 뭔가 알 수 없는 불안감마저 다.

https://www.youtube.com/watch?v=07xTvC5a9YQ

사실 이 노래를 나올 때마다 갑자기 아멜리가 정색하고 얼굴 바꾸고 살인을 저지를까 봐 두려웠다.

또 처음 임신한 여자의 나체가 나오는 모습이나 중간중간 나오는 적나라한 섹스에 대한 묘사나 또 니노가 일하는 곳이 포르노 월드며, 쇼걸의 모습이 나오는 점도 동화라는 전체적 느낌과는 달라서 이질감을 느꼈다.


그런데 중간에 아멜리가 니노에게 사진첩을 돌려주기 위해 수수께끼를 내는 장면 중에 동상이 손가락으로 망원경을 가리키는 장면이 있다. 니노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지나치게 동상의 손가락에 집중한다. 그러나 결국은 그 가리키는 곳에 있는 망원경이 정답이듯 이 영화가 가진 모순적인 부분들은 조금은 우스꽝스럽지만 아멜리가 알리고자 했던 그 본질이 다른 곳에 있다는 걸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를 보고, 20년도 더 된 오래된 영화지만 조금도 촌스럽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야기를 담은 겉도, 그리고 이야기가 말하고자 했던 그 본질도,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보여주기 때문일것 같다.


찾다가 알게 된 비하인드 : 사실 그녀의 이름은 "아멜리"다. 프랑스어 원제가 아멜리 폴랑의 멋진 운명이다. (프랑스어: Le Fabuleux Destin d'Amélie Poulain) 물론 Amélie 가 언뜻 아멜리에처럼 읽힐 것 같지만 원어로, 그리고 영화에서도 계속 아멜리라고 말한다. 그런데 한국에선 '아멜리에'가 된 이유는 당시 4글자 외국영화가 위행이고, 3글자 영화 제목이 어색하다는 이유로 수입사에서 '아멜리에'라고 바꿨다고 한다.(출처 : 동아일보)



출처 :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020&aid=0000090268

https://ko.wikipedia.org/wiki/%EC%95%84%EB%A9%9C%EB%A6%AC%EC%9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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