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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촉촉 Jan 18. 2022

그것이 인생이다.......

이야기 話 2. 양귀자 '모순'

너 왜 이러니? 너답지 않게 왜 이래?!!

훗... 나 다운 게 뭔데?


...... 이젠 삼류 소설도 안 쓰는 클리셰다. 어찌 됐든 이 대사는 주인공의 변화를 주변인들이 인지했다고 독자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준다. 그러나 주인공은 늘 항변한다. 그 다른 모습 역시 나라고. 사실 인간의 변모는 그렇다. 그 안에 이미 내재되어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타인 또는 상황이 자신의 예상할 수 있는, 또는 옳다고 믿는 어떤 방향으로 행동하길 바란다. 어느 정도 그에 순응하던 것에서 그 기대가 배반당하고, 상반되는 결과로 바뀌면 우리는 흔히 "모순적이다."평한다. 그런데 사실 '모순'은 논리적으로 서로 양립할 수 없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모순의 고사에서 알 수 있듯 '모든' 것을 다 뚫는 창과 '모든' 것을 다 막는 방패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모순이라는 말로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인가? 인생에서 절대적으로,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상황, 성향이라는 게 있을까?



양귀자의 소설 모순을 읽고 싶어진 건 한 기사 때문이었다. 2021년 3월 기사였는데, 1998년도에 쓰인

책이 아직도 잘 팔린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커뮤니티에서 이 책을 인생 책이라며 추천하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벼르고 벼르다 최근에 들어서야 읽게 됐다. 이 책의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모순』의 주인공은 25세의 미혼여성 안진진. 시장에서 내복을 팔고 있는 억척스런 어머니와 행방불명의 상태로 떠돌다 가끔씩 귀가하는 아버지, 그리고 조폭의 보스가 인생의 꿈인 남동생이 가족이다. 여기에 소설의 중요 인물로 등장하는 이모는 주인공 안진진의 어머니와는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인생행로는 사뭇 다르다. 부유한 이모는 지루한 삶에 진력을 내고 있고 가난한 어머니는 처리해야 할 불행들이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 주인공 안진진은 극단으로 나뉜 어머니와 이모의 삶을 바라보며 모순투성이인 이 삶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yes 24 책 소개]

 그런데 처음 읽으면서 느낀 감정은.. '이게 왜 그렇게 유명하지?'라는 느낌이었다. 물론 술술 읽히면서도 묘사도 세심했고, 새롭게 보는 표현과 관찰들이 있어서 글 맛이 참 좋았다. 그러나 그 갈등의 원인이 주인공의 결혼할 남자를 고르는 것이라는 점에서 조금은 갈등의 밀도가 떨어진다고 느꼈다. 그런데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생각해보면서 내가 너무 표면만을 읽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물음. 이 이야기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이건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독자에게 무엇을 묻고 있는가" 여기서 나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글의 목표라고 하면 뭔가 교훈적인 게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안진진은 결말에서 진실된 사랑 대신 삶의 안정을 택했고, 등장인물들에게서 딱히 어떤 삶의 비전을 발견하지도 못했다. 이것이 본받아야 하는 어떤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 혼란 속에서 작가노트와 98년도 발간 즈음 쓰인 기사에 쓰인 작가의 말을 읽게 되었다.

행복과 불행, 삶과 죽음, 정신과 육체, 풍요와 빈곤..(중략) 얼마 전부터 나는 이런 식의 서로 상반되는 단어들의 조합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하나의 개념어에 필연적으로 잇따르는 반대어, 거기엔 반드시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 곡절을 보편성으로 풀어쓰는 직업이 작가 아니겠냐고 홀로 질문을 던지기도 했었다.『모순』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었다.   
                                                                                            [『모순』 작가노트 p.302]
이 소설은 모순 속에서 태어나 모순을 껴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삶의 보편성에 초점을 맞췄다. 양 씨는 "생김새와 성격이 서로 다르지만 한 번만 뒤집으면 얼마든지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일 수 있다"면서 "이런 모순을 이해하고 나면 모든 이들에게서 따뜻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라고 말한다.
                                                                                                    [98. 연합뉴스 기사 중]

우리는 소설 속 주리의 말처럼 '옳지 않아'를 달고 산다. 내가 옳다고, 맞다고 여기는 한 상태가 있다면 그 상태가 아닌 것은 존재해서는 안 되는 양 말한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상반되는 상황은 존재하며, 그 곡절이 있다. 작가가 이 글을 통해 '상반되어 보이는 삶의 모습에서 어떤 것이 더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해해줄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그 모순을 느낀 점은 아버지에 대한 평가였다. 술주정뱅이 폭력 아버지에 대해서 안진진은 동정심을 가지고 있었다. 평범한 독자로서 나는 안진진의 아버지를 비난하고, 그에 대해 동정심을 가지지 못했다. 다시 한번 읽으며 나도 한쪽 면만 옳다고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첨언을 하자면 인간의 상태라는 것이 과연 딱 떨어지게 가를 수 있을까? 빛과 어둠은 상반되긴 하지만 모순적이진 않다. 희끄무레한 상황도 존재한다. 다만 무엇에 비해 무엇이 더 어두워 보일뿐이다. 그렇다면 중간단계에 대한 이해가 넓어진다면, 그 상반된다는 것의 이해도 조금은 넓어지지 않을까.


그리고 두 번째 물음. 이야기를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이 이야기는 안진진의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이야기는 안진진이 결혼을 갑자기 결심하고, 약 1년여간 안진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안진진의 내부에서 적어 내려가고 있다. 안진진은 우울감은 있지만, 거기에 매몰되기 보단 생계를 신경 쓰는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이다. 그녀의 말들은 세심하게 관찰한 결과이지만, 한편으론 그것에 너무 관여하지 않으려고 한다. 특히 그렇기 때문에 서술에는 씁쓸한 웃음이 섞여있다.

그런 일이라면 어머니는 이골이 난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이어서 진모가 어머니를 단련시켰다. 어머니는 경험 풍부한 시장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진모의 뒷바라지를 너무도 완벽하게 처리해나갔다. 틈틈이 통곡하고, 틈틈이 쫓아다니고, 그런 어머니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
그 일 때문에 9월 초순으로 계획되었던 어머니의 식품점 개업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이랏샤이마세!"라고 외치며 일본 손님을 맞으려던 계획이 연기되었음에도 어머니는 아주 생생한 활기에 붙들려있었다. 어느 순간에는 어머니에게서 콧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어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는 적도 있었다.
                                                                                                          『모순』 p.156

심지어 사랑에 관해서도 그녀는 김장우와 나영규를 비교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상태 역시 조금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관찰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비록 한 행동(특히 김장우에게)이 즉흥적이고, 비이성적일 수는 있어도, 그것을 서술할 때는 담담하다. 그런 툭툭 던지는 관찰자적인 시점은 결국 그녀의 개별적인 사건에서 삶에 대한 보편적 진리를 도출하게 한다. 예를 들면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모순』 P.21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모순』 P.127

이런 이야기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녀의 삶에서 자신의 인생도 보게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발견한 점은 이 책의 인물들은 전부 개성이 강하지만 책 속에서 인물의 결에서 변화를 일으킨 인물들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어머니의 억척스러움은 비록 처녀 때와는 다를지언정 이 소설이 진행되는 시점 안에서는 변화가 없고, 감옥에 가게 된 진모의 허세도 마찬가지다. 현실적인 안진진 역시 김장우와의 사랑을 깨닫는 점에서 변화가 있나 싶었지만 정작 선택은 안정적인 나영규를 선택했다. 유일하게 클라이맥스에 있는 이모의 자살이 인물의 방향성이 바뀐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또 그녀가 가진 심심함에 대한 반항과 낭만에 대한 열정을 생각해보면 그런 선택 역시 인물의 결에 맞다고 생각이 든다. 그들이 내린 어떠한 결정들은 대중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어떤 인물 결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걸 보면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은 허상이고, 결국은 그 다양성, 상반됨이 인간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안진진의 마지막 말처럼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무엇을 탐구하는가. 자신 안의 다른 면을. 그리고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출처 :

양귀자의 힘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1/03/17/AGIVF7UCBZAITFFDRILVTRJM3A/

예스24 책소개 페이지

http://www.yes24.com/Product/Goods/8759796

98년 연합뉴스 기사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3&oid=001&aid=0004286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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