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냐고 묻길래, 조금 솔직하게 대답해봤다. 싸우는 중이야. 어느새 밝아지더니, 어느새 어두워졌다. 하루는 어느 새다. 만성비염이 만들어낸 습관이 된 한숨. 넘나드는 단어들에 밟힌 혓바닥이 헛구역질을 한다. 케케묵은 호흡들을 찍어서 밝으면 현상해야지. 이기지 못하겠지만, 지지는 말아야지. 이건 어차피 모두 뻔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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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를 베고 눕는다. 그러면 이렇게 지구의 기울기를 느낄 수 있다. 특별이란 모두 착각이야. 철들지 못한 빈혈이야. 결국 차가운 이부자리로 돌아오니까. 체온에 데여, 화상 입은 몸을 식힌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익숙해지지 않는 온도 차. 내 자리라고 오만했던 자리는 내가 아니어도 충분하지. 나는 내가 아니어도 되지. 그래, 네 마음이 따뜻해서 아팠어. 빈자리를 상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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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다. 그토록 기다리던 눈을 봤다. 시간이 훑고 간 자리에서 나는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이었는지 알게 됐다. 누군가의 고독한 출근길이 미끄럽길 바랐고, 쌓인 눈을 밀어내야 하는 고생을 얕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뻤다. 달라진 자리에서도 그 하얀 눈이 마냥 예쁘다. 내가 죽는 날엔 세상을 재울 만큼 눈이 쏟아졌으면 하고 바랐다. 기쁘다. 아직 이토록 이기적일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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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잘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누군가의 술안주 정도는 될까. 내가 내는 짜증에 또 짜증이 난다. 잦은 짜증도 싫증 난다. 내 병은 결코 내 무기가 아닐 텐데. 효과 없는 약을 핑계로 멋대로 휘두른다. 아니, 휘둘린다. 아직 포기하진 않았는데. 보일러 온도가 높아서 오늘도 잠들지 못했다. 나의 쓸모를 세어보다 남은 손가락을 쥔다.
이렇게 보란 듯이 잘 살고 있다. 여전히 솔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