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료기기와 User Experience (2)
저번 콘텐츠에서는 '디지털 치료기기와 User Experience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었는데요, 이를 더 복합적인 시선에서 구체화시키기 위해서 이번 콘텐츠에서는 디지털 치료기기가 시장에서 왜 주목받고 있으며, 의료 시스템에 어떤 임팩트를 주어야 하는지 정리해볼게요!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현재의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의 인기가 거품이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했어요. 두 가지 관점에서 디지털 치료기기의 접근방식과 가치에 대해 고민했어요. 첫째, '디지털 치료기기를 약을 메타포로 기존의 약제적인 관점에서 비교하는 것이 맞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었어요. 현재 개발중인 많은 디지털 치료기기의 치료적 기전인 인지행동 치료(CBT: Cognitive-Behavioral Therapies)는 실제로 약이 아닌 치료사가 제공하는 행동치료를 자동화하여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예요. 이러한 혼재된 시선 때문에 상업적인 목적에서 잠깐 지나가는 바람이 아닌지 의심했었어요. 둘째, 실제로 디지털 치료기기가 치료의 관점에서 효과가 있다고 입증되었다해도, '과연 의사, 환자는 기꺼이 돈을 내고 디지털 치료기기를 구매, 사용할까?'에 대한 의문이 생겼어요. 사용자의 가치체감과 구매의사가 비례한다고 가정했을 때, 의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디지털 치료기기의 가치를 체감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예요. 또한 디지털 치료기기의 경우, 단기간에 효과를 체감하기 힘든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 한편,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그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환자가 디지털 치료기기 사용에 대해 확실한 목표와 동기가 없다면, 치료 효과를 창출할 수 없죠.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를 고민하던 중, 에릭토폴의 '딥메디슨'이라는 책을 통해서 디지털 치료기기의 필요성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었어요.
에릭토폴은 그의 저서에서 현재의 의학을 '얕은 의학(Shallow medicine)', 그리고 의료 분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깊은 의학(Deep medicine)'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는데요, 기존의 의학은 환자와의 대면 시간이 적고, 대부분 X-ray, CT 등의 얕은(평면적인) 데이터를 이용해 환자의 증상을 진단합니다. 저자는 얕은 의학의 문제점을 정말 중요한 결과변수(End point) 대신, 소위 대리 결과변수(Surrogate endpoint)의 빈도변화에 의존하는 경우가 흔하며, 이렇게 얕은 근거에 기반한 진단은 오진이나 과잉진단을 초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요. 또한 의사의 인지적 편향, 환자와 의사 간의 관계의 결핍 등 기존 의료시스템의 한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요,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딥러닝은 이러한 의학의 한계를 보완해줄 수 있는 유용한 도구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해당 관점을 바탕으로 디지털 치료기기가 실제 의료 전달체계에 깊은 의학(Deep medicine)의 지향점을 가지고 발전하려면 어떤 임팩트를 가져야하는지 고민해보게 되는데요, 책에서는 딥메디슨(Deep medicine; 깊은 의학)의 주요 컴포넌트를 세 가지로 설명하고 있어요.
(1) 딥피노타이핑 (Deep phenotyping)
딥피노타이핑은 모든 데이터를 이용해 개인을 심층적으로 정의(인간의 의학적 요소를 디지털화하는 것)하는 능력이예요. 여기에는 개인의 병력, 사회력, 행동력, 가족력 뿐만 아니라 해부학, 생리학 등의 생물학적 요소와 환경적 요소가 모두 포함돼요. 또한 장기적인 데이터 축적을 통해서 질병, 증상의 원인을 좀더 심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가치가 있어요.
(2) 딥러닝 (Deep Learning)
의료와 관련하여 인공지능이 가장 크게 활약할 수 있는 분야로 손꼽히는 부분인데요, 저자는 의사가 진단을 내리기 위해 사용하는 패턴인식 및 기계학습에만 국한되지 않고, 건강유지 및 질병관리 지침을 제공하고 코칭하는 역할 까지 딥러닝이 응용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의료 전달체계 내의 여러 부분을 자동화함으로서 병원 환경의 효율성을 높이며, 머신비전(machine vision)을 이용해 환자의 안전 보장과 질적 개선을 도모할 수 있고요, 자택에서의 원격 모니터링을 활성화하여 병실의 필요성을 줄일 수도 있다고 해요.
(3) 딥엠퍼시(Deep Empathy) & 딥커넥션(Deep Connection)
세 번째 중요한 요소는 딥엠퍼시(Deep Empathy) & 딥커넥션(Deep Connection) 이에요. 이는 각각 '심층 공감', '심층 연결'이라는 단어로 번역될 수 있는데요, 앞서 언급했던 딥피노타이핑, 딥러닝 등을 통해서 의료진의 불필요한 업무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의사가 환자를 돌보는 시간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실제 의사들은 전자의무기록, 관리의료(managed care), 민간의료보험(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상대가치척도(relative value unit) 등 번거로운 절차 상의 업무로 인해 번아웃을 경험합니다. 또한 환자 대면 시간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데요, 인공지능을 활용해 패턴화된 업무를 대행할 수 있게 된다면, 환자 진료의 핵심 가치인 환자와 의사 간의 유대 관계와 신뢰 회복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3가지 딥 컴포넌트와 디지털 치료기기는 깊은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우선, 디지털 치료기기는 '치료'라는 가치를 제공하는 디지털 도구입니다. 기존에 많은 연구나 서비스들이 디지털 치료기기를 '약'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으로 평가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약'이라는 메타포는 컨셉적인 측면에서 디지털 치료기기를 잘 표현하고 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생물학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약'과 인간 행동적인 측면을 활용하는 디지털 치료기기는 치료의 기전이 다르기 때문에 '약'을 생각하고 디지털 치료기기 기획에 접근하면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도구적인 효용성 측면에서 디지털 치료제는 지금 현재 이뤄지고 있는 전통적인 방식의 의료 시스템에 어떤 효용 가치를 만들 것인가에 집중하고, 그 임팩트를 만들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내야 하죠. 치료 과정을 돕는 도구로서 디지털 치료기기는 어떤 가치를 지닐 수 있을지 세 가지 컴포넌트와 연결지어 봤어요.
(1) 디지털 치료기기를 통해 연속적인 치료 서비스/코칭을 제공할 수 있다.
첫째, 딥러닝을 활용해 '패턴화된 치료'를 자동화하여 병원 밖에서도 연속적인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의 데이터에 맞는 코칭과 질병관리를 제공할 수 있어요. 현재 존재하고 있는 디지털 치료기기는 대부분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 Therapy; 이하 CBT)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CBT를 기반으로 한 치료 기법의 경우, 매우 정형화된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어 디지털 시스템을 통해 자동화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이예요. 이는 앞서 언급했던 컴포넌트 중 '딥러닝' 컴포넌트와 상관있는 부분인데요, 사후관리의 측면에서 진단 이후 디지털 치료기기가 제공하는 치료 프로그램을 수행하도록 하고, 기존에 신경쓰지 못했던 연속적인 코칭과 질병관리 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면 치료의 효과를 높일 수 있겠죠. 시설 중심에서 재가중심으로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간,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여 연속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면 의사의 치료목표를 더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거예요.
(2) 디지털 치료기기를 활용해 병원 밖에서도 환자의 데이터, 참여행태 등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둘째, 디지털 치료기기를 통해 병원 밖에서의 환자 데이터를 수집하여 '디지털 피노타이핑'을 실현해야 합니다. 디지털 치료기기를 기획하다 보면, 자연이 '디지털 바이오마커(Digital Biomarker)'를 고민하게 됩니다. 이는 음성, 심박수 등의 생체 신호 등의 사용자의 생체, 행동 데이터를 정량화하여 수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통해 사용자의 행동을 추적할 수 있다면 첫째,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환자의 연속적인 증상을 파악하여 진단을 내릴 수 있고, 둘째, 즉각적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의 서비스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UX를 설계할 수 있을 거예요.
(3) 디지털 치료기기를 통해 파생되는 추가적인 업무에 대비하기
한편, 저자가 말하고 있는 딥엠퍼시 & 딥커넥션의 미션을 디지털 치료기기가 성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조금 생겼습니다. 기존에 작업치료사 등이 수행하던 업무를 확장시킨다는 측면에서 치료의 범위를 증강시킬 수는 있겠지만, 새롭게 생성되는 연속적인 의료 데이터 처리의 측면에 있어서 합당한 솔루션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의사에게는 추가적인 업무 부담을 제공하는 것이 되겠죠. 현재의 시스템에서도 의사의 업무부담이 높아 환자와 대면시간이 매우 부족한 가운데, 디지털 치료기기로 발생하는 데이터에 대한 업무까지 더해진다면 딥엠퍼시 & 딥커넥션의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겠죠. 디지털 치료기기를 치료과정의 증강 과정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로 발생하는 데이터까지 커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려면 기존 의료체계 내의 이해관계자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Thirsty Thursday Club Talk!
이번 콘텐츠에서는 에릭토폴의 저서 '딥메디슨(Deep medicine)'이 기존 의료 시스템에 제공할 수 있는 도구적인 효용에 대해서 탐구해보았습니다. 디지털 치료기기의 개대효과로는 첫째, 의사의 치료과정을 증강시켜 치료 효과를 높이고 연속적인, 재가중심의 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둘째, 환자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여 좀 더 심층적인 진단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디지털 치료기기의 탄생이 야기하는 추가적인 업무와 역할 또한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데요, 디지털 치료기기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 해당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권의 책을 바탕으로 디지털 치료기기의 효용가치에 대해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보았는데요, 혹시 다른 의견을 가지고 계시다면 댓글로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