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기독교-남묘호렌게쿄
종교가 병을 낫게 하진 않는다. 종교에 의지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한다.
어차피 자식인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많진 않다.
우리 엄마는 오랫동안 조현병을 앓았고,
작년과 올해는 집도 혼자 못 찾아올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경찰에 실종신고도 2번이나 했었다.
다행히 바로 엄마를 찾아서 데려올 수 있긴 했지만,
갈수록 함께 쇠약해져 가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부모님은 종교에 꽤나 많은 의지를 하고 계신다.
엄마가 조현병을 진단받았던 26살, 그 당시는 조현병이라는 게 지금처럼 의학적으로 접근하지 못했다.
엄마의 가족들은 정신병원에 엄마를 보내거나 또는 굿을 하여 엄마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전에는 불교를 믿었었고, 그 뒤로 이모의 권유로 10년 넘게 기독교생활을 했다.
교회 다닐 때 형편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헌금도 내고,
교회 진짜 열심히 다녔다.
집에 오면 "사탄아 물러가라"하며 아버지가 반복적으로 주문처럼 외운다거나
늘 찬양유튜브가 흘러나왔다.
좀 듣기 싫어도 저렇게라도 해서 의지가 되고 좋아진다면야.. 하고 있었다.
아빠도 이 병을 어떻게든 고치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신앙생활을 오래 했지만 점점 더 악화되었었고, 조금씩 돈을 강요하는 교회로 인해
신뢰를 잃었다. 10년 넘게 다니던 교회를 더 이상 다니지 않았다.
그러다 집에 방문한 요양보호사의 권유로
남묘호렌게쿄를 접하게 되었는데, 부모님이 좀 좋아지셨다.
강요도 없으면서 누군가를 믿고 하는 것보다 좀 더 자기를 믿는 것 등이 부모님에게 나름 좋았나 보다.
특히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구역별 모임에서는
아버지의 고민등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으면서
많이 우셨다. 그냥 그렇게 자주 우는걸 처음 봤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내게 아버지란 존재는 언제나 강한 존재였는데
이젠 너무나 나약한 존재로 변해버린 것 같아서..
솔직히 아빠가 있었기에 내가 고생을 덜한 거다.
아빠가 엄마옆에 보호자로 잘 있어주고 버텨줬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아빠의 인생이 없어진 것 같다.
남묘호렌게쿄는 내 친한 지인도 믿고 있어서
이 종교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하진 않는다.
사이비라고 일부 알고 있긴 한데, 이 안에 진리를 보면
좋은 이야기들이 많다.
종교를 어디를 믿든 부모님에게 너무 강요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그 종교믿음을 통해 부모님이 이전보다 삶에 있어
의지가 생기고 더 좋아지시면 된다.
이번 이 종교는 아버지가 조금 더 마음에 담아두었던 것
속병을 털어두는 기회가 된 것 같아 좋다.
딸입장에서는 그들이 종교로 입문하게 하는 것보다
그저 부모님을 챙겨주는 느낌을 받아 감사하다.
어제 남묘호렌게쿄 기도해 주시러 오신 분 말로는
엄마가 가장 인생에서 슬펐던 순간은
"조현병 진단을 받았을 때"
엄마가 가장 인생에서 기뻤던 순간은
"결혼을 했을 때"라고 한다.
아 나는 엄마의 인생에 언제 가장 기뻤는지, 슬펐는지 관심조차 가지 않았는데
듣고 나니 기분이 이상했다. 물어볼 생각도 못했고, 물어볼 엄두도 못 냈다.
한때 엄마와 시간을 많이 보내보려고 노력했지만
정신분열, 조현병 엄마와의 대화가 쉽지 않다.
일상적인 보통의 대화, 다른 친구들 엄마 대화와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받아들이는 게 사실 쉽지 않았다.
괜히 짜증부터 올라오고, 자꾸 화부터 올라왔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 같고, 또... 불안하다고 저러네'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래서 엄마에 대한 기대심리도 없고, 엄마를 그렇게 그리워하지 않았다.
마음속에 늘 엄마라는 짐이 한편에 있는 것 같았다.
그 엄마라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하다가
약간 엄마를 가족보다는 제삼자, 친척 바라보듯이 바라보듯 본다.
그러면 집착처럼 엄마를 부여잡고 보지 않게 된다.
어제 엄마가 직접 기도도 하고, 책을 읽는 모습을 봤다.
엄마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하는 걸 거의 심하게 아픈 이후로는 처음 본 것 같다.
나이가 들어 할머니가 되어도 무기력한 엄마가 아닌
이게 나구나 라는 본연의 모습을 조금은 찾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