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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필리아 Sep 30. 2024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건지 의심스러울 때

욱하는 엄마, 소리지르는 엄마

오늘도 화를 몇 번이나 냈는지 모른다. 내가 아이에게 소리 지르며 화를 낸 게 많다는 건 내 감정을 내가 스스로 컨트롤하지 못했다는 거다.

나름 변명을 대자면 내가 화낸 몇 가지를 보면 이렇다.



1. 카페에서 응가 마렵다고 해서 화장실 갔는데, 똥을 그대로 팬티에 묻어버림(많이 묻음.. 도대체 어떻게 쌌지? 참았나?)

2. 동생이 싫어하는 거 알면서 장난감 일부로 더 뺏는 행위를 함(그걸 약간 즐기는듯해서 더 싫음)

3. 운전해서 가고 있는데 뒤에 보니 발이 천장 쪽으로 가있고 머리가 의자에 있음 여기에 손까지 빰

4. 밥을 먹을 때 앉아서 밥 다 먹고 다른 걸 하는 거 아니라 밥 먹다가 미끄럼틀 타고 밥 먹다가 다른 걸 자꾸 함(이건 벌써 주의를 꽤나 줌)

5. 아이 둘 하루 종일 보고 집에 와서 설거지하는데 동생이 의자에서 떨어져서 울고 있다(왜 동생 안 봤어?)


아니 엄마 말이 우습나?라는 생각이 듦. 도대체 한번 말한 게 아니라 진짜 많이 말했는데 왜 안 들어? 

네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게 동생이다.

동생은 아무것도 모르네 니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할 수밖에 없다고 말을 하게 된다.

자꾸 첫째에게 화날 이유들이 많다.ㅠㅠㅠㅠ

이건 나도 정말 미안한데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보고 "그래, 저건 화낼만하지."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위에 것들이 다 습관적으로 저렇게 하다 보면 아들에게 좋을 게 없다. 그리고 저건 내 욕먹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누구 엄마 아들래미이길래 애가 밥 먹을 때 저래먹노?라는 생각을 할 것 같다.

응가도 도대체 왜 묻는 거지? 생각해 보고 초등학교 가면 뒤처리를 제대로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데 그때 저렇게 묻으면... 학교에서 분명 놀림도 당할 텐데라는 생각을 하니 절로 걱정이 된다.



웬만해선 그날 하루를 좋은 엄마이고 싶다. 환경적으로든 교육적으로든 다 잘하고 싶은데 .. . 나도 내 체력이라는 안된다는 이유로! 나가면 더 힘들다는 이유로! 나 편하자고 조금 더 수월한 곳에 간 적이 많다.

최근에는 카페에 많이 간다. 야외 정원이 있는 카페에 가면 나도 좀 아이들과 쉬면서 있을 수 있고 커피 한 모금이 그나마 비타민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러다 집에 와서 우연히 본 다른 사람들의 인스타에서 주눅이 든다. 타인과의 인생, 타인과의 비교가 나쁘다는 것을 머릿속에 인식하지만 오늘 아이에게 유독 화를 많이 낸 것 같아 미안하다는 생각이 내 뇌를 지배하고 있을 때 타인의 인스타는 유독.. 내 마음을 아려오게 한다.

1. 가족이 너무 끈끈해서 공원에서 자전거만 타더라도 너무 행복해 보이는 모습

(난 이미 신뢰를 잃었고, 내 마음의 상처 때문에라도 합칠 마음이 없는데 그것조차도 내 욕심인 것 같아서.. )

2. 아이가 도서관에서 책을 너무 즐겨읽는 모습

(나도 도서관에 자주 가는 아이로 만들어주고팠는데 이미 싫어를 남발해서.. . 가는 것도 눈치 보임)

뭔가 아이의 성격이 나에게 너무 영향을 미쳐버렸나? 또 한참 힘들 때 내가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까?


그렇게 여러 생각들을 해보며 마음의 죄책감만 쌓여간다. ㅠㅠ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니겠지...?

나 잘하고 있는 거 맞겠지.. .?

주말에 막 육체적으로 진짜 힘들다 이런 것보다 아이 둘을 하루 종일 본다는 느낌을 받으면 심리적으로 좀 더 빨리 그날 하루 에너지가 다 써진 것 같다. 요즘 그런 주말을 보내고 있다. 정말...

오늘 첫째에게 화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엄마가 화내는 것들이 딱 정해져있다고 말해줬다. 

예전에 오은영 박사가 아이들은 천 번은 말해야 한다고 ... 했는데, 지금 7살 이전에 기억이 아이의 무의식에 살아가는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도 어디서 본 것 같아서 더 신 경이 쓰이나 보다.

잘 키우고 싶어서, 잘 성장시키고 싶어서

내 마음이 이렇다는걸.. 아이는 알까?

요즘 많이 느낀다. 내가 부모의 영향을 은연중에 많이 받고 있구나라고, 엄마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팠기 때문에 엄마가 해준 엄마의 역할 자체가 나에겐 뭔가 기억이 희미하다.

엄마의 집밥이라던가?

엄마의 따스한 손길이라던가?

엄마의 나를 다정하게 응원하는 말이라던가?



그런 기억이 나에겐 없다. 

그래서 내가 아무리 사랑을 아이들에게 우리 엄마보다는 많이 준다고 해도 아이들이 느끼는 건 적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 .. 

표현을 안 한다고 사랑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연인과 만나보면 서로 표현하는 정도가 어느 정도 서로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듯 아이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하,. 오늘도 화낸 나의 감정을 조금만 내려놓자. 겉으론 멋진 여자, 워킹맘인 척 다 해놓고 사실 이런 나라는 게 가끔 초라하게 느껴진다.

#육아 #잔소리 #욱하는엄마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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