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의 시선으로 본 학교폭력>
한 아이가 말했다.
"친구들이 저랑 안 놀아요...."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해결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무력감이 먼저 몸을 지배한다.
학교는 종종 잔인한 곳이 되기도 한다.
교실이라는 좁은 사회는 선명한 규칙 없이도 배제를 만들어낸다.
누가 ‘다르다. 이상하다.’고 낙인을 찍는 순간, 그 아이는 투명인간이 된다.
말을 걸어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단체 사진에는 한 발 물러나 있다.
쉬는 시간, 체육시간, 점심시간이 가장 싫다는 아이....
때리지 않아도 아프고, 욕하지 않아도 무너진다.
‘은따’라 불리는 이 침묵의 폭력은, 겉으론 조용하지만 속은 처절하다.
폭력은 반드시 주먹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른의 세계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의 세계에선 말 없는 침묵, 눈빛 하나, 피하는 손짓이 칼이 된다.
그 칼날은 조용히, 그러나 정확히, 아이의 자존을 베어 간다.
그리고 그 아이는 점점 자신을 지우기 시작한다.
학교폭력은 '아이들 문제'가 아니다.
사회의 축소판이고, 결국은 어른들이 만든 문화가 아이들에게 전염된 결과다.
우리는 그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쳤는가, 아니면 먼저 살아남는 법부터 주입했는가.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는
인간에게 신체적 고통과 유사한 뇌 반응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외로움은 상처보다 오래 남고,
침묵은 고함보다 더 깊게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