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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지나간 여름의 기억은 없다

얼마나 뜨거웠는지 정도야 어렴풋이

몸이 기억하고 있지만


오전8시 30분의 이미 농염한 아침 햇살의

기운을 기억하진 못한다

그래서 그 여름에

점심먹으러 밖으로 나오기가

무섭도록 두려웠다는 것을

그새 잊었다

귀를 찢는듯한 매미소리라든가

얼음 너댓알을 입속에서 찬찬히 굴릴때의

흥분됨이라든가

그냥 뭐 더웠다 이 정도의

촌철살인으로

혹은 '그래, 그 해는 유독 더웠어' 정도의

특별함을 부여하는 정도의.

늘 여름은 나를 스쳐지나간다


그래서 그렇게 그리워하던가

처서가 지나자마자 습관적으로 애타게 되는

어느 해의 여름

분명 지나왔는데

지나옴의 흔적이 너무나도 가냘프다


그래서 그렇게 그리워하던가

아직 오지 않은 그 해 여름의 뜨거움을

저장하기엔 너무 뜨거운 그 해 여름을


201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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