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규승 Aug 16. 2023

Me before you

너를 진심으로 알고 싶어

올해 나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감정이다. 생활을 하는데 무언가 막힌 듯한 부분이 느껴졌다. 정확하게는 느껴졌다기보다 불편함을 관찰했었다. 분명 내 감정은 크게 다른 것이 없었는데 내 몸이 불편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예를 들면 살이 찐다거나, 수면 패턴이 흐트러지거나, 일에 집중이 안된다거나 한다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이 원인은 스스로의 감정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데 있었다.


조금씩 내 감정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붙잡고 이성을 활용해서 내가 왜 그런 감정인지 system2를 이용해서 사고할 수 있었다. system1으로 처리되어야 하는 순간에서 벗어나 조금 더 느리고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선택할 수 있었다. 행동에 대한 자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 감각은 확장되어 타인의 감정이 어떠한지도 궁금해졌다. 과연 나와 같은 감정을 가지는 것이 맞을까? 감정이 싱크가 된 상황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거웠다. 근 5년 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생각해 보면 그곳에는 타인이 존재했다. 나 혼자여서 행복했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것 역시도 타인이 있음을 전제한 순간들이었다. 거칠고 두서없이 대화했어도 이어져 있다는 감각을 받았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임을 경험한 순간에 나는 살아있고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연결됨에 대한 결핍이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데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그래도 저런 우연한 경험들로 인해서 내가 연결됨에 대한 갈망이 있음을 알았다.


최근에 연결되었다는 감각을 자주 느끼고 있다. 특히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리더십 모임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곳에서 시간을 함께하는 것은 무언가 달랐다.


상대의 상황에 들어가서 누군가를 수용한다는 것, 그리고 나 역시도 수용받는다는 것. 이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여는데 주요한 행동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이 감각을 모르는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게 되었다.


대화하는 것이 즐거웠다. 진짜 당신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매번 그 모임에서 대화하기가 기다려졌고 그 사람들이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넌 어떤 세월을 살아온 거야? 어떤 어려움이 있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어?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고 경험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너를 알기 위해서 대화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대화를 정말 기가 막히게 잘하는 분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상대를 잘 보듬아주는 느낌이 들도록 대화할 수 있냐고. 그렇게 이 책:<말센스>를 추천받았다. 책에서는 센스 있는 대화를 위한 아래 16가지 행동을 제안한다.




[말센스 01]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구를 참아낸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사람은 쾌락을 느낀다. 상대를 공감해 주기 위해서 굳이 내 얘기를 꺼낼 필요는 없다. 대화를 할 때 상대가 꺼낸 이야기는 내 기억을 자극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건 흘려보내자. 내 이야기는 상대가 물어봤을 때 하자. 상대가 말하는 그 즐거움을 느끼도록 도와주자. 그리고 이 과정이 나에게도 즐거움이란 것을 이제 안다. 왜냐면 나는 네가 진짜 궁금하니까.


“나는 말하는 것이 침묵하는 것보다 좋다는 확신이 들 때에만 말한다.” - 카토




[말센스 02] 선생님이 되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왜 길게 설명하려 하는가? 이는 통제 욕구이거나 관심 욕구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주어 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고 싶어 한다. 또한 타인에게 인정받고 관심을 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 대화를 통해서 무엇을 얻어내길 바라는가? 끝나고 나면 어떤 기분을 느끼길 바라는가?


진정한 대화는 상대를 변화시키려는 자신의 에고 투영이 아닌 상대의 마음과 연결되는 것이다. 무엇이 나에게 중요한 일인지 생각해 보자. 나 자신을 내려놓아야 진짜 대화가 가능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말을 하고 싶은가? 그것은 지금처럼 글을 써서 표현하면 된다. 대화로는 상대를 알아가는 것이고 글로 나를 표현하면 된다.




[말센스 03] 질문을 통해 관심과 사랑을 표현한다

5W1H를 활용한 개방형 질문을 사용해 보자.


ChatGPT의 시대에서는 지식보다 호기심이 더욱 중요해졌다. 질문이 가치로 환산되는 것이 매우 빠른 시대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 있고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 만한 질문을 던지도록 준비해 보자. 질문수집가가 되어 보자.


진짜 상대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그 사람이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 만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힘이 있을 것이다. 반대로 질문을 받는다면 상대의 질문을 귀하게 여기자. 여러 번 생각하고 이미 다듬어져 있는 질문이라도 그 질문을 받은 순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미리 준비된 답변은 재미가 없다. 지금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현재를 충실히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말센스 04] 대충 아는 것을 잘 아는 척하지 않는다

진짜로 부끄러운 것은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것이다. 영어에서 가장 이야기하기 어려운 문장은 ‘I don’t know.’라고 한다.


모르는 것이 내 약점이라고 생각되는가? 그러면 더욱 좋다. 나의 약한 부분을 내보일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강함의 상징이다. Antifragile 할 수 있는 기회다.




[말센스 05] 귀가 아닌 마음으로 듣는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섹스, 코카인, 설탕과 같은 것에 반응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을 목격했다. 혼잣말을 할 때에도 같은 쾌감을 얻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대화에서 느낀 그대로 대화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좋은 평가 방법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하기 위해 듣지 않습니다. 그들이 상대의 말을 듣는 건 응답하기 위해서입니다.” - 스티븐 코비


내가 말할 껀덕지를 건지기 위해 상대의 말을 듣지 말라. 그런 내가 말하고 싶은 욕구는 흘려보낸다. 진정으로 대화한다는 것은 상대를 진정으로 궁금해하는 것이다. 너는 왜 대화하는가? 욕구에 이끌려 다니기보다 목적에 따라 대화하라.




[말센스 06] 상대가 보내는 신호에 안테나를 세운다

타인의 말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주의 집중 시간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핵심만 말하는 것이 상대가 지루하지 않으면서 의도를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말을 짧게 하는 것은 말실수를 줄일 수도 있다. 말을 짧게 하고, 중간중간 짧게라도 생각할 시간, 말을 편집할 시간을 가지자. 우아한 아비투스를 가진 사람들을 떠올려 보라. 메시지가 중요하면 할수록 상대방의 짧은 주의력을 의식하자. 무언가 변화를 이끌어 내길 원한다면 말을 짧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대화에서 중요한 건 양보다 질이다.




[말센스 07] 잡초 밭에 들어가 배회하지 않는다

모든 내용을 말할 필요가 없다. 20초 내외에 승부를 보아야 한다. 약 3-4 문장 정도 될 것이다. 말을 할수록 당신의 쾌감은 상대의 지루함을 동반한다.




[말센스 08] 머릿속의 생각은 그대로 흘려보낸다

상대의 말을 듣다 보면 내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진다. 이 이야기를 하면 상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생각이 엄청 떠오른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도움이 된다는 그 감각일 뿐일까? 진정으로 타인이 조언이 필요하다면 그것에 대해 질문할 것이다. 그 이전까지는 내 경험을 얘기할 필요가 없다.


내 이야기를 하고 대화를 이끌어 가고 싶은 운전자가 되고 싶은 욕구를 내려놓자. 대화의 통제권을 가져오고 싶은 그 욕심을 내려놓자.


말하고 싶은 본능을 흘려보내라. '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구나’라고 인지하고 아무것도 안 하면 된다. 다시 상대의 말에 집중하면 된다.


말할 기회가 와서 포착하려고 준비하고 있지 마라, 다 보인다. 너의 들뜬 얼굴이 다 보인다. 내 말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말을 하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는 것이 표정에서 보인다. 곧 이야기할 너의 모습과 그 만족감을 누리기 위해 도파민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것이 보인다.


쉽지 않다. 그럼에도 중요하다. 대화는 계발하기 쉽지 않은 ‘인내’와 ‘집중’이라는 두 기질을 필요로 한다. 대화가 가치 있는 이유는 자신의 생각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생각과 느낌을 알아가는 것에 있다. 너와 나의 뇌를 서로 접속시키는 것이다.


지금 이 대화에 집중하자. 나를 내려놓고 대화의 파도에 몸을 맡기자. 불확실성은 당신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곳으로 가게 도와줄 것이다.




[말센스 09] 좋은 말도 되풀이하면 나쁜 말이 된다

반복은 지루하다. 두 번 들으면 그건 이미 했던 이야기라고 상대는 정보의 가치를 낮게 분류한다. 반복하는 것은 행하는 주체의 행동이 강화되는 것이다. 더 잘 기억하게 되는 것은 반복해서 말한 사람이다.




[말센스 10] 이 얘기에서 저 얘기로 건너뛰지 않는다

어떤 행동에서 다른 행동으로의 전환은 도파민을 분비시키면서 외부 자극을 추구한 것에 대한 기분이 좋다는 보상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신경 연결의 변화는 결론적으로 뇌를 자극하여 정신을 흐리게 한다.


명상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따라가지 않도록 훈련한다. 떠오른 생각을 알아차리기만 하면 된다. 명상을 계속하게 된다면 내가 생각하는 순간을 알아차릴 것이다. 대화 도중 나의 생각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고 이렇게 하기 위해선 말을 더 느리게 하고 더 많이 멈출 것이다. 생각이라는 수다쟁이가 하는 말을 옆으로 치워 두고 나면 내가 진짜 어떤 마음, 상대가 어떤 마음인지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말센스 11] 고독의 시간이 공감력을 높여준다

공감은 고독을 경험한 후에 향상될 수 있다.


대화를 통해 영감을 얻고, 영감을 고립상태에서 가다듬자.




[말센스 12] 말은 문자보다 진정성이 강하다

말에는 문자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이 누군가의 감정을 알아가는데 더 본질적일 수 있다.




[말센스 13] 편리함을 위해 감정을 희생시키지 않는다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느낌을 감지하고 감정적 상태를 인식하며 그들의 경험을 상상해 내는 능력이다. 상대를 공감하기 위해서 자기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내 기분이 어땠을까?”. 결국 타인의 감정에 대한 인식이다.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자신의 의견이 무시받거나 공격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현실 세계에서의 대화를 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쳐, 자신의 대화가 수용받지 못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실수하기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이를 받아들이고 불확실성의 대화 속에 몸을 맡기자. 뒤죽박죽이고 실수투성이이고 엉망인 의사소통이 가장 인간적이다.




[말센스 14] 말재주와 말센스는 다르다

공감의 스킬들은 쓸모없다. 의도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한다거나, 의도적으로 상대의 눈을 바라보는 것 같은 행동은 진심이 아니면 다 들통나게 마련이다. 진심으로 상대를 궁금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화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나머지 것들은 부차적이고 따라오는 것이다.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일 뿐이다. 본질이 우선한다.




[말센스 15] ‘옳음’보다는 ‘친절함’을 선택한다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하는 대화는 생각보다 빈번하게 발생하지 않는다. 논리의 대화가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 열린 문제에 대해 옳고 그름의 판단은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열린 문제에 100% 정답은 없다.


친절한 대화란 무엇일까? 보편적인 인류 공통의 공포는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그렇기에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쪽으로 대화를 한다면 친절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 있는 그대로 설명해 준다면 상대는 대화의 불확실성이 줄어든 상태에서 안정감 있게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당신에게 기대하는 바를 말한다. 그래야 내 의도가 상대에게 명확히 전달된다. 내 의도가 거절당한다 할지라도 내가 먼저 용기 내어 말한다. 그것이 친절함이다. 먼저 내가 불확실성의 강을 건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말센스 16] 바로잡지 못할 실수는 없다

사과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은 고통스럽다. 그리고 이것이 사과의 본질이다. 스스로 고통을 감내할 용기. 고통스러워하는 내 모습을 보고 상대방은 우리가 불편해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연민을 가진다. 그렇게 감정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상대의 마음이 열린다. 사과를 받은 상대방은 나를 더 이상 위협으로 느껴지지도 않고 내가 해를 끼칠 것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사과는 Antifragile 하다.




책을 읽으며 많은 반성을 했다. 나 역시도 내가 말하고 싶어 근질근질하고 싶은 경우가 있다. 그리고 내 생각이 사라지는 것이 무서워 메모하는 것에 집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확실성을 높이려고 행동하는 것보다는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말하고 싶은 것을 그냥 흘려보낼 줄 안다. 대화에서 내가 아니라 네가 중요하고 주인공인 것을 안다.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이렇게 글을 쓴다. 누군가 보지 않아도 좋다. 혼잣말로 허공에 흩어져도 좋다. 생각을 붙잡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강박적으로 운동을 하다가도 떠오른 생각이 있으면 폰에 메모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이 필요하다면 그때 다시 나에게 찾아올 것임을 믿는다.


가장 기분 좋은 감각은 네가 기뻐하는 모습이다.


앞으로의 우리의 대화가 더욱 깊어질 것 같다.




Reference.

말센스 - 셀레스트 헤들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