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투자하는 이유
경제를 예측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는 그 예측을 통해서 일확천금을 얻을 기회를 가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지금까지 모은 것을 한 번에 잃기도 한다.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은 이 경제 시스템을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과도 가깝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나라면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마치 다른 사람이 산 복권은 안 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내가 산 복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될지 모른다는 그 감각.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느껴본 적 있진 않은가?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첫 주식 거래를 하기 시작한 2008년, HTS에서 등락하는 캔들 차트를 보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수업시간에 노트북을 들고 가서 뚫어져라 보고 앉아있기도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산 종목은 다음날 상한가를 갔다. 대주주의 자사주매입 공시가 떴기 때문이다. 초심자의 행운을 나는 그대로 느꼈다.
분명 나는 별 이유 없이 산 종목이었는데 그 순간 내가 실력이 있는 건 아닐까? 하며 우쭐했던 기억이 난다. 대주주가 살 정도로 싼 기업을 나는 잘 찾았구나!라고 허황된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나는 한 학기를 주식과 게임으로 날렸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나는 트레이딩을 잘하는 재능을 가지지 않았구나. 덕분에 가상화폐 열풍이 불 때, 나를 위한 기회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두 번은 실수하지는 않았다. 경험을 싸게 배웠다.
한편 내가 잘하는 투자 방법을 알게 되었다. 장기투자였다. 나는 지독하게 엉덩이가 무거운 투자자였다. 2009년 매입한 주식을 아직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 팔지 않은 이유는 별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때 살 당시에 이 주식은 손자와 손녀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돈이 없어도 이 주식만큼은 팔지 않았다. 시장을 떠나 있던 시기에도 나는 이 주식을 팔지 않았다. 아니 결코 팔지 못했다.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투자가 성공적인 투자였냐고? 실패한 투자는 아니지만 아쉬운 투자였다. 왜냐하면 그때 마지막까지 무엇을 살지 고민했던 주식 후보는 삼성전자였기 때문이다. 2009년 당시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와, 그 당시 2위였던 이 주식 중에 무엇을 살지 고민을 했었고, 손자, 손녀 시대까지 변하지 않을 산업군이라 생각했기에 그 종목에 투자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도 절대 변할 것 같지 않은 이 종목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최근에 2차 전지 이슈와 함께 신고가를 찍고 다시 내려오는 중이다. 신고가를 찍었을 때 팔까 고민을 아주 잠깐 하기도 했지만 결국 팔지 못했다.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참 웃긴 투자방법이다. 아직 자식도 없고, 결혼도 안 한 사람이 손자 손녀를 위해 주식 투자를 한다니 말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주 본능에 부합하는 투자방법이기도 했다. 내 DNA를 효과적으로 운반하기 위해, 조금 낮은 시간선호도로 행동했던 것이다. 그리고 참으로 감사했다. 이렇게 나의 노력을 미래 세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사유재산이 꽤 높은 수준으로 보장되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것에 말이다.
우리나라의 사유재산에 대한 인식은 조선 후기 이미 확립되었다. 토지 소유권이 확보된 상황에서는 개인은 자발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땅을 개발할 이유가 생긴다. 열심히 일했는데 고스란히 이를 빼앗겨 버린다면 생산성을 높일 이유가 없다. 내가 가꾼 바로 이 땅이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해서 대대손손 사용할 수 있다면, 내 새끼를 위해서라면 내 한 몸 희생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절 개발을 하는 농민과 지금의 나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시간이 지나도 내 몸 안에 흐르는 DNA는 이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아버지에게 자연스럽게 배웠듯 아마 내 자식들도, 손자 손녀들도 이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다.
정보와 에너지의 전승. 이것이 내 이름의 의미를 책임지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계는 존재에 앞선다. 관계가 있기에 내가 인식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누군가의 아들로 행동하고, 나중에는 누군가의 아버지로 행동하게 될 것이다.
이 글이 너희들에게 닿기를 생각하며 이렇게 몇 글자 오늘도 남겨 본다.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