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뇨(Livigno)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들
리비뇨에서의 아침식사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침을 거르지 않는 대신 매우 간단하게 해결한다. Cafe라는 곳에 가면 꼴라지오네(colazione)라고 쓰인 것을 볼 수 있다. 즉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란 뜻이다. 맛난 브리오쉬(Brioche)와 커피(Coffee)를 함께 할 수 있는 달콤한 아침식사.
리비뇨에서 맞이한 나의 아침식사 역시 브리오쉬와 까페라떼! 음~ 부오노(Buono. 맛있다는 이탈리아 표현)
리비뇨의 아침 거리는 한산하다. 이곳의 날씨는 바람이 매우 차지만 하늘은 청명하고 공기가 좋다. 어제저녁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이탈리아 알프스에서 타는 스키
리비뇨 곳곳의 지역 광고를 보면 "Feel the alps"라는 슬로건을 자주 볼 수 있다. 나도 이제 본격적으로 알프스의 설경을 느끼기 위해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본다. 보드를 타는 사람보다 스키를 타는 사람들이 많고, 코스가 매우 다양하다. 이탈리아령과 스위스령으로 내려가는 방향도 있다. 이곳은 두 나라가 함께 보유한 알프스니깐! 그러나 국경을 스키로 넘을 수는 당연히 없다. 내려오면서 순간순간 바라보게 되는 흰 눈이 쌓인 알프스의 장관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리비뇨 공식 홍보 웹사이트 https://www.livigno.eu/en/)
밖에 오래 있다 보니 몸이 너무 추워서 얼굴이 찢어질 듯하다. 눈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 앞이 잘 안 보인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이 후회되는 순간이다. 무리하지 않기 위해 추운 몸도 잠시 녹일 겸 산장카페에 간다. 장비를 신고 뒤뚱뒤뚱 하며 걷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코코아를 주문하여 마시는 것을 보고 나도 코코아를 주문해 본다. 역시 추운 날에는 달달한 코코아가 딱인 듯싶다.
알프스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다. 카메라.. 거친 눈바람
이렇게(아래 사진) 찍고 싶었는데... 많이 아쉽다.
그래도 인증샷 정도는 남겨야 하지 싶었기에 못난이 표정이지만 독자들을 위해 설경을 배경으로 찰칵
눈 스포츠, 얼음 레이싱 카
리비뇨가 겨울 스포츠로 유명하기에 스키 마을로 불리는데, 또 다른 인기 스포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얼은 눈 위에 카레이싱(Car Racing)이다. 친절한 이탈리아 친구를 둔 덕분에 Gigi Galli라는 레이싱카 선수를 만났다. 그는 매우 유명한 세계적인 선수인데 리 비뇨가 고향이고 이곳의 유명인 이기도 하다. 심지어 위키피디아에서도 검색되는 선수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내가 이분을 만나다니!" 리비뇨의 추억이 하나가 더 만들어진다.
https://en.wikipedia.org/wiki/Gigi_Galli
그는 한국의 기아(KIA) 차를 개조하여 레이싱을 할 만큼 한국차에 애정이 많다. 그래서인지 한국인인 나를 보며 매우 반갑게 맞이한다. 그러면서 레이싱카를 탈 수 있도록 시범 운행을 해주겠며 자세하게 안전수칙과 즐기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리비뇨에서의 특별한 경험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라치에 밀레!(Grazie mille)
윙윙 부릉부릉... 엔진 소리가 귀를 찢는 것 같고 그 스피드는 엄청나다. 정말 대단한 경험을 이였고 그 스피드와 엔진 소리는 스트레스를 날리기에 충분했다. 레이싱카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스포츠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이를 계기로 레이싱에 새로운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준 Gigi Galli에게 고맙다.
Civediamo dopo!(또 만나요)
(유튜브에 있는 그의 2016년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YR-dCSNuCwg)
리비뇨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탈리아 음식
레이싱카를 처음 탄 탓에 긴장한 건지 배가 매우 고파진다. 시계를 보니 3시가 훌쩍 넘은 시간.
리비뇨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이탈리안식 식사를 하고 싶어 찾아간 곳. 한국말로는 난로라는 이름의 Focolare.
메뉴판은 늘 그렇듯 들어간 식재료들과 처음 보는 이탈리아 단어들이 즐비하다.
이탈리아 친구의 추천으로 선택한 메뉴는 피초케리(Pizzoccheri) 리비뇨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 파스타 메뉴를 선택하였다. 피초케리는 리비뇨 지역인 롬바르디아 주에서 만들어진 음식이다. 그래서 이 지역 일대에서는 피초케리 축제가 열리는 특별함도 있다. 메밀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만든 쫄깃함이 마치 우리나라의 조랭이 떡 같은 식감을 자아낸다.
애피타이저는 먹지 않더라도 식후의 디저트는 꼭 먹게 되는 나만의 이탈리아식 식습관. 달달한 맛에 슈트르델(Strudel)을 선택했다. 알프스 디저트라고도 불리는 슈트르델은 오스트리아에서 온 메뉴이다. 여러 층이 겹겹이 쌓여 달콤한 사과들이 들어있다.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애플파이의 맛이지만 겹겹이 얇게 쌓인 레이어로 먹을 때 식감이 바삭하니 그 맛이 일품이다!
리비뇨 브랜드 산책을 마무리하며...
이탈리아 브랜드 산책으로 브런치에 글을 써온지 1년이 되어간다. 처음 글을 쓸 때는 디자이너로써 브랜딩 그리고 네이밍에 많은 포커스를 했었다. 그것이 브랜드를 알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였기에 이탈리아 브랜드의 역사와 명품 브랜드들 그리고 트렌디한 새로운 샵들을 위주로 외형적 분석을 해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브랜드는 외형적 분석 뿐만 아니라 체험을 통해 느끼는 경험 디자인이라는 것을 배우며 나의 글도 조금씩 방향이 바뀌어 가는 것 같다. 그 체감의 대표적인 예로 이탈리아 도시에서 느끼는 경험이라던지 도시 자체를 브랜딩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미래 국가 산업이 될 수 있는지 몸소 체감하고 있다.
결국 브랜드는 책으로만 배우는 것이 아닌 체험을 통해 나의 것이 된다. 그러하기에그 경험을 브런치의 독자들에게 최대한 생생하게 알리며 뚜벅이시네를 통해 공유하고 싶다.
내일은 스위스로 국경을 넘어간다.
그곳에서는 어떤 도시의 브랜드가 나를 맞이할지 기대해 본다.
Ciaocia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