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마을 리비뇨(Livigno)에 도착하다
이탈리아 북부는 스위스 남부와 알프스산을 함께 소유한 지역으로 알프스산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다. 그중에 리비뇨(Livigno)는 스위스 국경과 마주한 곳으로 세 가지로 유명하다.
첫째, 스키
둘째, 면세지역
셋째, 자연경관
알프스의 아름다움, 쇼핑과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리비뇨로 떠나보자!
밀라노에서 출발하면 리비뇨까지는 약 4시간이 소요된다. 긴 시간이지만 크게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차를 세우고 중간중간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우수한 경관들이 많기 때문이다. 리비뇨로 가는 길에 아름다운 꼬모 호수(Como Lake)를 지나가게 된다. 이때 잠시 내려서 쉬어 가는 것을 추천해 본다. 꼬모 호수의 끝자락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잠깐 차를 세우고 그 느낌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아본다.
구불구불한 산을 지나 내려가고 올라가고를 반복... 멀미가 나지만 스키 마을 리비뇨에 도착할 생각을 하니 "이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창문을 열고 바람을 느끼며 멀미를 달랜다.
오후 5시, 드디어 리비뇨에 도착!
스키 타는 사람들이 아직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기에 메인스트리트(Main Street)가 한산하다. 스키 마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리고 알프스 풍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밀라노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연초라 거리에는 크리스마스에 분위기가 아직은 남아있는 거리 전등들이 있고 있다. 매장의 브랜드들은 주로 이탈리아 및 미국 스포츠 브랜드들이 많다. 물론 명품 브랜드들도 중간중간 눈에 띈다. 면세지역이라는 특 장점을 생각하면 세일(Saldi)과 함께 제품을 구매하기에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본다.
그럼 잠시, 리비뇨 거리 모습과 어떤 브랜드들이 있는지 감상해 보도록 하자.
통나무집으로 된 팀버랜드(Timberland) 샵은 마치 숲 속 산장에 들어온 느낌으로 리비뇨 스키 마을과 매우 잘 어울리는 외관과 브랜드다. 몽끌레어(Moncler)는 겨울 패션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명품 브랜드로 아웃렛 매장보다 제품이 훨씬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하기에 사람들이 매우 북적된다.
DIRK BIKKEMBERGS는 독일 브랜드이다. 1층 매장은 아티스트형 전시 디스플레이로 되어 있다. 1층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내려가서 보니 어마어마하게 큰 매장이 연결되어 있다. 위에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색 느낌이다. 속으로 "계단을 내려와 보길 잘했다" 싶다.
골목 사이사이에는 하이퀄리티의 이탈리아 브랜드들을 모아놓은 편집 매장들이 있다. 아래와 브랜드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브랜드 타깃에 맞는 30대 이상의 남녀들이 매장 안에 유독 눈에 띈다.
6시가 되니 어둑어둑한 거리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고 레스토랑과 펍에 전등이 켜지기 시작한다. 어두워지니 스키 타는 것을 마친 사람들은 장비를 들고 아페레티보를 하기 위해 펍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리비뇨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는 펍. "il bivio"
한국말로는 교차로라는 뜻이다. 자세히 보니 이 펍의 위치가 리비뇨 메인스트리트의 한가운데로 사람들이 서로 모이는 중심이자 교차점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만남의 장소 같은 곳이다. 재미있는 네이밍이다. 펍의 내부보다 외부 테라스가 더 인기 있는 것을 보니 역시 이탈리아 사람들은 추워도 테라스에 앉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점점 추워지는 저녁 날씨에 뚜벅이시네의 배가 출출해진다. 그때 달콤한 냄새가 나의 코를 자극하니 바로 누텔라 크라페(Nutella Crape). 이곳을 그냥 지나쳐갈 수 없다. 이탈리아의 대표 길거리 음식! 인상 좋은 아저씨가 맛있게 크라페를 만들고 계신다. 크라페는 프랑스 음식이지만 루텔라는 이탈리아 대표 초콜릿 간식 잼(jam)이다. 우리나라에 붕어빵 또는 계란빵 같은 존재인 루텔라 크라페는 특정 계절이 아니어도 사계절 길거리에서 먹어 볼 수 있지만 "호호" 불어가며 먹는 추운 겨울의 크라페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누텔라를 바른 달콤한 초콜릿 크라페를 들고 길거리를 누비다 보니 마치 어린 시절 동심을 느끼게 된다. 잠시 저녁식사를 잊고 거리를 뚜벅거리며 걷다가 발견한 어린이 장난감 샵.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동네 문방구이다. 그런데 그 느낌이 너무나도 아기자기하고 귀여워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게끔 한다. 아이를 위해 장난감을 사는 엄마의 모습. 생떼를 부리며 사고 싶은 장난감을 만지작 거리는 모습. 그런 풍경은 어느 나라나 똑같구나 싶다.
저녁 8시가 되었으니 아페레티보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생각하여 아까 지나왔던 리비뇨 최고의 인기 펍 il bivio를 다시 찾는다. 7시 이후에는 자리 잡기가 힘들다는 이곳에 운이 좋게 한자리가 바로 나서 앉는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할 필요 없이 리비뇨에 여러 번 와봤다는 이탈리아 친구의 조언대로 특별 살라메를 주문했다. 살라메(Salame)는 이탈리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음식으로 소 또는 돼지를 장기간 숙성시킨 소시지 형이다. 살라메의 종류가 수십 가지가 되기에 모든 살라메가 다 같은 맛은 아니다. 이곳에서 주문한 특별 살라메는 Lombard의 Livigno지역 음식인 Bresaola이다. 즉 Bresaola의 고향은 리비뇨라고(원조) 얘기할 수 있다.
소고기를 소금에 절여 2~3개월간 숙성시켜 얇게 썰어낸 것이다. 일반 살라메보다 더욱 야들야들하고 짠맛이 덜하여 한국인들 입맛에 잘 맞는다. 여행 중 음식을 통해 그 지역을 기억하는 것도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맥주 한잔과 Bresaola를 먹으며 먼길을 달려온 오늘의 일정을 돌아본다.
도시가 하나의 명확한 아이덴티티와 브랜드를 갖기까지 얼마나 많은 투자가 있었는지를 그 흔적들을 바라본다. 스키 마을이라는 명칭과 지역의 혜택인 면세 그리고 이 지역에서만 나는 리비뇨 식재료들과 맛있는 음식들.
갑자기 우리나라의 평창이 생각나면서 도시의 브랜드화에 다시 한 번 더 관심을 가지게 된 시간이다.
알프스 하면 스위스만 생각했는데, 지금 나는 이탈리아령의 추운 알프스 산자락에 있다. 산 위에 쌓인 하얀 눈들을 바라보며 스키 마을에서의 특별한 하루는 저물어간다.
내일 만나요.
CiaoCia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