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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ssine Aug 21. 2016

스위스 루가노 브랜드 산책 #2

휘파람 불며 걷는 루가노 산책길

뚜벅뚜벅 오후 3시

이번 브랜드 뚜벅이의 여름 산책은 해가 너무 뜨겁지 않은 오후 3시에 시작되었다. 호수가 근처이기도 하고 늦여름이라 바람이 잔잔하게 불었기에 지난번 꼬모 브랜드 산책 때보다는 걷기가 훨씬 수월했다.


스위스 은행

스위스 하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명품시계, 초콜릿, 알프스, 스키, 멋진 자연경관, 하이디.... 이러한 것들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나에게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 것은 은행(Bank)의 브랜드 로고들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UBS은행의 블랙과 레드의 조화 그리고 스위스 국기를 연상시키는 화이트 칼러까지.

3가지 칼러뿐 아니라 3개의 열쇠가 겹쳐서 눈꽃 모양을 만드는 심벌의 형태. 이러한 요소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UBS은행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렬하게 기억에 남게 해준다.

출처 : google


루가노를 걷다 보니 1873년에 세워진 BSI 은행도 만날 수 있었다. BSI는 Banca della Svizzera Italiana의 약자이다. 스위스 소재의 은행들은 주로 블랙과 레드 색상을 쓰는 공통점들이 있다. 이는 세련되면서도 스마트한 칼러의 느낌을 준다. 칼러만으로 브랜드를 이미지화하기에는 약하기에 감각적인 강점 포인트가 필요하다. BSI의 경우 "I"에 살짝 포인트를 준 센스 있는 워드마크가 눈에 띈다.

Banca della Svizzera Italiana


BSI를 지나가면서 오른쪽을 바라보는데 나의 눈을 사로잡은 PWC.

보험과 텍스 관련 금융회사이다. 회사명 오른쪽 윗부분에 자리 잡은 심벌은 레드에서 옐로 칼라까지의 칼라 픽셀로 표현되어있고 이는 꽃 같기도 하고 좌표 모음 같기도 한, 즉 해석하기 나름의 기하학적/추상적 형태이다. 보통 브랜드 심벌에 이렇게 다양한 색상을 넣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왜냐하면 보통 브랜드의 색상은 3도 이내로 선정하는 것이 보편적이기 때문이다.(인쇄 및 아이덴티티 관리 측면에서) 

PWC의 다양한 칼라 선정은 디자이너가 브랜드를 표현하고자 한 색상의 의미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며 이를 수용하여 최종 디자인을 채택한 회사의 결단력 있는 판단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 예측해본다.

PricewaterhouseCoopers


루가노 골목의 소소한 명품샵들을 느껴보자

자, 이제 금융권 이야기는 그만하고 휘파람 불면서 루가노의 골목골목을 돌아보자. 

더운 여름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도어맨을 만날 수 있는 이 상점은 호텔 같은 느낌이 나지만 호텔이 아닌 안경점이다. GOTTE라는 누군가의 Surname인데 아마도 이름만으로는 독일인의 Surname이라는 짐작이 든다. 한국에도 다양한 안경 멀티 브랜드 상점들이 있는데, 이곳 GOTTE는 명품 브랜드로만 컬렉팅 하여 샵을 운영하는 형태이다. 그래서 브랜드 콘셉트로 도어맨이 문 앞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 암튼 매장 콘셉트의 독특함에 사진을 찍는데, 더위에 지친 도어맨은 무. 표. 정... 지못미.


GOTTE의 골목길을 2분 정도 걸어내려 가다 보면 AL PORTO라는 초콜릿 상점이 보인다. 이곳에는 슈트를 입은 남성 점원이 손님들을 내부로 안내해준다. AL PORTO는 항구라는 이탈리아 말이고, 이곳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명품 초콜릿으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내부는 손님들로 자리가 만석이였다. 물론 이곳에서 판매하는 케이크와 커피맛도 일품이라고 한다. 

AL PORTO 매장의 외부 전경


AL PORTO 매장을 보면서 내려오다 보니 아치형 상점들이 보인다. 이런 아치형 상점들은 더운 여름과 비 오는 날에도 손님들이 쇼윈도로 제품을 구경하기 편리한 쇼핑 환경을 제공한다. 고급 시가렛을 판매하는 상점들 그리고 이탈리아 명품 시계 상점들을 지나다 보면 건물 끝에서 반짝이는 루가노 호수를 만나게 된다. 

루가노 호수 가운데 백조가 보인다. 참 평화로워 보이는 도시. 루가노


카페에서 만나는 새로운 브랜드

잠시 쉬어가기 위해 호수가 근처 야외 카페에 앉았다.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싶어 메뉴판을 보며 고민하는 나에게 친구는 Rivella를 추천해 주었다. 갈색 유리병 그리고 심플한 브랜드의 디자인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Rivella는 스위스 음료이자 60년이 넘은 브랜드이다. 더욱 재미난 것은 내가 마시고 있는 음료의 원료 중 일부가 우유라는 것! 마실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우유가 포함되어 있다는 현지 친구에 말에 바로 구글을 찾아보았는데 틀린 말이 아니었다. 스파클링의 달달하며 부드러운 맛의 여운이 글을 쓰는 지금도 느껴진다. 스위스에 간다면 Rivella 음료를 맛보길 추천해본다.  

Rivella의 맛으로 더운 오후의 땀을 잊을 수 있었다.

카페에 앉아 다른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이 더운 날에도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루가노의 사람들. 

CERUTTI는 이탈리아 브랜드이지만 이 커피맛은 국가의 브랜드를 넘어 스위스에서도 매우 인기가 있다. 이탈리아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나는 이탈리아 브랜드는 언제 보아도 반갑다. 그만큼 나는 이탈리아라는 나라, 그리고 그 나라의 브랜드들을 사랑하나 보다.


루가노 사람들의 일상을 따라 걷다.

카페에서의 쉼을 갖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마구간 같아 보이는 이곳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La PICCIONAIA. 직역 하지면 비둘기(새)의 집이라는 뜻이다. 굳게 닫힌 이 문안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매우 궁금한 순간에 친구는 조용히 나에게 말한다. "여긴 나이트클럽이야. 루가노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지"  낮에는 조용하게 문이 닫혀있지만 밤이 되면 시끌벅적하게 루가노의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비둘기의 집, 클럽.

La PICCIONAIA Club


오후 5시가 되어간다. 루가노 대부분의 상점들은 6시쯤 되면 문을 닫는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발걸음이 빠르게 움직이는 시간이 5시 경이다. 나는 귀가하기 전 식료품점을 찾아 간단한 저녁거리를 사려고 하는 찰나에 새로운 가게를 발견하였다. 

New Opening라는 뜻으로 적혀있는 이탈리아어 Nuova Apertura. 매장 신규오픈이여서 아직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유럽에서 이런 가게를 만나는 건 새로운 변화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일본식 도시락 및 간단한 일식 요리를 테이크 아웃할 수 있도록 일회용 접시에 포장하여 판매한다. 내부에는 특별한 데코레이션 없이 화이트칠이 인테리어의 전부이다. 매장이 주는 깔끔한 느낌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일본음식에 대한 유럽 사람들의 큰 호감도는 이탈리아뿐 아니라 스위스 루가노를 비롯하여 유럽 내에 고급 대중음식으로 정착하였다.


일식 테이크아웃점 앞에 약국에 보니 이색적인 심벌이 보여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보통 이탈리아 및 스위스 루가노 지역의 약국은 꼭 표시하는 것이 초록색 십자가이다.(일부 다른 유럽 국가도 마찬가지) 

이는 멀리서 보아도 눈에 금방 띄기 때문에 찾기도 쉽고 저녁에는 초록 십자가 간판에서 불빛이 켜지기에 어두운 거리에서 식별이 매우 용이하다. 평범한 초록 간판만 보다가 초록 십자가가 날아가면서 나뭇잎으로 변하는 이곳의 윈도 그래픽 디자인이 참 특별해 보인다. Farmacia는 약국을 의미하고 Salus는 라틴어로 안전, 복지라는 뜻으로 옛 로마시대 신의 이름이기도 하다. 약국과 참 잘 어울리는 센스 있는 브랜드 네이밍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오고 나니 햇살이 쨍쨍거리고 하늘이 더욱 맑아 보인다. 다시 광장으로 나가 보니 분수대에서 무지개가 보이고 사람들은 예쁜 건물의 카페에 앉아 있다. 루가노라는 도시는 참 여유롭고 깨끗한 느낌의 곳이다. 젊은 층보다는 부유한 고령의 어르신들이 더 많아서 그런지 생기 있는 느낌보다는 따뜻하고 잔잔한 미소가 느껴지는 곳이라고 느껴진다.



루가노 산책을 마무리하며
빨간색 동그라미가 루가노 지역이다. 이탈리아와 매우 가까운 국경이다.

유럽의 도시는 비슷비슷해 보이는 듯 하지만 분명히 다른 각각의 개성이 있다. 또한  카페나 식료품점에서 만나는 그 도시만의 또는 그 나라만의 브랜드 제품을 만나는 것은 한국에서 어렵게 구매하여 맛보는 것과는 다른 매력을 준다. 스위스 루가노는 이탈리아 국경과 가까워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두나라의 문화가 공존하여 새로움을 만들어 낸 흔적들을 볼 수 있다. 이탈리아는 3면을 바다로 가지고 있으며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를 국경으로 하고 있기에 국경지역에서는 두나라의 문화를 한곳에서 만들어 낸다. 우리나라도 3면이 바다인 한반도라 불리지만 육로 국경은 유일하게 북한 뿐이기에 두 나라의 문화가 한 지역에서 공존하는 이색적이고 의미 있는 느낌은 체험할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루가노에 있는 동안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다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 매우 컸다.



루가노에서 보낸 여름날 뚜벅이의 브랜드 산책은 이제 막을 내린다. 다음 도시는 어느 곳이 될지 브랜드 뚜벅이는 아직은 알지 못하지만, 언제나 브랜드를 찾고 세계 각국의 도시를 느끼기 위해 끊임없이 뚜벅뚜벅 걷는다. 

다음 편을 기대하며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세요! 

CiaoCi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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