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없이 아이와 떠난 여행
지난 6월 다녀왔던 콘다오가 떠올랐다. 유독 그 여행이 몽글몽글 기억에 자리 잡은 이유는 남편 JD 없이 19개월 딸과 엄마를 데리고 다녀왔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이직을 하게 되면서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졌고 JD는 워낙 갑작스러워 휴가 내기가 쉽지 않았다. 포기할 법도 하지만 왜 그랬을까. 안 갈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콘다오 여행을 준비하던 나는 평소와 많이 달랐다. 호치민 국제선 공항에서 국내선 공항까지 완벽하게 숙지했고 환전 시 주의사항 등 관련 글을 꼼꼼히 챙겨 읽었다.
호치민에서 호텔까지 이동할 프라이빗 벤 서비스까지 완벽하게 준비했다. 아이 이유식은 주문해 얼리고, 혹시 몸에 안 맞을까 하여 멸균우유와 두유 5일 치를 쌌다. 핸드폰과 노트북은 만화와 동요 등 이것저것 영상을 담고 휴대용 유모차를 구입했다.
나는 정말이지 이렇게까지 여행을 준비해본 적이 없었다.
5시간 비행 끝에 호치민에 도착했다. 다행히 아이가 있고 빠듯한 환승 일정으로 러기지에 priority택을 달아주어 빠르게 짐을 찾을 수 있었다. 입국심사를 하고 나는 짐을 끌고, 엄마는 유모차를 밀었다. 엄청난 인파로 가득 찬 국내선 공항은 나를 긴장하게 했다. ‘안이가 따분해하며 유모차를 안 탄다고 하거나 국내선 공항에서 또 체크인까지 엄청난 대기줄이 기다리고 있으면 어쩌지’ 마음 졸이며 걸었다. 반가운 Vasco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가 보인다. 다행히 줄은 짧았고 우리 안이는 얌전히 핸드폰을 쥐고 유모차에 앉아있다.
보안검색 통과까지 한 시간 십여분, 지연으로 한 시간 반은 더 기다렸고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을 더 날아왔다.
자연주의 리조트, 식스센스 콘다오
콘다오 공항에서 식스센스 리셉션을 발견하고서야 나는 긴장이 풀렸다.
안이도 체크인하는데 도착했구나 싶었던 건지 품에 안겨 잠들었다.
자연주의 리조트, 식스센스 리조트는 인공적인 것을 찾기 어렵다. 빌라는 나무를 짜 맞추고, 리조트 내에는 텃밭이 있다.
물병부터 어매니티, 빨대까지 다 재활용이 가능한 것을 사용하고 레스토랑에서도 냅킨과 물티슈 대신 물수건을 제공한다.
도착해서 온 몸이 녹아내린다.
세심하지 않은 곳이 없는 식스센스 콘다오.
(식스센스리조트의 디테일은 따로 써볼예정)
더 진하게, 더 애틋하게
내내 별다른 투어 없이 식스센스 콘다오에서 엄마와 안이와 보낸 시간들.
식당 입구 물독에 푹 빠진 안이 덕분에 남들 조식 먹는 내내 계단에 앉아 커피를 마셔야 했고, JD가 없어 짐 가지러 빌라 1, 2층을 하루에도 몇 번이고 오르내려야 했다. 혹여나 겁 없이 물 좋아하는 안이가 수영장에 뛰어들까, 계단을 혼자 오르내릴까, 젖은 바닥에 미끄러질까 뒤쫓아다니느라 여행 내내 자기 전 몸살약을 먹어야 했고 엘리펀트 바도, 유명하다는 와인 테이스팅도 못했지만.
함께 산책하며 걷고
평생 잊지 못할 멋진 무지개를 만났고
아름답던 붉은 노을아래에서 신나게 뛰었다.
그리고 그때의 엄마와 그때의 안이와 함께여서 더욱 여운이 진하게 남는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