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
배변 훈련 3일 째. 새벽부터 아이가 나를 깨운다. 자존심 센 아이는 여전히 팬티에도 응가를 하지 않은 채 3일 째 변의를 참아내고 있었다. 변을 못 보니 속이 불편해 하루 한 끼도 잘 먹으려 들지 않았다.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니 다시 기저귀를 채울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것을 택했다. 아무리 다급하게 기저귀를 찾아도 나는 일관되게 응가는 아기 변기에 앉아서 하는 거라고 단호히 일렀다.
아이는 자못 비장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고 변기로 향한다. 며칠 간 울고 불며 기저귀를 달라고 바닥을 구르던 아이는 요지부동 엄마의 의지 앞에 다시 한 번 용기를 내는 것 같았다.
“엄마 수안이 응가하고 싶어요. 손 꼭 잡아주세요.”
“그래, 수안이는 혼자서 응가 할 수 있어. 엄마는 알아.”
나는 아이와 눈을 맞추고 앉아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아이도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수안이는 할 수 있어.”
내가 말하자
“수안이는 할 수 있어.”
저도 따라한다. 잡은 손에 힘이 더 들어가는가 싶더니, 아이의 얼굴이 다시 토마토처럼 빨개진다. 아랫배에도 잔뜩 힘이 들어가 배가 딱딱해진다. 아이의 이마와 인중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아이는 ‘끄응’ 소리를 내더니 눈을 질끈 감는다. 가냘픈 손아귀에 이렇게 힘이 들어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세게 힘을 줘 온다. 그리고 마침내 풍겨오는 구수한 냄새. 성공이다! 아이는 활짝 웃으며
“나왔다! 수안이가 혼자 응가 했다!”
하더니 이내
“엉덩이가 너무 뜨거워요!”
하며 벌떡 일어나 팔짝팔짝 뛰기 시작한다. 3일 만에 왕 바나나 똥을 누었으니 엉덩이에 불이 날만도 했다. 그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하하하. 엄마가 말했지? 수안이는 혼자 할 수 있다고 했지?”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아이 앞에서는 태연한 척 했지만, 힘들어하는 딸을 그저 바라보기만하며 믿고 기다리는 일이 엄마인 나에게도 쉽지는 않았나보다. 며칠간 졸였던 마음을 푹 내려놓는다. 혼자서 ‘처음’이라는 큰 산을 넘은 아이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자리 잡을까.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처음’의 순간들을 함께 하게 될까. 아이를 품에 꼭 안고 속삭여본다.
딸아, 지금 이 순간이 엄마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
네가 맞는 세상의 모든 처음을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들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