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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연아빠 Aug 05. 2023

상식의 온도

고인이 되신 김반장 님을 추억하며...

때로 무거운 물건을 가볍다 하거나

아파도 안 아픈 척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강한 남자로 보이고

싶을 때 처럼 말이다.


하지만 절대 불가능한 일...

맨손에 얼음을 잡고 따뜻하다고 하거나

맨손을 불 속에 집어넣고 시원하다고 하는 것이다.

이건 상식이다.

내게 이 것이 상식임을 알려주신 분이 계신다.

그 분은 내가 시설관리 총괄이던 곳에 청소팀 팀장이셨다.


지금 이 맘 때로 기억한다.

출근 후 근무를 시작한 지 약 2시간이 지나

과장은 나를 호출했다.


'(과장) 지금 제초작업 중인가요?'

'(나) 네, 할머니 20명에 하루 7만 원이고 별도 점심 제공은 없습니다.'

'(과장) 방금 관내를 둘러보고 왔는데 할머니들이 정자 그늘에서 주무시고 있더군요.

아침 10시경이면 그분들 작업해야 하는 시간 아닌가요?

작업관리는 누가하고 있나요?'

'(나) 김반장 님 담당입니다.'

'(과장) 김반장 님께 총 작업기간을 확인하고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지 확인 부탁합니다.'


'(나) 반장님, 아침에 과장님이 정자 그늘에서 주무시는 할머니들을 보셨나 봐요.

그 시간이면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일 때가 아니냐고 물어보시네요.

어떻게 말씀드리면 될까요?'

'(반장) 아이고... 민폐를 끼쳐서 미안합니다.

요즘 날이 너무 더워서 새벽 5시부터 아침 9시까지 10명

오후 4시부터 저녁 7시까지 10명이 작업 중에 있습니다.

구역을 나눠서 제초작업 중이라 일이 빨리 끝나면 일찍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어요.'

'(나) 아침 9시 시작이 아니었군요. 어쩐지...

새벽에 관사에서 간간이 들리던 예초기 모터 소리가 그런 이유였군요.'

'(반장) 아침은 주로 70대 할머니들을 모아서 진행하고 있어요.

그분들이 아침잠이 없거든요.

앞으로는 누님들께 정자에서는 주무시지 말고

청소반 사무실에서 쉬라고 하겠습니다.

날이 더울 때는 더 일찍 끝내고 쉴 수도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덥고 추운 건 강호동 장사도 못 견딥니다.'

'(나) 그렇군요. 저도 빨라야 8시 30분에 시작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과장님께 잘 말씀드릴게요.

70대 이상이시면 중간중간 쉬셔야죠.

청소반 사무실이 휴게실도 아니고요.

역시 우리 반장님은 베테랑이세요. 그럼 수고하세요!'


당시 과장님도 인품이 훌륭하신 분이셔서

김반장 님의 제초작업 관리에 납득을 하셨다.

또한 수박 등 간식도 제공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곤 이 에피소드는 한 동안 잊고 있었다.


그러다 다른 여러 기관을 다니며

강한 햇빛을 맞으며 제초작업 중인 환경미화원들을 볼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김반장 님이 생각났다.

김반장 님처럼 적정한 온도의 상식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매우 드물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지금 전북 부안의 새만금 잼버리에는

상식의 온도가 매우 뜨거운 분들이 책임자로 있다.

나라 망신은 둘째치고

사람은 절대 더위나 추위에 이길 수 없다는

적정한 상식의 온도를 내게 알려주신  

몇 해전 돌아가신 그분이 오늘 다시 그립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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