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이면 둘째 아들이 태어난 지 1년이다.
둘째가 성장할수록 큰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큰 아들이 태어나서는
아파트 영끌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가정 불화로 내 심리상태가 우울 그 자체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작은 일에 큰 아들에게 화를 내고
전화 통화로 가족들과 말싸움을 할 때도
내 옆에서 기죽은 모습으로 웅크리곤 했던 큰 아들이었다.
어머니의 우울이 나의 그늘이 되었듯이
나의 우울도 큰 아들의 그늘이 되어가는 듯했다.
며칠 전 큰 아들은 학교에서 넘어져 입술을 다치는 일이 있었다.
다행히도 잇몸과 치아는 멀쩡한 상태였다.
나는 아이를 조심성 없다고 혼을 냈다.
그때 둘째 아이도 폐렴으로 병원에서 입원 중인 상황이어서
너그럽게 대하지 못했다.
내 꾸지람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얼어있는 큰 아들을 보며
그만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말했다.
그날 저녁, 속상한 마음에 잠들지 못하고 늦게 자리에 앉았다.
그때 이불속에 숨겨진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다행이다.
아직은 나의 우울이
큰 아들 마음속 그늘을 지게 한 것은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다행이다.